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 민선 9기 공약 대해부①] 박승원 114개 공약, 실행계획이 관건
-공약 114건·시민 제안 133건 종합 검토…20대 시민약속·100대 시정과제 제안 -선거공약과 시정과제는 별도 체계…사업별 대응표·재원·이행시점 확인 필요 -기본사회·교통혁신·균형발전 등 제시…신규·계속사업과 책임기관 구분해야
[뉴스타운/김병철 선임기자] 박승원 광명시장이 민선 9기 시정을 시작했다. 광명시 최초의 3선 시장이다. 선거에서 제시한 공약은 114건이다. 광명시는 취임 후 시정혁신기획단을 구성해 이들 공약과 시민 제안을 검토했고, 지난 7월 24일 ‘20대 시민약속·100대 시정과제’를 공개했다.
뉴스타운은 광명시 민선 9기 공약을 분야별로 점검하는 연속기획을 시작한다. 선거공약과 시정과제, 기존 계속사업을 구분하고 사업비와 재원, 추진 단계, 책임기관을 공식자료에 근거해 살펴본다.
여기서 먼저 구분해야 할 대목이 있다. 114개 공약이 100대 시정과제로 단순 축소되거나 전환된 것은 아니다. 시정혁신기획단은 박 시장의 선거공약 114건과 시민 제안 정책 133건을 함께 검토한 뒤 민선 9기 시정목표와 20대 시민약속, 100대 시정과제를 제안했다.
따라서 선거공약 114건과 시정과제 100건은 성격과 구성 기준이 다르다. 두 숫자를 직접 연결해 ‘14개 공약이 줄었다’거나 ‘114개 공약이 100개로 통합됐다’고 단정할 근거는 현재 공개된 자료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민선 9기 공약 검증의 첫 단계는 114개 선거공약과 100대 시정과제의 관계를 밝히는 일이다. 어느 공약이 그대로 반영됐고, 어떤 공약이 다른 사업과 통합됐는지, 시민 제안 가운데 무엇이 새 과제로 채택됐는지를 구분해야 한다. 공약별 대응표와 실천계획이 공개돼야 정확한 판단이 가능하다.
◇ 공약 114건과 시민 제안 133건 함께 검토
광명시는 6월 23일 민선 9기 시정혁신기획단을 출범시켰다. 기획단은 15명의 위원과 28명의 자문위원으로 구성됐다. 따뜻한경제, 평화와미래, 시민주권 등 3개 분과로 나눠 민선 9기의 비전과 정책 방향을 검토했다.
기획단 출범 당시 광명시가 밝힌 검토 대상은 박 시장의 공약 114건과 시민 제안 정책 112건 등 모두 226건이었다. 7월 10일 중간 논의 자료에도 같은 숫자가 제시됐다.
그러나 7월 24일 최종보고회 자료에는 시민 제안 정책이 133건으로 기재됐다. 공약 114건을 더하면 최종 검토 대상은 247건이다. 출범 당시보다 시민 제안이 21건 늘어난 셈이다. 최종보고회까지 추가 제안이 접수됐거나 기존 제안의 분류가 조정됐을 가능성이 있지만, 공개자료만으로는 정확한 증가 사유를 확인하기 어렵다.
이 차이를 곧바로 오류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자료 작성 시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다만 광명시가 시민 참여를 민선 9기의 핵심 가치로 내세운 만큼 133건의 제안 목록과 접수 시점, 검토 결과, 반영 여부를 공개한다면 불필요한 혼선을 줄일 수 있다.
최종보고회에서 기획단은 ‘함께 잘 사는 광명, 미래 100년을 여는 도시’를 시정목표로 제시했다. 민생·평화·연대를 3대 가치로 정하고 이를 20대 시민약속과 100대 시정과제로 구체화했다.
민생 분야에는 기본사회 도시 실현, 통합돌봄 강화, 기업과 사람이 모이는 경제자족도시 조성, 좋은 일자리와 새로운 기회 확대 등이 담겼다. 세부 과제로는 생애주기별 기본서비스, 생활밀착형 돌봄, 광명사랑화폐 활성화, 광명시흥 테크노밸리 첨단산업 거점 조성, 광명시흥 3기 신도시 경제자유구역 지정 추진, 청년 창업과 세대별 맞춤형 일자리 등이 제시됐다.
평화 분야에는 시민 안전, 광역철도망, 인공지능 기반 스마트 교통체계, 광명시흥 3기 신도시, 원도심 생활환경, 문화·체육 기반, 탄소중립 등이 포함됐다.
연대 분야에는 시민참여와 민관협치, 주민자치, 시민주권 제도, 인권도시, 평생학습과 미래교육 환경 조성 등이 담겼다. 민선 9기 시정이 경제와 복지, 교통, 도시개발, 문화, 교육, 환경, 행정 전반을 포괄하는 구조다.
◇ ‘기획단 제안’과 ‘공약 확정’은 다르다
7월 24일 공개된 20대 시민약속과 100대 시정과제는 시정혁신기획단이 광명시에 제안한 민선 9기 운영 청사진이다. 광명시 공식자료도 “이를 토대로 20대 시민약속과 100대 시정과제를 제안했다”고 설명한다.
정책 방향을 제안한 단계와 개별 공약의 실천계획을 확정한 단계는 같지 않다. 기획단 최종보고회가 열렸다는 사실만으로 114개 공약의 사업기간과 총사업비, 연도별 예산, 재원 분담, 성과지표까지 모두 확정됐다고 볼 수 없다.
민선 9기의 실제 공약 목록은 공약실천계획에서 확정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선거공보에 제시된 114건을 그대로 관리할 것인지, 유사 공약을 합치거나 세부사업으로 나눌 것인지도 공약실천계획을 통해 구분해야 한다.
광명시는 민선 8기에도 선거공약 검토와 시정혁신기획단 활동, 시민 의견 수렴을 거쳐 공약실천계획서를 수립했다. 당시에는 시정혁신기획단이 80대 시정과제를 마련했지만, 실제 관리 대상으로 확정된 공약사업은 113건이었다.
이 사례만 보더라도 ‘시정과제 수’와 ‘공약사업 수’가 같지 않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민선 8기의 80대 시정과제가 공약사업 80건을 뜻하지 않았듯, 민선 9기의 100대 시정과제도 공약사업이 정확히 100건으로 확정됐다는 의미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광명시는 민선 8기 공약실천계획 수립 과정에서 80대 시정과제를 결정하고 별도로 113개 공약사업을 확정했다고 공개했다.
따라서 이번 1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은 세 가지다. 박 시장이 선거 과정에서 114건의 공약을 제시했다는 점, 시정혁신기획단이 공약과 시민 제안을 함께 검토했다는 점, 그 결과 20대 시민약속과 100대 시정과제를 제안했다는 점이다.
반대로 현재 공개된 최종보고회 자료만으로 단정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114개 공약 가운데 몇 건이 원안대로 유지됐는지, 몇 건이 통합·조정됐는지, 100대 시정과제에 포함되지 않은 공약이 있는지, 시민 제안 133건 중 몇 건이 실제 정책에 반영됐는지는 공약별 자료를 대조해야 확인할 수 있다.
◇ 3선 시장에게 필요한 것은 ‘계속사업’의 명확한 구분
박 시장은 민선 7기와 8기에 이어 세 번째 임기를 시작했다. 정책의 연속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은 강점이다.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는 도시개발과 철도, 재개발·재건축, 산업기반 조성사업의 진행 과정과 관계기관 협의 내용을 이미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같은 이유로 민선 9기 공약에서는 신규사업과 계속사업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광명시흥 3기 신도시와 광명시흥 테크노밸리, 원도심 재개발·재건축, 광역철도망 등은 민선 9기에 처음 시작된 사업이 아니다. 민선 7·8기부터 이어진 사업이거나 중앙정부와 경기도, LH 등 외부기관이 주요 권한을 가진 사업이다.
계속사업을 민선 9기 공약에 포함하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대규모 개발과 교통사업은 한 번의 임기 안에 마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이전 임기의 성과와 민선 9기의 목표를 나눠야 한다.
현재까지 완료된 행정절차가 무엇인지, 민선 9기 임기 중 달성하려는 단계가 무엇인지, 임기 이후 남는 사업이 무엇인지 공개해야 한다. 이를 구분하지 않으면 기존 사업을 새 공약처럼 보이게 하거나, 관계기관에 건의한 사실을 실제 이행성과처럼 평가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특히 광역철도와 3기 신도시, 경제자유구역 지정 등은 광명시가 단독으로 확정할 수 없는 사안이다. 국가계획 반영, 관계기관 협의, 각종 심의와 승인, 사업시행자의 결정이 필요하다.
이런 사업은 ‘완공’과 ‘착공’, ‘계획 반영’, ‘승인 신청’, ‘관계기관 협의’를 구분해야 한다. 광명시가 임기 내 달성하겠다는 목표가 어느 단계인지 명시해야 시민도 공약의 이행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 114개 공약의 총사업비부터 공개해야
민선 9기 공약 검증에서 가장 중요한 자료는 재정계획이다. 114개 공약 전체에 얼마가 필요한지, 그중 광명시가 부담할 금액은 얼마인지가 먼저 나와야 한다.
기본사회와 통합돌봄, 지역화폐, 청년·일자리 정책은 해마다 운영비가 들어간다. 철도와 도로, 문화·체육시설, 도시개발은 대규모 시설비와 장기간의 행정절차가 필요하다. 성격이 다른 사업을 단순히 공약 개수로만 계산해서는 실제 부담을 알기 어렵다.
공약별 총사업비와 함께 국비·도비·시비·공공기관 재원·민간자본을 구분해야 한다. 이미 확보된 예산과 앞으로 확보해야 할 재원도 나눠야 한다.
국비와 도비는 광명시가 계획했다고 자동으로 확보되는 돈이 아니다. 정부와 경기도의 예산 편성, 공모 선정, 심의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민간자본 역시 투자협약이나 사업계획만으로 확보가 완료됐다고 볼 수 없다.
계속사업은 총사업비 전체를 민선 9기 투자액처럼 표시해서는 안 된다. 민선 9기 이전에 투입된 금액, 이번 임기 중 투입할 금액, 임기 종료 후 필요한 금액을 각각 구분해야 한다.
광명시는 민선 8기 때 공약별·연도별 예산 배분과 국비·도비·시비를 포함한 재원 대책을 ‘공약가계부’로 공개했다. 민선 9기에도 같은 수준 이상의 자료가 필요하다.
◇ 공약관리체계도 실제 작동해야 한다
광명시에는 공약 추진과 평가를 위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돼 있다. 시는 민선 8기 당시 공약실천 기본조례를 정비하고 공약실천계획 수립, 추진 상황 점검, 주민배심원제 운영 등의 관리체계를 구축했다.
민선 9기에도 이 체계가 이어진다면 공약실천계획 수립 과정부터 시민에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 공약을 확정한 뒤 결과만 알리는 방식보다 조정 사유와 재정 여건, 시민 의견의 반영 과정을 함께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
공약은 추진 과정에서 변경될 수 있다. 법령 개정이나 정부 정책 변화, 재정 여건, 관계기관 협의 결과에 따라 사업 규모와 일정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변경 자체를 모두 공약 후퇴로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변경에는 근거와 절차가 따라야 한다. 무엇이 달라졌는지, 왜 변경했는지, 시민 의견을 어떻게 들었는지, 공약이행평가단이 어떤 판단을 했는지를 공개해야 한다. 사업명을 바꾸거나 다른 과제에 통합하는 방식으로 당초 약속의 이행 여부가 불분명해져서는 안 된다.
◇ 필요한 것은 114개 공약 대응표다
민선 9기 첫 공약 검증에서 광명시가 제시해야 할 핵심 자료는 복잡하지 않다.
114개 선거공약 원문과 최종 공약사업 목록, 100대 시정과제와의 대응 관계, 신규·계속사업 구분, 담당 부서와 협력기관, 총사업비와 재원 구성, 연차별 추진계획, 임기 내 목표와 최종 완료 시점이다.
공약이 통합됐다면 통합된 사업명을 표시하고, 조정 또는 제외됐다면 그 사유와 결정 절차를 공개해야 한다. 시민 제안이 새로운 과제로 반영됐다면 제안 내용과 반영 결과도 구분할 필요가 있다.
박 시장은 민선 9기의 시정목표로 ‘함께 잘 사는 광명, 미래 100년을 여는 도시’를 제시했다. 기본사회와 돌봄, 경제자족, 교통혁신, 균형발전, 문화·체육, 탄소중립, 시민주권을 포괄하는 방향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방향을 뒷받침할 실행표다. 114개 공약이 각각 어디에서 출발해 임기 안에 어디까지 도달할 것인지, 그 과정에 얼마가 들어가고 누가 책임지는지를 밝혀야 한다.
공약은 발표할 때보다 관리할 때 무게가 드러난다. 광명시 민선 9기에 대한 평가는 114라는 숫자나 ‘미래 100년’이라는 구호만으로 이뤄질 수 없다. 공약실천계획서와 예산서, 의회 심의, 관계기관 협의문서, 연차별 이행자료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
박승원 시장에게 세 번째 임기는 새로운 가능성을 설명하는 시간만은 아니다. 지난 두 번의 임기에서 이어진 사업을 어디까지 완성하고, 새롭게 제시한 약속을 어떤 재원과 일정으로 실행할지 증명해야 하는 시간이다.
기자메모/ 민선 9기 공약 114건과 100대 시정과제는 같은 분류의 숫자가 아니다. 100대 시정과제는 시장 공약과 시민 제안을 함께 검토해 마련한 시정 운영안이다. 정확한 평가는 광명시가 확정한 공약실천계획과 공약별 대응표가 공개된 뒤 가능하다.
본지는 다음 [광명 민선 9기 공약 대해부②]에서 광명시흥 3기 신도시를 집중 점검한다. 주택공급과 자족용지, 교통대책, 기반시설, 원주민 재정착 방안을 살펴보고 국토교통부·LH·경기도·광명시의 권한과 책임을 구분한다. 특히 광명시가 직접 결정할 수 있는 사업과 관계기관 협의가 필요한 사업을 나눠 박승원 시장이 임기 안에 책임져야 할 목표가 무엇인지 확인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