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가 공개한 북한군 포로 한국행…이재명 "공개 방식 아쉬워"
비공개 합의 놓고 논쟁…북한인권운동가 박지현 씨 “자유의사 따른 한국행 환영해야”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됐던 북한군 병사 2명의 한국행 사실이 우크라이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Volodymyr Zelenskyy)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을 통해 공개되면서 정부의 비공개 방침을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양국이 공개하지 않기로 한 송환 사실이 발표된 데 아쉬움을 나타냈고, 영국에서 활동하는 북한인권운동가 박지현 씨는 당사자들의 자유의사에 따른 한국행을 공개적으로 환영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3일 현지시간 유엔총회 연설에서 우크라이나군이 생포했던 북한군 병사 2명을 최근 대한민국으로 보냈다고 밝혔다.
두 병사는 2025년 1월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됐다. 이후 언론 인터뷰와 한국 탈북민 단체에 전달한 편지 등을 통해 북한으로 돌아가지 않고 한국으로 가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한국과 우크라이나 정상도 포로 처리 과정에서 당사자의 의사를 존중한다는 원칙을 확인했다. 이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7월 정상회담에서 북한군 포로 문제를 논의하면서 당사자의 자유의사를 존중하고 국제법과 인도주의 원칙에 따라 문제를 해결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정부 관계자는 24일 "이 사안은 당사자 및 가족의 신변 안전과 관련된 민감한 사안"이라며 두 병사의 구체적인 입국 시기와 이동 경로 등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 대통령도 24일 엑스(X)에 올린 글에서 "“북한포로 국내송환 문제는 외교, 안보, 한반도 정세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매우 예민한 의제”라고 밝혔다. 이어 “공개로 생길 여러 문제를 생각할 때 비공개하는 것이 모든 면에서 타당했고 그렇게 합의했다”며 “비공개 합의를 어기고 공개한 우크라이나측에 무슨 사정이 있는지는 모르나 많이 아쉽다”고 했다.
반면 박 씨는 정부가 두 병사의 한국행을 보다 적극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씨는 페이스북을 통해 두 사람의 입국을 “자유의 승리”라고 평가하고, 북한으로 돌아가기를 원하지 않은 전쟁포로의 자유의사를 존중해 이뤄진 한국행이라는 점에 의미를 뒀다.
박 씨는 이들을 일반적인 난민 문제와 동일하게 볼 수 없으며 전쟁포로라는 신분과 당사자의 의사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으로 돌아가기를 원하지 않는 당사자를 보호하는 결정을 내렸다면 이를 감출 사안이 아니라고 박 씨는 주장했다.
박 씨는 북한군 포로의 인권 문제와 관련해 영국 외교·영연방·개발부(FCDO·Foreign, Commonwealth & Development Office·영국 외교부)로부터 공식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박 씨가 공개한 게시글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북한군 전쟁포로 처리와 관련해 우크라이나가 국제법과 인도주의 원칙을 준수할 것으로 신뢰한다는 취지의 입장을 전달했다.
박 씨는 "전쟁포로의 송환 문제는 제3제네바협약에 관련 원칙이 규정돼 있다"며 "제118조는 적대행위가 끝난 뒤 전쟁포로를 지체 없이 석방하고 송환하도록 규정한다"고 예를 들었다.
또한 국제적십자위원회(ICRC·International Committee of the Red Cross·국제적십자위원회)는 귀환을 원하지 않는 포로가 돌아갔을 때 생명이나 자유를 위협받을 중대한 이유가 있는 경우 강제송환 금지 원칙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북한으로의 송환을 거부한 전쟁포로의 처리 문제는 6·25전쟁 당시에도 주요 쟁점이었다. 이승만 대통령은 휴전협상이 진행 중이던 1953년 6월 18일 북한으로 돌아가기를 거부한 반공포로 2만7천여 명을 미국과 사전 협의 없이 전격 석방하도록 지시했다. 당시 포로의 강제송환 여부는 휴전협상의 핵심 쟁점 가운데 하나였으며, 이 대통령의 일방적인 석방 조치는 미국과 유엔군 측의 반발을 불러오는 등 휴전협상에도 파장을 일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