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주민 100여 명 원전사고 가정 실제 대피…방사능방재 훈련

경주 원전 방사선 비상 상황 설정…대피·구호소 이동·방사선 영향검사 전 과정 점검

2026-09-10     이상수 기자

경주 월성원전에서 방사선 비상이 발생해 포항까지 주민보호조치가 필요한 상황을 가정한 대피훈련이 실시됐다. 포항은 월성원전 방사선비상계획구역에 포함돼 있어 실제 사고 발생 시 상황 전파와 주민 대피, 방사선 영향검사 등을 신속하게 가동해야 하는 지역이다.

포항시와 원자력안전위원회는 10일 포항 동해다목적체육관 일원에서 한국원자력의학원 등 관계기관과 주민 약 200명이 참여한 가운데 ‘2026년 방사능방재 연합훈련’을 실시했다.

훈련은 원전에서 방사선 비상이 발생한 뒤 방사성 물질의 영향으로 포항지역에 주민보호조치가 필요한 상황을 전제로 진행됐다. 초기 상황 전파부터 주민 집결, 대피지역 이동, 구호소 운영, 방사선 영향검사와 갑상샘방호약품 배포까지 실제 재난 때 적용되는 절차를 단계별로 점검했다.

특히 방사선비상계획구역에 포함되는 오천읍 주민 100여 명이 직접 대피 과정에 참여했다. 주민들은 비상상황을 전달받은 뒤 지정 장소로 이동하고 구호소에서 방사선 검사를 받는 등 실제 상황을 가정한 주민보호 절차를 체험했다.

방사선비상계획구역은 원전 사고 때 주민보호대책을 집중적으로 준비하기 위해 사전에 설정하는 지역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 기준으로 원전 주변 3~5㎞는 예방적보호조치구역, 약 20~30㎞는 긴급보호조치계획구역으로 구분된다. 후자의 경우 방사능 영향평가와 환경감시 결과를 바탕으로 대피나 옥내대피 등 긴급 보호조치가 결정된다.

월성원전의 방사선비상계획구역은 지형과 도로망, 인구분포 등을 고려해 약 21~30㎞ 범위로 설정돼 있다. 경북에서는 경주시와 포항시가 포함되고 울산지역 일부도 계획구역에 들어간다. 이에 따라 원전 소재지가 아닌 포항 역시 방사능재난에 대비한 별도의 주민보호체계를 갖춰야 한다.

이번 훈련에서는 지방자치단체와 원자력 관계기관 사이의 정보 전달이 실제 현장에서 제대로 이어지는지도 점검했다. 주민보호조치 결정과 전파, 대피차량 이동, 교통통제, 구호소 설치와 운영 등 여러 기관이 동시에 움직여야 하는 절차가 집중 점검 대상이 됐다.

원전 재난 대응에서 주민의 직접 참여가 중요한 이유는 사고 초기 행동에 따라 피폭 가능성과 현장 혼란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 역시 원자력 안전정책에서 ‘명확하고 현실성 있는 방사능방재 체계 수립’과 맞춤형 대국민 교육을 주요 추진전략으로 제시하고 있다.

국내 에너지 체계에서 원자력이 차지하는 비중도 큰 만큼 비상대응체계의 실효성 확보는 사회적 안전 문제와 직결된다.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2025년 국내 원전 설비용량은 2만6,050MW였고 원자력 발전량은 18만4,693GWh로 국내 전체 발전량의 31.01%를 차지했다. 같은 해 말 기준 월성과 신월성에서는 모두 5기의 원전이 운영 대상에 포함돼 있었다.

10일 현재 한국수력원자력의 실시간 운영정보에는 월성 2·4호기가 계획예방정비 중이고 월성 3호기와 신월성 1·2호기가 정상 운전 중인 것으로 안내돼 있다. 이번 훈련은 실제 이상 발생에 따른 것이 아니라 원전 사고 상황을 가정해 주민보호체계를 점검하기 위한 방재훈련이다.

방사능재난은 일반적인 재난과 달리 방사선량 측정과 오염 여부 확인, 갑상샘방호약품 배포 등 전문적인 보호조치가 뒤따른다. 특히 실제 대피가 필요한 경우 다수 주민이 동시에 이동하게 돼 교통통제와 구호소 수용능력, 이동이 어려운 고령자와 장애인 등 취약계층의 지원방안까지 사전에 점검할 필요가 있다.

김대원 포항시 안전총괄과장은 방사능재난 초기에는 신속한 정보 전달과 주민 대피, 관계기관 간 협력이 중요하다며 이번 훈련에서 확인된 현장 불편과 개선사항을 주민보호체계에 반영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포항시는 이번 훈련 결과를 토대로 방사능방재계획과 주민보호대책을 보완하고 관련 교육과 훈련을 계속할 방침이다. 포항이 실제 월성원전 방사선비상계획구역에 포함된 만큼 앞으로는 반복적인 주민 참여훈련과 대피경로 점검, 취약계층별 세부 대피계획을 얼마나 현실적으로 구축하느냐가 방재체계의 실효성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