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철 시선①] 경기도, 재정위기를 체질 개선의 기회로…31개 시·군과 공동 회복 나선다

-세출 구조조정으로 민생·돌봄·안전 재원 우선 확보 -31개 시·군과 2027년 예산 방향 공유…재정 운용 효율화 -자체세입 확충과 지방소비세 인상으로 중장기 해법 모색

2026-09-09     김병철 기자

[뉴스타운/김병철 기자] 경기도가 세수 감소와 경직성 지출 증가로 어려워진 재정 상황을 공개하고 본격적인 체질 개선에 나섰다. 지방채와 기금을 활용해 필수사업을 유지한 데 이어 세출 구조조정, 신규 세원 발굴, 지방세 제도 개선을 함께 추진하며 단기 위기 대응과 중장기 재정 정상화를 동시에 준비하고 있다.

이번 대응에서 주목할 점은 재정 상황을 감추거나 단기 처방에 머물지 않았다는 데 있다. 경기도는 지난 8월 재정 비상 상황을 공식 선언하고 지방채 발행액과 기금 활용 규모, 세수결손 전망, 감액 필요액 등을 공개했다. 이어 재정위기 극복 전략 태스크포스를 가동하고 31개 시·군과 2027년 예산편성 방향을 공유했다. 재정위기를 경기도만의 문제가 아닌 도와 시·군이 함께 풀어야 할 공동 과제로 확장한 것이다.

숫자는 경기도가 왜 선제적 대응에 나섰는지를 보여준다.

경기도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도의 통합재정수지는 2022년 이후 매년 1조 원을 크게 웃도는 적자를 기록했다. 도 세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취득세는 2022년 11조 원에서 2026년 8조 원 수준으로 감소했다. 경기도가 산정한 감소율은 25.9%다. 2026년에는 취득세 등 지방세에서 약 3,000억 원의 세수결손이 예상됐다.

세입은 감소했지만 복지·돌봄·교통·교육·안전 분야의 지출 수요는 계속됐다. 국비 매칭사업과 시·군 조정교부금, 법정·의무지출처럼 경기도가 임의로 줄이기 어려운 예산도 적지 않다. 추미애 경기도지사는 8월 5일 기자회견에서 당시 경기도 전체 예산을 약 41조7,000억 원, 도가 정책적 판단에 따라 자체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재원을 약 3조5,000억 원이라고 설명했다.

경기도는 이 같은 상황에서 필수사업을 중단하기보다 가용재원을 활용해 도민 생활을 지키는 방향을 선택했다.

2025년에는 20년 만에 지방채를 발행했다. 세 차례에 걸친 발행액은 총 9,430억 원으로, 경기도가 밝힌 발행한도 9,460억 원의 99.6% 수준이다. 같은 해 각종 기금 약 5,588억 원도 통합계정을 거쳐 일반회계 등에 활용했다.

두 재원은 성격이 다르다. 9,430억 원은 채권 발행을 통해 조달한 지방채이고, 5,588억 원은 각종 기금의 여유재원을 통합계정으로 운용한 금액이다. 이를 단순히 합산해 1조5,018억 원의 빚을 냈다고 표현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다만 세입 감소 속에서도 필요한 사업과 재정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활용 가능한 수단을 적극적으로 동원했다는 점은 분명하다.

경기도는 2026년에도 민생·복지사업을 안정적으로 이어가기 위해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을 활용했다. 8월 26일 공개한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에는 통합재정안정화기금 750억 원 차입이 반영됐다. 도는 이를 통해 노인장기요양 시설급여 996억 원을 확보하겠다고 설명했다. 재정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어르신 돌봄과 같은 필수 복지사업을 우선 보호하겠다는 취지다.

세출 구조조정도 단순한 예산 삭감에 그치지 않았다. 경기도는 8월 19일 도의회에 제출한 총 42조2,420억 원 규모의 제2회 추경안에서 기존 사업 5,465억 원을 조정했다. 추미애 지사가 8월 5일 언급한 약 7,700억 원은 당시 예상한 감액 필요 규모이고, 5,465억 원은 실제 추경안에 반영한 세출 구조조정 규모다.

경기도는 선거관리위원회 위탁금 미교부액 236억4,800만 원, 부곡 국지도건설 보상비 190억 원, 경기신용보증재단 출연금 163억5,000만 원 등을 감액했다. 행정운영경비도 222억 원 줄였으며 3급 이상 고위공직자의 업무추진비 4억 원도 조정했다. 경기도의회 역시 국외여비 14억 원과 인건비 9억 원을 자체 삭감하며 재정위기 대응에 동참했다.

경기도는 이렇게 마련한 재원을 도민 생활과 밀접한 분야에 다시 배분했다. 2026년 본예산에서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던 취약계층 생계·돌봄과 도민 안전사업에 2,464억 원을 편성했다. 저출산 대응과 필수 복지·의료에는 863억 원, 집행이 시급한 철도·도로 사회간접자본에는 298억 원을 반영했다.

이는 불필요하거나 집행이 늦어진 사업을 줄이고 생계·돌봄·의료·안전처럼 중단하기 어려운 분야를 우선 보호하려는 재정 운용이다. 다만 해당 금액은 제393회 임시회에 제출된 추경예산안 기준인 만큼 도의회 심의와 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경기도의 대응은 2027년 예산편성에서도 이어진다. 도는 9월 3일 31개 시·군 부단체장 영상회의를 열어 재정 상황을 공유하고 공동 대응을 요청했다. 법정의무사업을 제외한 기존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유사·중복사업은 정비하며 집행이 부진한 사업은 원칙적으로 편성하지 않는 방향을 제시했다.

국고보조 신규·확대사업의 도비 부담을 최소화하고, 도비 보조율이 30%를 초과하는 시·군 보조사업에는 기준보조율 30% 적용을 추진하는 방안도 내놨다. 도의 의무부담 근거가 없는 국고보조사업에 대한 도비 지원도 단계적으로 정비한다는 계획이다.

이 과정은 도비를 일률적으로 줄이는 데 목적을 둬서는 안 된다. 시·군의 재정 여건과 주민 수혜 규모, 사업의 필요성을 함께 살펴야 한다. 재정자립도가 높은 도시와 농촌·도농복합도시가 같은 비율로 사업비를 조정할 경우 실제 충격은 다르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가 31개 시·군과 예산편성 방향을 사전에 공유한 만큼 앞으로는 사업별 도비 조정 규모와 시·군비 부담, 주민 서비스에 미치는 영향을 세밀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 필수 복지와 대중교통, 재난안전, 지역 의료처럼 도민 생활에 직접 연결되는 사업은 우선 보호하고, 중복사업과 집행 부진사업은 과감하게 정리하는 선택과 집중이 요구된다.

경기도는 세출 조정만으로 재정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는 판단 아래 자체세입 확충에도 나섰다. 재정위기 극복 전략 TF는 2027년부터 2030년까지 체납관리 강화, 임대용 자동차 등록 유치, 신규 세원 발굴, 공기업 배당 등을 통해 1조 원 이상의 추가 세입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는 매년 1조 원이 아니라 4년간 누적 목표다.

지방소비세율을 높이는 방안도 중장기 과제로 추진한다. 현재 25.3%인 지방소비세율을 민선 9기 임기 안에 40%까지 올리는 방안이다. 경기도는 지방세법 제69조가 개정될 경우 연간 약 1조4,000억 원의 추가 재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지방소비세 인상은 법 개정과 중앙정부·국회, 다른 지방정부의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아직 확보된 재원은 아니지만 부동산 거래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 취득세 의존도를 낮추고 지방정부의 안정적인 세입 기반을 확대한다는 점에서 논의할 가치가 있다.

담배소비세 가운데 지방교육세 부분의 세목 전환, 법인세의 5%를 광역지방정부 재원으로 배분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단기적인 예산 절감뿐 아니라 중앙과 지방의 세원 배분구조까지 바꾸겠다는 접근이다.

세출 분야에서는 3년 이상 계속된 사업의 원점 재검토, 도와 시·군 간 유사·중복사업 정비, 대규모 사업의 추진방식 재검토, 평가가 낮은 사업의 감액·일몰을 추진한다. 새로운 사업에는 재원조달계획을 함께 제시하는 페이고 원칙을 2027년 예산에 적용할 방침이다.

경기도가 추진하는 재정 정상화가 성과를 내려면 투명한 정보공개도 병행돼야 한다. 지방채 9,430억 원의 사업별 투입액과 금리·만기, 원금과 이자 상환계획을 공개하고 기금 5,588억 원도 기금별 이동액과 반환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 재정 상황과 회복 과정을 도민에게 정확히 설명할수록 구조조정에 대한 신뢰도 높아질 수 있다.

경기도의 재정 비상 선언은 위기의 끝이 아니라 재정구조를 새롭게 설계하는 출발점으로 봐야 한다. 세입 감소를 공개하고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는 한편 민생·돌봄·안전예산을 보강한 것은 재정의 우선순위를 다시 세우는 과정이다. 자체세입 확충과 지방소비세 제도 개선까지 추진하는 것은 단기 대응을 넘어 안정적인 재정 기반을 마련하려는 시도다.

중요한 것은 경기도와 31개 시·군이 함께 회복하는 것이다. 경기도의 재정이 개선되더라도 시·군 부담이 커지고 주민 사업이 위축된다면 완전한 정상화라고 보기 어렵다. 도와 시·군이 사업의 필요성과 재정부담을 함께 점검하고 지역별 여건에 맞는 조정안을 마련해야 한다.

경기도가 위기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31개 시·군과 해법을 공유한다면 현재의 재정위기는 낡은 사업을 정리하고 세입구조를 개선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세출 효율화, 필수사업 보호, 자체세입 확대, 중앙·지방 세원 조정이 함께 추진될 때 경기도 재정은 다시 지속 가능한 궤도에 오를 수 있다.

본지는 다음 [김병철 시선②]에서 2025년 경기도가 발행한 지방채 9,430억 원이 어떤 사업에 투입됐는지 살펴본다. 세 차례 지방채의 발행 시기와 금액, 금리와 만기, 사업별 투자액과 상환계획을 확인하고 해당 재원이 민생과 지역발전 사업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했는지 검증할 예정이다. 이어 기금 활용, 세입 추계, 민생사업 편성, 세출 구조조정, 31개 시·군 도비 조정의 영향을 차례로 살펴보며 경기도가 추진하는 재정 정상화 정책이 도와 시·군의 공동 회복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점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