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섬나라들의 절규, 기온 1.5도 상승은 ‘죽음’
닭과 소는 서로 싸우는 법이 없고, 덩치나 식성이 달라 다툴 일이 없으며, 서로 피해를 주는 관계가 아니다. 이런데 에서 유래한 것인 “소 닭 보듯이 한다”이다. 서로 무심하게 보는 모양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태평양에는 매우 작은 섬들이 많다. 예를 들어 유엔 본부가 위치한 미국 뉴욕시 안에는 태평양 섬나라 마셜 제도 11개, 투발루 30개 정도가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크기라고 한다.
이 작은 섬나라들이 유엔 총회를 계기로 뭉쳐 부자나라, 강한 나라들에 절규하듯 호소한다. 제발 지구 온난화를 인정하고, 선진국들이 앞서 온난화, 기후 재앙을 초래했으니, 거의 배출가스를 내지 않은 청정 섬나라들이 사라지지 않게 지원하라는 목소리이다.
태평양의 이 작은 섬나라들이 지금까지 큰 목소리를 내왔지만, 소 닭 보듯이 무심하게 지나치곤 했다. 그러나 이 작은 섬들은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하며, 온나화 되는 “세계의 야심 역할”(conscience of a warming world)을 하고 있다.
AP통신 최근 보도에 따르면, 수란겔 사무엘 휩스 주니어(Surangel Samuel Whipps Jr.) 팔라우(Palau) 대통령이 최근 자녀들과 함께 헬렌 섬(Helen Island)을 방문했을 때, 섬의 3분의 2가 사라져 있었다고 한다. 헬렌 섬은 팔라우 남서단 하토호베이주에 속하는 작은 섬으로 헬렌 환초(Helen Reef)의 일부이다. 기후 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이 대대로 사람들의 매장지를 삼켜버렸고, 그로 인해 한 민족의 ‘문화와 정체성’이 완전히 사라져 버린 것이다.
휩스 주니어 대통령은 “우리에게는 참으로 참담한 일이다.” 지난 40년 만에 이곳을 방문한 후 금요일 A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이유는 없다.”고 덧붙였다.
유엔 총회라는 세계적인 권력 게임(global power game)에서 팔라우 같은 작은 섬나라들은 종종 변두리에 머물며 강대국들에게 도덕적 조언을 크다면 큰 목소리로 건네지만, 강대국들은 그들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들의 목소리는 아예 묻혀버리고 만다. 생각해 보면, 그들의 나라는 정말 작다. 이제 그들이 가진 얼마 구두의 끈처럼 쥐꼬리만한 땅마저 사라지고 있다.
팔라우 대통령은 불평등한 권력 역학 관계를 언급했지만, 이는 물리적인 측면에도 적용된다. 기후 변화 문제에 있어서 세계 여러 섬 나라들은 목소리를 높이기 위해 연대해 왔다. 그들의 목소리는 지구 온난화에 대한 양심의 역할을 하며, 너무 늦기 전에 탄소 오염을 멈춰야 한다고 호소해 왔다. 국제사회에서 이들의 목소리는 없는 거나 마찬가지로 취급당했다.
* 지구 온난화로 자꾸 사라져 가는 작은 섬나라들
2015년 세계가 역사적인 파리 기후 협약에 서명(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당시)하기 직전, 산업화 이전 시대 대비 지구 온난화 목표치를 섭씨 2도에서 섭씨 1.5도로 강화하는 데 기여한 것은 바로 작은 섬나라들이었다. 당시 섬나라들은 이를 생존의 문제로 여겼다.
과학자들과 유엔은 세계 기온이 향후 1~2년 안에 1.5도 상승 한계선 (수년간 평균 기온)을 넘어설 것이라는 점을 인정했다. 이러한 현상이 영구적으로 지속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향후 수십 년 안에 석탄, 석유, 가스 사용량을 제로(zero)로 줄이는 것이며, 그렇게 함으로써 이번 세기 내에 기온이 ‘1.5도 상승 한계선’ 아래로 다시 떨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그들은 말해 왔다.
작은 섬나라들 연합(Alliance of Small Island States)의 수석 협상가인 안나 라스무센(Anna Rasmussen)은 “기온이 단 1도만 상승해도 돌이킬 수 없는 해수면 상승 위험이 커진다. 우리는 지구 온난화 목표치인 1.5도 달성을 절대 포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1.5도 상승은 무엇을 의미할까?
카리브해 섬나라 세인트키츠네비스(Saint Kitts and Nevis)의 환경부 장관인 조엘 클라크(Joyelle Clarke)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앞에서 “죽음(Death)”이라고 답했다. 세인트키츠 네비스는 카리브해의 리워드 제도에 위치한 두 개의 섬(세인트키츠와 네비스)으로 이루어진 섬나라로, 미주 대륙에서 면적과 인구가 가장 작은 주권 국가이며, 영연방의 일원이다. '소도서국(Small island states)’의 대표적인 예시 중 하나로, 기후 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과 자연재해에 매우 취약한 위치에 처해 있다.
마셜 제도의 힐다 하이네(Hilda Heine)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유엔 총회 연설에서 “이는 불공평하다. 작은 섬나라들이 기후 변화를 일으킨 것이 아니다. 큰 산업 국가들이 원인”이라고 말했다.
하이네 대통령은 동료 지도자들에게 “해수면 상승으로 학교가 파괴되고, 염수가 우물을 오염시키고, 환경 변화와 관련된 질병이 발생하는 것을 목격했다”며, “이러한 불의(不義)는 반드시 해결되어야 한다. 우리 지역사회는 마땅히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그래도 유엔에서 결집하는 작은 섬나라들
이번 주 초, 유엔은 해수면 상승과 관계없이 자근 섬나라들이 ‘주권과 해양 권리’를 지켜야 한다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각국이 전달한 핵심 메시지는 해수면 상승에도 불구하고 작은 섬나라들은 결코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동남아시아 섬나라 동티모르(East Timor)의 기후 문제 특사이자 최빈개도국 기후변화그룹 의장인 아다오 소아레스 바르보사(Adão Soares Barbosa)는 “우리 국가들의 생존은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실현 없는 약속만 반복하는 한 해를 더 견딜 수 없다”고 말했다.
투발루(Tuvalu)의 펠레티 테오(Feleti Teo) 총리는 자국의 면적이 26제곱킬로미터에 불과하지만, 75만 제곱킬로미터에 달하는 해양을 책임지고 있다고 말했다. 투발루의 면적 26제곱킬로미터를 비교해 보면, 한국 부산시 남구(26.81), 서울 영등포(24.57) 정도의 면적만 하다.
테오 총리는 “투발루의 국가 정체성은 협상 대상이 아니다”라고 강조하며, 기후 변화를 자국의 “가장 큰 실존적 위협”이라고 규정하면서 “우리 국민은 결코 조국과 미래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마셜 제도(Marshall Island) 외무장관 칼라니 카네코(Kalani Kaneko)는 자국민이 “결국 고향에 남아 우리 스스로를 양육하고, 우리 고유의 언어를 사용하며, 우리 정체성을 지키는 것 외에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인트키츠네비스 출신의 클라크는 세계 다른 나라들이 섬나라들이 겪고 있는 고통을 느끼거나 보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카리브해와 태평양의 섬들을 보면 낙원을 떠올린다. 2주간의 휴가를 위한 완벽한 장소, 즉 햇살, 모래사장, 바다, 모험을 상상한다.”면서 “하지만 수천 킬로미터를 여행하고 휴가를 위해 돈을 모으는 바로 그 해변들이 사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클라크는 자국의 청소년들과도 함께 일하고 있는데, 그녀는 “우리는 희망을 잃어가고, 끊임없이 절망에 직면하며, '왜 우리가 신경 써야 하지? 당신들도 충분히 신경 쓰지 않고, 세상도 우리의 미래에 충분히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데, 왜 우리가 뭔가를 해야 하지?'라고 의문을 품는 세대를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작은 섬나라들의 이들 미래들에게 미래가 없음을 시사하는 암울한 현실 타개가 시급하다.
이 문제는 팔라우 출신의 휩스 주니어 대통령에게 특히 와닿는 문제다. 그는 성인 자녀는 있지만 손주가 없기 때문이다. “슬픈 점은,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아이를 갖기를 꺼리는 아이들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들로 가득한 세상에 왜 아이를 낳아야 하죠? 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그는 말했다. 휩스 대통령은 “이 또한 우리가 책임져야 할 부분”이라고 힘주어 강조하지만, 국제사회는 이 또한 소 닭 보듯이 할 것 같아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