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 ‘K-그래핀 상용화 협의체’ 출범식 개최...그래핀 기술의 상용화와 산업생태계 조성 본격 추진
- 26개 기업 및 기관 참여해 소재·수요기업 간 협력 및 응용제품 공동 개발 추진 - 4대 전략 수립해 국가첨단전략기술 지정 및 ‘포항 그래핀밸리’ 조성 박차 - 포스텍·나노융합기술원 인프라 활용해 실증부터 제품화·양산까지 전주기 지원
국내 반도체 수출이 지난해 1천734억달러를 넘어 역대 최대를 기록하는 등 첨단산업의 성장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포항시가 그래핀 기술을 실제 제품과 양산으로 연결하기 위한 산업 생태계 구축에 나섰다. 소재기업과 수요기업, 연구기관을 하나의 협력망으로 묶어 연구개발에 머물렀던 그래핀 기술의 실증과 사업화를 앞당기겠다는 구상이다.
포항시는 14일 나노융합기술원 컨퍼런스홀에서 ‘K-그래핀 상용화 협의체’ 출범식을 열고 그래핀 산업 육성과 기업 간 공동사업 발굴을 본격화했다.
이날 행사에는 박용선 포항시장과 양금희 경북도 경제부지사, 김철수 포항시의회 의장을 비롯해 중앙부처와 포스텍, 나노융합기술원, 지역 경제계 및 기업 관계자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협의체에는 그래핀스퀘어를 비롯한 소재·장비기업과 배터리, 바이오, 인공지능 등 응용 분야 기업 26개사가 참여했다. 포항시는 향후 수요기업 참여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소재 개발부터 실제 제품 적용까지 연결되는 협업 구조를 구축할 계획이다.
그래핀 산업이 최근 다시 주목받는 배경에는 첨단산업의 고성능화가 있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2025년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은 1천734억8천만달러로 전년보다 22.1% 증가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AI 서버 투자 확대와 고부가 메모리 수요 증가가 주요 배경으로 꼽혔다.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 전자제품의 성능이 높아질수록 발열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제어하느냐가 중요한 기술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산업부가 지난 7월 발표한 ‘그래핀 상용화 기술로드맵’도 그래핀의 높은 전도성을 활용해 첨단산업의 열관리 문제를 해결하는 분야를 초기 상용화 목표로 제시했다. 이후 적용 분야를 첨단산업 전반으로 확대한다는 방향이다.
그래핀은 뛰어난 전기·열전도성과 얇고 유연한 구조 때문에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등 다양한 산업에 적용할 가능성이 높은 소재로 평가받는다. 국가기술표준원에 따르면 그래핀은 탄소 원자가 단층 평면구조로 결합한 나노소재로, 전기전도성이 구리보다 약 100배 높고 열전도성도 매우 뛰어난 특성을 지닌다.
그러나 우수한 물성이 곧바로 시장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산업부는 올해 그래핀 산업화 네트워크를 가동하면서 수요기업이 요구하는 물성과 품질 기준을 명확히 하고, 실증과제를 발굴하는 동시에 상용화 과정의 애로사항을 함께 해결하는 것이 핵심 과제라고 밝혔다. 기술개발보다 실제 수요기업의 채택과 양산 검증이 산업화의 관건이라는 의미다.
포항의 K-그래핀 상용화 협의체도 이러한 문제를 지역 차원에서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소재기업과 수요기업을 직접 연결해 시장이 요구하는 제품을 공동 개발하고 포스텍과 나노융합기술원이 보유한 전문인력과 시설·장비를 활용해 공정 실증과 제품화를 지원한다.
포항시는 이날 산업생태계 고도화와 실증·표준 인프라 구축, 수요주도형 생태계 확장, 글로벌 선도 혁신환경 조성 등 4대 전략을 담은 ‘포항시 그래핀 산업 육성 로드맵’도 발표했다.
표준화는 그래핀 상용화 과정에서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제조사마다 소재의 크기와 두께, 순도, 전기적 특성 등이 달라질 경우 수요기업이 성능을 비교하거나 양산제품에 적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국가기술표준원은 2024년 그래핀과 탄소나노튜브 등 국내 핵심 나노소재 기술 4종을 국제표준안으로 신규 제안하는 등 측정·평가 기준의 국제표준화를 추진해 왔다.
정부 차원의 산업화 움직임도 올해 본격화됐다. 산업부는 지난 6월 한국에서 처음 열린 글로벌 그래핀 기술교류회에 유럽 전문기관과 7개국 110개 수요·공급기업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이어 7월에는 산·학·연이 참여하는 ‘그래핀 산업화 네트워크’를 출범시켜 초기 수요 창출과 실증 지원에 나섰다.
이날 포항 행사에서는 엠씨케이테크와 알파그래핀, 에이배리스터컴퍼니 등이 그래핀 응용제품 개발과 사업화 사례를 소개했다. 이어 참여기업 26개사와 포항시, 경상북도, 나노융합기술원은 그래핀과 2차원 나노소재의 기술개발부터 실증, 사업화, 양산까지 이어지는 생태계를 함께 구축한다는 공동선언에 참여했다.
국내 소재·부품·장비 정책도 단순 국산화에서 공급기업과 수요기업의 공동개발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정부가 마련한 2026~2030년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 기본계획은 공급망 안정과 첨단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술개발과 생산, 조달 전 과정에서 기업 간 협력을 확대하고 생태계형 협력모델을 추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포항시는 이러한 정부 정책과 연계해 그래핀의 국가첨단전략기술 지정을 추진하고 기업 집적과 공동 실증사업을 확대해 ‘포항 그래핀밸리’ 조성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포스텍과 나노융합기술원, 포항테크노파크 등 지역 연구기관도 기업의 기술 수요와 애로사항을 반영한 공동사업 발굴에 참여한다.
행사 이후 참석자들은 나노융합기술원의 시설을 살펴보고 협의체 운영방향과 실증·사업화 지원방안을 논의했다.
그래핀은 오랜 기간 ‘꿈의 신소재’로 불렸지만 실제 산업에서는 가격 경쟁력과 대량생산, 균일한 품질, 수요기업 확보가 상용화의 장벽으로 지적돼 왔다. 산업부가 올해 별도의 기술로드맵과 산업화 네트워크까지 가동한 것도 이러한 ‘연구와 시장 사이의 간극’을 줄이기 위한 조치다.
포항이 추진하는 협의체 역시 참여기업 숫자보다 공동 실증을 거친 제품이 실제 반도체·배터리·바이오 등 수요산업의 양산공정에 얼마나 채택되는지가 핵심 성과가 될 전망이다. 반도체 수출이 1천700억달러를 넘어선 상황에서 그래핀과 같은 차세대 소재를 국내 공급망과 연결하는 작업이 지역 신산업 육성을 넘어 국가 첨단산업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