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낀 동해안, 사고 뒤 구조보다 사전 차단…바다안개 대응 경북까지 확대

2026-09-07     김종선 기자

동해안에서 짙은 바다안개로 인한 선박 좌초와 충돌 위험을 줄이기 위한 예방 관리가 강원에서 경북 해역까지 확대됐다. 바다안개가 발생한 뒤 구조·수색에 나서는 방식에서 벗어나 예측과 현장 관측 정보를 토대로 출항과 운항 단계부터 위험을 관리하겠다는 취지다.

동해지방해양경찰청은 지난 1일부터 강원권에서 시행해 온 ‘바다안개 대비 예방적 상황관리 방안’을 경북 동해안까지 확대 적용했다고 7일 밝혔다. 이에 따라 강원과 경북을 포함한 동해안 관할 해역에 동일한 저시정 판단 기준과 단계별 안전조치가 적용된다.

이번 조치는 해상에서 시야 확보가 어려워질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충돌·좌초 사고가 선박 종사자뿐 아니라 구조 인력과 다른 운항 선박의 안전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기상정보 제공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중앙해양안전심판원이 공표한 2025년 해양사고 통계를 보면 전국에서 발생한 해양사고는 3,513건으로 2024년 3,255건보다 7.9% 증가했다. 사고에 따른 사망·실종자는 137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사고 가운데 어선 사고는 2,312건으로 65.8%를 차지했으며, 10톤 미만 소형어선 사고만 1,861건으로 전체 사고의 53.0%에 달했다. 기상과 시정 변화에 상대적으로 영향을 받기 쉬운 소형 선박의 안전관리가 해양사고 예방의 주요 과제라는 점을 보여주는 수치다.

동해안에서는 특히 봄부터 여름 사이 바다안개에 따른 저시정 상황이 반복돼 왔다. 동해해경청이 지난 4월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최근 5년간 자체적으로 발령한 바다안개 관련 저시정 설정은 모두 73건이었다. 이 가운데 79.4%가 바다안개가 집중되는 4~7월에 발생했다. 2024년 4월 울진 후포 인근 해상에서는 짙은 안개 속에서 운항하던 선박끼리 충돌했고, 같은 해 8월 포항 영일만에서도 시야가 제한된 상황에서 선박 충돌 사고가 발생했다.

올해도 비슷한 사고가 이어졌다. 지난 7월 포항 대진항 인근에서는 시야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 어선이 다른 지점을 항구로 잘못 판단해 입항을 시도하다 갯바위에 좌초됐다. 같은 달 화진해수욕장 인근 해상에서는 모터보트가 짙은 안개 속에서 방향을 잃어 예정대로 귀항하지 못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문제는 바다안개가 태풍이나 풍랑처럼 넓은 지역에서 일정 시간 지속되는 기상현상과 달리 국지적이고 짧은 시간에 생성·소멸할 수 있다는 점이다. 동해해경청도 지난 4월 바다안개와 같은 제한시계는 별도의 기상특보만으로 현장 위험을 모두 파악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에 기상청의 예측자료와 실제 해상 시정을 함께 확인하는 방식으로 대응체계를 전환했다.

현장 대응은 ‘예측→관측→판단→조치’ 순으로 진행된다. 먼저 기상청의 바다안개 예측정보를 상황실과 현장부서가 공유하고, 파출소와 해상교통관제센터(VTS)가 시정도표와 시정계 자료를 이용해 실제 시야 확보 수준을 확인한다. 현재 관측에는 기상청 시정계 14개와 VTS 시정계 7개, 강원·경북지역 현장 관측지점 20곳의 정보가 활용된다.

위험 수준이 확인되면 상황보고와 함께 어민·해양종사자에게 실시간 안전정보를 전달하고, 필요한 경우 낚시어선과 레저기구, 유·도선 운항을 통제하거나 여객선 운항 여부를 판단한다. 경북지역 파출소에는 주변 방파제와 등대, 건물 등 고정 지형지물을 거리별 기준으로 표시한 시정도표도 마련해 근무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시정 판단을 표준화했다.

강원지역에서는 지난 4월 13일 예방적 상황관리가 시작된 이후 9월 7일 현재까지 동해해경청 집계상 바다안개로 인한 해양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 저시정 관련 대국민 안전정보도 시행 이후 20차례 제공됐다. 다만 일정 기간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정책 효과를 단정하기보다는 향후 바다안개 발생 빈도와 선박 운항량, 사고 추이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번 경북권 확대는 해양안전 관리의 초점을 사고 발생 이후 구조에서 사고 이전 정보 제공과 운항 판단으로 앞당겼다는 데 의미가 있다. 특히 전체 해양사고에서 어선과 소형선박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상황에서 현장 종사자가 출항 전과 운항 중 위험 수준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정보 전달체계가 실제 사고 감소로 이어지는지가 향후 정책 평가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종욱 동해해경청장 직무대리는 “바다안개와 같은 제한시계 상황에서는 작은 판단 착오가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며 “정확한 바다안개 정보 제공과 선제적 대응을 통해 사고를 현장이 아니라 정보 단계에서 차단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