파키스탄, 후티군으로부터 사우디 ‘모든 수단 동원’ 지키겠다

- 최근 군 지휘관들 회동 - 구체화 되고 있는 새로운 동맹 ‘메카 방위 동맹’ - 이란과도 관계 유지하고 있는 파키스탄 - 막강해진 후티군 - 후티군 퇴치가 어려운 이유

2026-09-30     김상욱 대기자

파키스탄 국방장관은 29일(현지시간)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의 후티군으로부터 사우디아라비아를 방어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파키스탄이 확대되고 있는 지역 분쟁에 직접 개입할 가능성을 시사하는 가장 분명한 신호 중 하나라고 AP통신이 30일 보도했다.

카와자 무함마드 아시프(Khawaja Muhammad Asif) 파키스탄 국방부 장관은 “파키스탄군이 이미 공습에 참여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을 거부했다. 그러나 그는 사우디아라비아, 튀르키예와 체결한 새로운 이른바 ‘메카 상호 방위 협정’[에 따라 파키스탄의 군사력이 사우디아라비아에 제공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자세한 내용은 말하지 않겠지만, 우리가 이 협정에 따라 사우디아라비아를 방어해야 한다는 것은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사우디아라비아에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명확한 입장”이라고 로마 방문 중 기자들에게 파키스탄이 예멘에서 이란 공작원들을 겨냥한 공습에 참여했는지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의 답변은 파키스탄이 공습에 참여했는지 여부를 명확히 확인하지 않았다. 또 최근 몇 주 동안 후티군의 공격을 반복적으로 받아온 사우디아라비아가 지원을 요청했는지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았다.

* 최근 군 지휘관들 회동

아시프 국방장관의 발언은 ‘파키스탄, 튀르키예, 사우디아라비아’의 군 최고 사령관들이 후티군의 공격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하기 위해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회담을 가진 지 며칠 만에 나온 것이다.

아시프는 후티군이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강화하고 예멘의 홍해 연안을 따라 장악력을 확대했다고 말했다.

후티군은 최근 전략적 요충지인 모카커피로 이름이 난 항구 도시 ‘모카’와 홍해의 여러 섬을 점령하여 전 세계 무역량의 약 12%가 통과하는 해상 통로인 바브엘만데브 해협 쪽으로 영향력을 확대했다. 이들은 이라크 내 동맹 민병대와 함께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 시설을 공격하고 사우디 유조선의 해협 이용을 막으려 했다.

* 구체화 되고 있는 새로운 동맹 ‘메카 방위 동맹’

아시프는 후티군을 침략자로 규정하고,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파키스탄의 지원은 확고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우디아라비아의 적은 파키스탄의 적이다. 이는 매우 분명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사우디아라비아, 파키스탄, 튀르키예는 지난 8월 7일 ‘메카 공동 방위 협정’(Mecca Joint Defense Agreement)을 체결하고, 한 회원국에 대한 공격은 세 나라 모두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고 선언했다. 이들 국가는 이 협정이 방어적인 성격을 띠며 특정 국가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이번 합의는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 나토(NATO) 회원국인 튀르키예, 그리고 핵무장국인 파키스탄을 하나로 묶는다. 아시프는 핵무기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으며, 핵무기가 파키스탄이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약속의 일부라는 식으로 암시하지도 않았다.

사우디아라비아와 후티군 간의 전투는 동맹에 대한 초기 시험대가 되었다. 동맹의 전문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며, 지휘 및 작전 체계도 아직 개발 중이다. 아시프 장관은 세 나라가 사무국을 설립하고 동맹의 틀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다른 국가들도 참여 의사를 표명했지만, 당장 동맹을 확대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아시프는 이 동맹이 이란 관련 분쟁이 지역 전체로 확산됨에 따라 기존 안보 체제가 걸프 국가들을 보호하는 데 실패했다는 회원국들의 믿음을 반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일단 갈등이 시작되면 그 갈등의 결과를 통제할 수 없다. 갈등의 진행 방향도 통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 이란과도 관계 유지하고 있는 파키스탄

이란은 오랫동안 후티군에게 무기와 기타 지원을 제공해 왔지만, 테헤란은 그들의 군사 작전을 직접 지시했다는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아시프는 후티군과 일부 이라크 민병대가 이제 이란으로부터 상당한 독립성을 가지고 행동할 수도 있다고 시사했다.

그는 “이러한 대리인 중 일부는 통제 불능 상태가 된다”고 말했다.

파키스탄이 사우디아라비아를 군사적으로 지원할 의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시프는 이슬라마바드가 테헤란과 관련된 더 큰 갈등을 종식시키기 위한 협상을 추진하고 있으며, 테헤란의 핵 프로그램에 대한 협상 타결을 재개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파키스탄은 올해 초 역내 다른 국가들과 협력하여 분쟁 종식을 위한 중재자 역할을 자처했다. 미국과 이란 간의 간접 회담이 중재자를 통해 재개되었지만, 아시프 장관은 최근의 노력에 파키스탄이 어떻게 참여하고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지난 4월, 파키스탄은 이슬라마바드에서 이란과 미국 간의 이례적인 직접 회담을 주최했다. 양측은 6월에 잠정 합의에 도달하고, 60일 이내에 최종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약속했지만, 그 기한이 지난 후 무력 충돌이 재개되었다.

파키스탄, 튀르키예, 사우디아라비아의 고위 외교관들은 최근 유엔 총회 기간 중 만나 새로운 방위 조약 이행과 메카 및 사우디아라비아 내 다른 지역을 겨냥한 공격에 대한 공동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 막강해진 후티군

‘알라를 따르는 사람들’이라는 뜻을 가진 안사르 알라(Ansar Allah)가 바로 ‘후티(Houthi)’ 세력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지원을 받고 있는 예멘의 민병대와 정부군, 아라비아 남서부 전역에 드론(DRONE)과 미사일 공격으로 사우디 송유관에 심각한 피해를 입한 세력이 바로 후티군이다.

안사르 알라는 아덴만과 홍해를 연결하는 바브엘만데브 해협의 영토적 지위를 매우 효과적으로 활용해, 가자지구에서 자행되는 이스라엘과 그 후원자들에게 막대한 재정적 압박을 가하는 등 과거와는 매우 다른 강력한 세력으로 성장했다.

서방 세력은 후티군을 ‘후티 반군’이라 부르고 있다. 나아가 그들을 ‘’수염이 난 아랍 악당들‘이라는 별명을 붙어놓고 있다.

* 후티군 퇴치가 어려운 이유

국가(a STATE)가 아니라 운동(a MOVEMENT)가 후티세력이다. 세계 강대국에 대한 ’지역적 저항으로 정의되는 부족 문화(A TRIBAL CULTURE)와 그 뿌리는 험준한 지역에 고대부터 이어져 내려온 이른바 생존 DNA가 있다는 평가이다. 현대 후티 운동은 ‘알 후티 가문’(Al-Houthi Clan)이 형성한 부흥주의 하위문화인 자이디파(Zaydi revivalist subculture)이며, 그들의 혈통은 8세기 강력한 우마이야 갈리프(Umayyad Caliphate) 왕조의 지배에 맞서 등장한 시아파 이슬람 분파(branch of Dhia Islam)의 기원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이른바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가진 자존심이 대단한 세력이다.

특히 자이드교(Zaydism)는 거의 1000년 동안 예멘 북부 고원지대의 정치, 문화 생활의 기반을 형성했으며, 자이드교 이맘들은 수 세기 동안 오스만 제국에 통합되는 강력하게 저항하면서 살아 남은 세력이다. 지역 부족 통치는 1962년 북예멘 아랍 공화국 건국으로 잠시 중단되었지만, 이 공화국은 곧 학살을 자행하는 살리파 극단주의자들과 그들을 옹호하는 서방 석유 재벌들의 온상이 됐다.

그러나 자이드교는 이에 굴하지 않고 후티 세력의 정신적 지도 아래 알카에다 지역 지부를 소탕한 후 사우디아라비아와 미국의 지원을 받는 두 명의 독재자를 잇따라 축출하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후티세력은 국가가 아니라 운으로 불리지만, 정치적으로 이들을 이해해서는 그들을 알기 어렵다. 현대의 큰 국가라 할지라도 유구한 역사를 가진 운동을 쉽게 짓밟아 없앨 수 없다. 후티 세력은 예멘이라는 그 땅에서 쫓겨날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 땅은 그들의 일부이자 문화이다. 문화는 관행이나 교리보다 지역주의와 생태적 정신성에 의해 결정되며, 바로 그것이 제국들의 소굴 속에서도 살아 남을 수 있는 비결이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후티 세력은 미국의 세미놀 네이션(Seminole Nation)이나 우크라이나의 자포리자 시치(Zaporizhian Sich)와 같은 존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