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왕릉도 가을맞이 ‘이발’…경주 고분 14만㎡ 잔디 손질
- 대릉원 등 14만㎡ 예초작업…연중 5차례 왕릉 잔디 관리 - 가파른 봉분은 직접 예초기 메고 작업…문화유산·경관 보존
천년고도 경주의 신라 왕릉들이 가을을 앞두고 일제히 ‘이발’에 들어갔다. 작업자들이 가파른 봉분을 오르내리며 웃자란 잔디를 직접 깎는 작업으로, 올해 관리 대상만 축구장 약 20개 규모인 14만1천736㎡에 달한다.
경주시는 대릉원 지구의 대릉원·천마총과 황남고분군, 노동·노서고분 일원에서 사적지 경관과 문화유산 관리를 위한 예초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16일 밝혔다.
이번 작업은 여름철 빠르게 자란 풀과 잡초를 제거하고 신라 고분군의 녹지와 봉분 상태를 관리하기 위해 실시된다.
올해 예초 대상 면적은 노동·노서고분 3만4천732㎡, 황남고분군 5만9천789㎡, 대릉원·천마총 4만7천215㎡ 등 모두 14만1천736㎡다.
일반적인 평지의 잔디 관리와 달리 왕릉과 고분의 봉분은 작업 대부분을 사람의 손에 의존해야 한다.
평탄한 구간에서는 작업자가 뒤에서 밀며 사용하는 핸드가이드식 장비를 활용할 수 있지만 경사가 있는 봉분과 사면에는 대형 장비를 투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작업자들은 배부식 예초기를 등에 메고 봉분의 경사면을 직접 오르내리면서 잔디를 깎는다. 고분의 형태를 따라 이동해야 하는 만큼 평지보다 작업 난도도 높다.
특히 대릉원·천마총은 전체 예초 대상 4만7천215㎡ 가운데 봉분 면적이 4만6천32㎡에 달한다. 전체 작업구역의 약 97.5%가 봉분인 셈이어서 대부분의 구간에서 작업자가 직접 예초기를 이용해야 한다.
왕릉의 잔디를 깎는 모습은 관광객에게는 이색적인 풍경이지만 예초작업은 단순히 외관을 정돈하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니다.
웃자란 풀과 잡초를 주기적으로 제거해 고분 주변의 녹지 환경을 관리하고 봉분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살피는 문화유산 관리 작업의 하나다.
작업 이후 관리도 이어진다. 경주시는 예초 과정에서 발생한 잔디와 각종 부산물을 현장에 그대로 두지 않고 별도로 수거해 처리하고 있다.
예초는 한 차례로 끝나지 않는다. 경주시는 계절별 잔디와 잡초의 생육 상황 등을 고려해 해당 사적지를 대상으로 연간 모두 5차례 작업을 실시하고 있다.
대릉원 일대는 신라 왕릉과 고분이 밀집한 경주의 대표적인 역사문화 공간인 동시에 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이다. 이에 따라 문화유산의 형태를 유지하면서 관람객에게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는 일상적인 관리 작업도 중요하다.
경주시는 이번 가을 예초작업을 통해 대릉원과 황남고분군, 노동·노서고분의 경관을 정비하고 고분과 주변 녹지에 대한 관리도 지속할 방침이다.
화려한 발굴이나 복원사업과 달리 눈에 잘 띄지 않지만, 14만㎡가 넘는 고분군의 잔디를 해마다 반복해 손질하는 작업 역시 천년 신라 문화유산을 유지하기 위한 현장 관리의 한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