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애 논평] 당원이 주인이라더니, 왜 김해을에서는 선택권이 사라졌나

복수 후보 4명 지원에도 당원 직선제 경선 대상서 제외 조직국은 미정, 사무총장은 추가 경선 없다는 엇갈린 설명 중앙당은 단수 추천 의혹 해소할 기준과 근거 공개해야

2026-09-30     이미애 기자
이미애

[이미애 뉴스타운 보도국장] 국민의힘이 ‘당원이 주인인 정당’을 표방하며 도입한 당원 직선제가 정작 김해을 조직위원장 선출 과정에서 시험대에 올랐다. 문제의 핵심은 특정 후보가 누구냐는 데 있지 않다. 복수의 후보가 공개적으로 경쟁에 나섰는데도 왜 김해을 당원들에게 선택권을 주지 않느냐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9월 1일 전국 36개 사고 당협을 대상으로 조직위원장 공모에 착수하면서 복수 신청 지역은 당원 직선제를 통해 조직위원장을 선출한다는 원칙을 밝혔다. 김해을에는 이춘호 전 대통령직속 국민통합위원회 경남지역협의회 위원, 박병영 전 경남도의원, 서종길 전 김해을 당협위원장, 이상률 전 경남경찰청장 등 4명이 지원한 것으로 보도됐다. 그런데 지난 28일 국민의힘 조직강화특별위원회가 발표한 9개 경선 지역에 김해을은 포함되지 않았다. 복수 후보가 지원했음에도 당원 직선제 대상에서 빠진 것이다. 당원들이 “복수 지원 지역은 당원 직선제로 뽑겠다던 원칙은 어디로 갔는가”라고 묻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국민의힘은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서류와 면접 심사를 진행하고 당 정체성과 경쟁력, 당 기여도, 지역 여론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오히려 질문은 더 분명해진다. 그 심사 기준과 결과를 당원들에게 공개하지 못할 이유가 무엇인가. 당원 직선제를 도입했다면 후보자의 기본 자격과 당 기여도, 지역 경쟁력을 검증한 뒤 최종 선택은 책임당원에게 맡기는 것이 당원 주권의 취지에 맞다. 당원에게 선택권을 주겠다고 해놓고 중앙당이 다시 최종 선택권을 행사한다면, 당원 직선제는 ‘당원에게 선택권을 주는 제도’가 아니라 중앙당이 선택한 인물을 당원에게 설명하는 절차로 전락할 수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선정 기준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김해을이 경선 대상에서 제외됐다면 중앙당은 적어도 네 가지 질문에 답해야 한다. 복수 지원 지역 가운데 김해을을 제외한 객관적인 기준은 무엇인지, 다른 복수 지원 지역에는 책임당원의 선택권을 주면서 김해을은 왜 제외했는지, 후보자들의 당 정체성과 당 기여도·지역 경쟁력을 어떤 기준으로 평가했는지, 김해을 조직위원장을 당원 직선제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선출한다면 그 근거는 무엇인지 밝혀야 한다. 이 질문에 대한 납득할 만한 답이 없다면 당원들 사이에서 ‘특정 인물을 위한 단수 추천이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는 상황을 중앙당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물론 현재 시점에서 김해을의 단수 추천이 최종 확정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국민의힘 중앙당 조직국은 “이번 발표에서 빠졌다고 단수 추천 지역으로 정해진 것은 아니다”,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같은 날 정희용 사무총장은 경선 지역이 추가로 늘어날 가능성에 대해 “없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쪽에서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추가 경선은 없다고 하니 당원들로서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김해을 당원들은 어느 설명을 믿어야 하는가.

조직위원장은 중앙에서 일방적으로 내려보내는 자리가 아니다. 지역 당원들과 함께 조직을 만들고 지역에서 당의 신뢰와 경쟁력을 쌓아가는 자리다. 특히 김해을은 앞으로 지방선거 이후 지역 조직을 재정비하고 당세를 회복해야 하는 중요한 지역이다. 이런 곳에서 당원들의 동의와 선택 과정이 배제된다면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더구나 당이 스스로 ‘당원이 주인’이라고 선언하고 당원 직선제를 새로운 제도로 내세웠다면 첫 적용 과정에서부터 예외와 특혜 논란을 자초해서는 안 된다. 당원에게 표를 달라고 할 때만 주인이고 조직위원장을 결정할 때는 주인이 아니라면 그것은 당원 주권이라고 할 수 없다.

이번 사안은 특정 후보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문제가 아니다. 공정한 절차와 정당 민주주의의 문제다. 누가 조직위원장이 되더라도 당원들이 납득할 수 있는 과정을 거쳤다면 결과에 승복할 수 있다. 반대로 중앙당이 특정 인물을 선택한 뒤 당원들에게 결과만 통보한다면 아무리 좋은 인물을 추천하더라도 의구심을 해소하기 어렵다. 중앙당은 ‘누구를 뽑을 것인가’에 앞서 ‘왜 이런 방식으로 뽑는가’를 설명해야 한다.

국민의힘이 정말 당원 중심 정당으로 변화하겠다면 김해을에서부터 원칙을 보여줘야 한다. 당원 직선제가 원칙이라면 김해을이 왜 예외인지 설명하고, 단수 추천이라면 그 기준과 근거를 공개해야 한다. 후보자 심사 결과가 중요하다면 무엇을 기준으로 평가했는지 당원들에게 밝혀야 한다. 중앙당이 결정하고 결과를 통보하는 방식이 아니라 당원들이 납득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절차를 만들어야 한다.

정치는 신뢰로 움직이고 당 조직도 마찬가지다. 당원이 주인이라고 말하려면 당원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김해을 당원들이 요구하는 것은 특정 후보의 당선을 보장해 달라는 것이 아니라 공정하게 경쟁할 기회를 달라는 것이다.

국민의힘 중앙당은 이제 답해야 한다.

당원이 주인이라더니, 왜 김해을에서는 당원의 선택권이 사라졌는가.

이 질문에 명확하게 답하지 못한다면 이번 조직위원장 선출 과정은 단순한 인선 문제를 넘어 국민의힘이 내세운 ‘당원 주인론’의 진정성을 검증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