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 ‘2026 세계국가유산산업전’ 개최... AI와 강연, 포럼을 결합한 다양한 프로그램 선보여

- AI 활용 국가유산 단편영화 11편 상영…새로운 콘텐츠 가능성 제시 - 장동선·이세돌 대중강연·헤리티지 미래포럼 등 세부 프로그램 공개

2026-09-07     이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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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이 콘텐츠 제작 현장에 빠르게 확산하는 가운데, 천년 고도 경주에서 국가유산을 AI로 재해석한 영화와 전문가 강연을 통해 기술과 인간, 문화유산의 관계를 살펴보는 자리가 마련된다.

경주시는 오는 10일부터 12일까지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와 경주 일원에서 열리는 ‘2026 세계국가유산산업전’에서 AI 영화 상영과 대중강연, 산업 포럼 등을 운영한다고 7일 밝혔다.

올해 행사는 ‘유산에서 산업으로, 10년의 도약’을 주제로 열린다. 국가유산청과 경상북도, 경주시가 주최하고 국립문화유산연구원과 경주화백컨벤션센터가 주관한다. 올해로 개최 10주년을 맞아 기존 전시와 기업 비즈니스 프로그램을 넘어 기술과 콘텐츠가 국가유산 산업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조명하는 프로그램을 확대했다.

대표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는 11일 오후 5시 보문단지 씨네Q에서 열리는 ‘헤리티지 AI 시네마’다. AI 기술을 활용해 국가유산을 새롭게 해석한 단편영화 11편을 상영하며, 전통적인 기록·복원 방식에서 벗어나 AI가 문화유산을 새로운 영상 콘텐츠로 확장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AI를 활용한 창작은 이미 국내 콘텐츠산업에서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2,513개 콘텐츠 사업체를 조사한 결과 2025년 상반기 생성형 AI 활용률은 20.0%로, 2024년 하반기보다 7.1%포인트 높아졌다. 게임산업의 활용률은 41.7%, 방송·영상산업은 30.8%로 나타났다. 생성형 AI를 사용하는 사업체의 99.0%는 앞으로도 지속해서 활용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이 같은 변화는 국가유산 분야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국가유산청은 국가유산을 활용한 디지털 콘텐츠 제작을 위해 3차원 데이터와 디지털 원천자원을 제작·보급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25년에도 덕수궁과 창덕궁, 창경궁 등 주요 국가유산의 디지털 콘텐츠 제작에 활용할 수 있는 원천자원을 구축했다.

AI 활용이 확대되면서 문화유산의 접근성을 높이고 새로운 콘텐츠를 만드는 기회가 커지는 동시에 원형 왜곡이나 역사적 사실성, 저작권과 창작자 역할 등에 대한 논의도 필요해지고 있다. 국가유산처럼 역사적 맥락과 사실성이 중요한 분야에서는 기술적 완성도뿐 아니라 어떤 자료를 토대로 어떻게 재현했는지를 투명하게 설명하는 과정도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를 시민 눈높이에서 다루는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12일 오후 2시 열리는 대중강연 ‘유산의 재발견’에는 뇌과학자 장동선 박사와 이세돌 전 프로바둑기사가 연사로 참여한다.

두 연사는 급변하는 AI 환경에서 인간만이 가진 경험과 판단의 의미, 기술 발전 속에서도 문화유산이 지속적으로 보존되고 전승돼야 하는 이유 등을 각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설명할 예정이다. 산업 관계자뿐 아니라 일반 관람객도 참여할 수 있도록 대중강연 형식으로 진행된다.

특히 이세돌 전 프로기사는 2016년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 알파고와의 대국을 통해 AI 기술의 발전 가능성을 대중에게 각인시킨 인물이다. 당시 인간과 AI의 경쟁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10년이 지난 현재는 실제 산업과 창작 현장에서 AI를 어떤 방식으로 활용하고 인간의 역할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가 주요 과제로 옮겨가고 있다.

국가유산 산업의 향후 방향을 논의하는 ‘헤리티지 미래포럼’도 11일 오후 2시 열린다. 김상균 경희대학교 교수 등 전문가와 참여기업 관계자들이 기술 변화와 산업 현장의 사례를 공유하고 국가유산과 기술, 콘텐츠를 연결할 방안을 논의한다.

세계국가유산산업전은 국가유산을 보존 대상으로만 바라보지 않고 산업적 활용 가능성까지 모색하는 행사로 확대돼 왔다. 공식 행사 자료에는 지금까지 산업전에 참여한 기업이 800곳 이상, 운영 부스가 2천여 개에 달하고 누적 관람객도 3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돼 있다.

올해 전시 분야도 발굴과 보수·정비, 안전관리, 수리용 재료, 보존과학 장비 등 전통적인 국가유산 분야에서 디지털 기술과 콘텐츠 영역으로 확장됐다. 국가유산의 보존과 복원에 첨단기술을 적용하는 동시에 이를 관광·교육·영상 등 새로운 산업으로 연결하려는 흐름이 반영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AI는 국가유산에 대한 대중의 접근성을 높이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접근이 어렵거나 훼손된 유산을 디지털로 복원하고, 과거의 생활상이나 건축물을 영상으로 구현하면 관람객이 역사적 맥락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AI가 만들어낸 이미지와 실제 역사자료의 경계가 불분명해질 경우 잘못된 정보가 확산될 가능성도 있어 전문가 검증과 출처 관리가 중요하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개최 10주년을 맞아 AI와 강연, 포럼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며 “시민과 관광객들이 국가유산과 첨단기술의 융합을 직접 경험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2026 세계국가유산산업전’은 오는 10일부터 12일까지 사흘 동안 진행되며 한옥문화박람회도 같은 기간 함께 열린다. 콘텐츠산업에서 생성형 AI 활용률이 빠르게 높아지는 상황에서 이번 행사는 국가유산 분야 역시 기술을 단순한 보조수단이 아니라 새로운 해석과 산업화의 도구로 활용할 수 있는지를 살펴보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