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한국을 분노케 한 이유는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북한 포로 2명의 이송 사실을 유엔 총회 연설에서 공개하면서 ‘한국과의 비밀 유지 협정을 위반’해 한국의 분노를 샀고, 이에 한국은 우크라이나 대사를 소환해 항의했다.
현지 매체인 ‘키이우 인디펜던트’는 2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는 또 다른 파트너를 화나게 했는데, 그 파트너(한국)는 키이우가 원하는 무기를 비축해 둔 나라”라고 보도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9월 23일 유엔 총회에서 북한군 포로 2명을 한국으로 송환했다고 발표한 것은 서울에서 좋은 반응을 얻지 못했다.
이재명 한국 대통령은 “공개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문제를 고려할 때, 공개하지 않는 것이 모든 면에서 적절했으며, (우리는) 그렇게 하기로 합의했었다”고 반박하며, 키이우가 비밀 유지 협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한국 외교부는 9월 28일 우크라이나 대사를 소환(초치)해, 항의 성명을 발표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였다.
서울 당국은 포로 이송에 관한 민감한 정보를 공개할 경우, 안보 및 외교적 파장을 야기할 수 있으며, 포로 가족들에게도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이 사과와 해명을 요구하는 가운데, 이번 사건은 러시아의 침공으로 우크라이나와 국제사회 파트너 간의 관계를 악화시키는 일련의 외교적 실책에 또 다른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이번 발표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한 달여 전 한국에 또 다른 무기 제공받을 의사를 밝힌 데 이어 나온 것으로, 이번에는 러시아의 탄도미사일로부터 우크라이나를 보호할 방공 시스템에 대한 요청이었다.
* 한국의 분노는 당연
키이우는 2025년 1월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주에서 벌어진 전투 중 북한군 2명을 포로로 잡았다 고 발표했다.
이 두 사람은 2024년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국경 지역의 러시아군을 지원하기 위해 파견한 수천 명의 병력 중 일부였으며, 이로써 북한은 현재까지 모스크바 편에 서서 전투에 참여하는 유일한 국가가 되었다.
포로들은 한국으로 망명하고 싶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으며, 우크라이나와 한국 지도자들은 지난 7월 포로들의 희망과 인도주의적 원칙에 따라 이 문제를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언론과 NGO 보고서에 따르면, 김정은 정권은 탈북자 가족을 의심스러운 존재로 간주하여 더욱 가혹한 탄압, 감시, 강제 이주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관련자들의 신변 안전 문제 외에도 한반도에 미칠 수 있는 외교적, 안보적 파장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발표는 북한이 동해안에서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한 지 불과 며칠 만에 나온 것이며, 북한이 한미 연합 군사훈련에 대해 위협을 가한 직후이기도 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재명 한국 대통령이 긴장 완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지역의 긴장은 여전히 높은 상태이며, 이 대통령은 북한의 핵 프로그램 ‘동결’을 조건으로 미국이 대북 제재를 완화할 것을 촉구하기까지 했다.
우크라이나와의 사건으로 인해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이재명 대통령은 국내 야당인 국민의힘으로부터 비판을 받게 됐다. 보수 정당인 국민의힘 소속 박성훈 의원은 한국 정부에 왜 이체 과정이 비밀에 부쳐졌는지, 그리고 키이우가 어떤 합의를 위반했는지 설명하라고 요구했다.
박성훈은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쪽은 합의가 위반되었다고 주장하는 반면, 다른 쪽은 그러한 합의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며, “정부는 서로 비난하기보다는 먼저 합의의 실제 내용을 국민에게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 외교적 오해
외교적 혼란의 원인이 무엇인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며, 양측은 서로 다른 설명을 내놓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고문인 드미트로 리트빈(Dmytro Lytvyn)은 9월 25일 소셜 미디어에 “이적 사실을 비밀로 하기로 한 합의는 없었다”고 밝혔다.
이후 키이우 인디펜던트와의 인터뷰에서 리트빈은 “이 사람들을 조용히 어딘가로 보내는 것은 이상한 일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전체적인 이야기, 그것도 길고 자세한 이야기인데, 우리는 그들이 (한국으로) 보내졌다는 사실만 보도했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발표 계획에 대해 한국이 완전히 모르고 있었던 것은 아니라는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
익명의 한국 대통령실 관계자는 코리아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키이우가 서울에 (포로의) 이송 의사를 통보했지만, 구체적인 이송 방식 없이 모호한 표현을 사용했다고 전했다.
한국 정부는 우크라이나 측의 비밀 유지 협약 부인에 대해 “이는 허위 사실이며, 양국 정부 간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우호 관계에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행위”라고 강력히 비난했다.
최근 몇 달 동안 젤렌스키 대통령실의 조치나 소통이 외교적 실책이나 우크라이나의 파트너 또는 이웃 국가들과의 정면충돌로 이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 군사 지원에 대한 신호가 약함
북한과의 끊임없는 긴장 관계로 인해 한국은 세계 최대 규모의 무기고를 보유하고 있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한국을 세계 9위 무기 수출국으로 지목했으며, 한국은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전 세계 무기 판매량의 3%를 차지할 것으로 추정된다.
우크라이나에게 있어 서울은 러시아의 침략을 막아내는 데 필요한 물자를 공급받을 수 있는 매력적인 공급처가 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8월 러시아가 평양에 수만 명의 추가 병력 지원을 요청할 수 있다고 경고한 후, 한국에 우크라이나에 방공 시스템을 제공해 줄 것을 요청했다.
키이우의 논리는 간단하다. 북한이 모스크바와 관계를 심화시키면서 북한 군인들이 귀중한 전투 경험을 쌓을 수 있을 뿐 아니라 탄도미사일 기술까지 확보하게 되어 한반도의 안보를 위협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젤렌스키는 서울이 취할 수 있는 최선의 대응은 키이우와의 더욱 긴밀한 협력이라고 주장했다.
한국군은 패트리어트 방공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으며, 이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탄도미사일 공격에 대응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방어선이기도 하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으로 미국의 패트리어트 요격 미사일 재고가 크게 줄어들면서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한국은 단거리 및 중거리 탄도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자체 개발 방공 시스템인 천궁 2호를 배치하고 있다. 게다가 한국은 K9 155mm 자주포와 포탄, 로켓 발사기, 탱크 및 기타 무기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러한 무기들은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유용하게 쓰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한국은 또다시 젤렌스키 대통령의 무기 지원 요청을 거부했다.
한국은 분쟁 지역에 무기를 판매하는 것은 자국법에 위배 된다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인도적 지원 및 기타 비살상 지원으로 제한해 왔다.
하지만 전쟁 초기(윤석열 정권)의 보고서들을 보면 해결책이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워싱턴 포스트는 2023년 12월, 한국이 미국과의 물밑 합의를 통해 우크라이나에 대량의 포탄을 간접적으로 공급했다고 보도했다 .
이 매체는 “최근의 외교적 마찰과 명백한 신뢰 위반은 이와 유사한 비밀 협정을 더욱 가까워지게 할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