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철 시선①] 송·변전시설 교부세, 안성시 건의에 12개 시·군 동참
-안성시, 7월 동참 요청 거쳐 9월 4일 경기도·행안부에 공동 건의 -2017~2019년 운영된 ‘송·변전시설 수요’ 항목 재도입 요구 -시설 주변지역의 행정 수요를 국가 재정 배분에 반영하자는 제안
[뉴스타운/김병철 선임기자] 안성시가 보통교부세 제도개선안을 마련했다. 지난 7월 30일 전국 시·군·구에 동참을 요청했고, 12개 시·군이 의견을 보내왔다. 안성시는 이를 모아 9월 4일 경기도와 행정안전부에 공동 건의서를 제출했다. 13개 시·군의 요구는 2020년 일몰된 ‘송·변전시설 수요’ 항목을 보통교부세 산정에 다시 넣자는 것이다. 건의서를 냈다는 사실과 정부가 제도 변경을 결정했다는 말은 구분해야 한다.
이번 건의가 겨냥한 것은 송전탑 설치 자체에 대한 일회성 지원이 아니다. 송전선로와 변전소 등 전력시설이 있는 지역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한다고 지자체들이 주장하는 행정·재정 수요다. 안성시는 동참 요청 공문에서 관련 민원 중재, 주민복지사업, 주변지역 환경 개선을 지자체의 부담으로 들었다. 시설이 국가 전력망에 필요하더라도 그 주변지역을 관리하는 일은 해당 지자체의 업무로 이어진다는 문제 제기다.
안성시가 제시한 경위는 분명하다. ‘송·변전시설 수요’는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간 보통교부세 산정에 반영됐다. 2020년 일몰됐다. 시설은 계속 존재하는데 산정 항목은 사라졌다는 것이 재도입 건의의 출발점이다. 다만 항목이 없어졌다는 사실만으로 그 뒤 관련 수요가 교부세의 다른 항목에도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바로 그 부분이 정부가 설명해야 할 쟁점이다.
안성시의 요청에 참여한 곳은 경기 양주시·여주시·양평군, 인천 강화군, 강원 태백시·영월군·정선군, 충남 예산군, 전북 장수군·임실군, 경북 포항시·예천군이다. 안성시를 합쳐 13개 시·군이다. 이들은 처음부터 하나의 공동 문서를 작성한 것이 아니라, 안성시가 보낸 제도개선안에 동의하거나 별도 의견을 회신했다. 안성시가 건의안을 만들고 다른 지자체의 동참을 모았다는 순서를 정확히 읽어야 한다.
각 지역이 덧붙인 설명도 같지만은 않다. 여주시는 시설이 장기간 유지되는 만큼 민원 대응과 주변지역 환경 개선에 지속적인 재정 투입이 필요하다고 적었다. 강화군은 시설 주변지역의 환경 개선 등에 따른 행정·재정 수요가 보통교부세에 반영돼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영월군은 2019년 산정 당시 약 1억1000만 원의 관련 수요가 반영됐다며 재도입 필요성에 공감했다. 양평군과 포항시 등은 제도개선안에 동의한다는 뜻을 밝혔다. 동참이라는 공통점 아래에도 각 지자체가 제시한 근거와 설명의 범위는 다르다.
보통교부세는 지방정부가 필요한 행정 경비를 자체 수입으로 충당하기 어려울 때 재정 부족분을 보전하는 제도다. 행정안전부는 기준재정수요액에서 기준재정수입액을 뺀다는 틀로 보통교부세를 설명한다. 이번 건의는 그 계산에서 송·변전시설 주변지역의 수요를 다시 인정해 달라는 요구로 읽어야 한다. 시설 하나에 얼마씩 지급하는 별도 보상사업을 신설해 달라는 내용과는 다르다.
건의안에는 과거 산정 방식도 담겼다. 핵심 지표는 ‘송·변전시설 주변지역 면적’이다. 동참을 요청할 때는 송전철탑 개수, 송전선로 길이, 변전소 전압 등 객관적 지표가 거론됐지만, 실제 재도입을 요구한 산식은 주변지역 면적을 기준으로 제시됐다. 건의의 취지를 설명할 때 두 문서의 표현을 하나의 확정된 산식처럼 섞어서는 안 된다.
13개 시·군이 함께 목소리를 냈다는 사실은 정부가 검토할 만한 이유가 된다. 그렇지만 동참한 모든 지역에 같은 규모의 시설이 있거나 같은 비용이 발생했다는 뜻은 아니다. 지역별 현황과 지출을 같은 기준으로 비교해야 제도 개선의 필요성과 범위가 선명해진다. 공동 건의는 지역별 수요를 정부의 계산 기준 위에 올려놓자는 요청이지, 그 수요의 규모까지 확정한 결과는 아니다.
이번 사안에서 특히 경계할 것은 ‘피해’와 ‘우려’를 구분하는 일이다. 안성시의 동참 요청에는 전자파 우려와 경관, 재산권 문제가 건의 배경으로 적혀 있다. 그 문구만으로 모든 시설 주변에서 건강 피해나 재산 가치 하락이 입증됐다고 쓸 수는 없다. 반대로 개별 피해 조사 결과가 없다는 이유로 지자체가 수행하는 민원 대응과 주변지역 관리 업무까지 없다고 치부할 수도 없다. 보통교부세 논의에서는 확인 가능한 행정 수요를 먼저 정확히 가려야 한다.
정부에 제출된 것은 분명한 제도개선 요구다. 과거에 반영했던 항목을 왜 더 이상 두지 않는지, 그 사이 지역의 수요를 어떻게 계산해 왔는지 설명을 요구할 근거가 생겼다. 13개 시·군의 동참이 곧 재도입의 정답을 뜻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시설이 놓인 지역의 문제 제기를 더 이상 한 지역만의 사정으로 넘기기 어렵게 만든 것도 사실이다.
이 연속 칼럼은 세 단계로 살핀다. 첫째, 안성시의 건의와 12개 시·군의 동참이 무엇을 요구하는지 확인한다. 둘째, 2017~2019년 산정 금액이 실제로 뜻하는 바를 구분한다. 셋째, 정부가 재도입 여부를 판단하면서 어떤 근거를 공개해야 하는지 묻는다. 출발점은 하나다. 전력망을 위해 필요한 시설의 주변지역을 관리하는 일이 있다면, 그 수요가 국가의 재정 배분에서 어떻게 다뤄지는지 보여줘야 한다.
기자메모/ 이번 공동 건의의 주도 주체는 안성시다. 나머지 12개 시·군은 안성시의 제도개선안에 의견을 보내 동참했다. 송·변전시설 수요의 재도입을 건의한 상태이며, 제도 변경이나 추가 교부액은 확정되지 않았다.
본지는 다음 [김병철 시선②]에서 2017~2019년 송·변전시설 수요 산정액과 당시 산식을 살펴본다. 전국 합계와 개별 지자체의 금액을 구분하고, 산정 수요액을 실제 교부액이나 별도 보상금으로 읽어서는 안 되는 이유를 짚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