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직장협의회 허용 6년…강릉해경 15명 직협 출범, 현장 고충 직접 협의

2026-09-07     김종선 기자

해양사고 구조와 연안 안전관리 등 현장 대응업무를 담당하는 강릉해양경찰서에 직원들의 근무환경과 고충을 기관장과 직접 논의하는 직장협의회가 출범했다. 경찰·해양경찰의 직장협의회 참여가 법적으로 허용된 지 6년 만에 강릉해경에서도 공식적인 내부 소통기구가 운영되면서 실제 근무여건 개선으로 이어질지가 주목된다.

강릉해양경찰서는 7일 ‘강릉해양경찰서 직장협의회’를 공식 출범시켰다. 협의회는 모두 15명으로 구성됐으며 초대 대표자는 백종만 경위가 맡았다.

이날 설립식에는 김정수 강릉해양경찰서장과 백 대표를 비롯한 임원들이 참석했다. 임원 소개와 설립증 교부, 기관장과 협의회 관계자 간 차담회 등을 거쳐 공식 활동을 시작했다.

공무원 직장협의회는 노동조합과는 별도로 기관 내부의 근무환경과 업무 개선 문제를 직원과 기관장이 협의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현행 공무원직장협의회법은 근무환경 개선과 업무능률 향상, 공무와 관련한 일반적인 고충뿐 아니라 모성보호와 일·가정 양립, 기관 내 성희롱·괴롭힘 예방, 기관 발전에 관한 사항까지 협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기관장은 협의회가 문서로 협의를 요청하면 이에 성실하게 응해야 한다.

해양경찰이 처음부터 이 제도에 참여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공무원 직장협의회는 1999년부터 운영됐지만 경찰과 소방공무원은 가입 대상에서 제외돼 있었다. 관련 법령이 개정되면서 2020년 6월 11일부터 경찰과 소방공무원의 가입이 허용됐고, 당시 행정안전부는 적용 대상에 해양경찰도 포함된다고 명시했다.

제도는 이후 한 차례 더 확대됐다. 2022년 10월부터 직장협의회 가입자의 직급 제한이 폐지되고 동일 부처나 광역자치단체 단위의 연합협의회 설립도 가능해졌다. 현재는 경찰공무원도 지휘·감독이나 인사·예산·기밀·보안 등 일부 업무 종사자를 제외하면 직급에 관계없이 가입할 수 있다.

이 같은 제도 변화의 배경에는 계급과 지휘체계가 뚜렷한 경찰조직 안에서도 현장 구성원의 의견을 조직 운영에 반영할 통로가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이 있다. 행정안전부 역시 경찰 직장협의회 도입 당시 제도의 취지 가운데 하나로 ‘경찰 내 민주적 의사소통구조 정착’을 제시했다.

강릉해경은 업무 특성상 이러한 내부 소통의 중요성이 높은 현장기관 가운데 하나다. 강릉과 양양지역 바다를 담당하며 항·포구와 해변 안전관리, 해양사고 예방과 구조, 수상레저 안전관리, 범죄 예방과 치안활동 등을 수행한다. 강릉해경은 관할 해역에 해양레저와 관광 등을 위해 매년 1000만명 이상이 찾는다고 설명하고 있다.

특히 종합상황실과 구조대, 파출소 등에서는 해양사고가 발생할 경우 시간대와 휴일을 가리지 않고 긴급 대응해야 한다. 올해 여름에도 해수욕장과 비지정 해변, 수상레저 활동지, 연안 취약지역 등을 대상으로 연이어 현장 안전점검과 대응활동을 진행했다. 직장협의회에서는 이러한 현장근무 과정에서 발생하는 근무편성이나 복지, 안전장비, 휴식환경 등의 문제도 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기관장과 논의할 수 있다.

공직사회 전반에서도 근무환경과 조직문화는 인력관리의 주요 변수로 다뤄지고 있다. 한국행정연구원의 ‘2025년 공직생활실태조사’는 중앙행정기관과 광역·기초자치단체 일반직 공무원 6000명을 대상으로 업무환경과 조직관리, 직무스트레스, 직무만족 등을 조사했다. 이 조사는 경찰공무원을 직접 조사한 통계는 아니지만 공공조직 구성원의 근무환경을 보여주는 참고지표다.

조사 결과 중앙부처·광역자치단체 공무원의 직무스트레스 인식은 5점 만점에 2.85점으로 전년 2.87점보다 소폭 낮아졌고, 조직몰입 인식은 3.16점으로 전년보다 상승했다. 한국행정연구원은 수년간 하락했던 직무만족과 조직몰입이 반등한 데 조직문화 개선 노력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직장협의회가 출범했다는 사실만으로 근무환경이 자동으로 개선되는 것은 아니다. 현장 직원들이 어떤 사안을 협의 안건으로 제시하는지, 기관장이 합의사항을 실제 조직 운영에 얼마나 반영하는지,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근무 고충이 줄어드는지 등이 향후 운영 성과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 있다.

특히 해양경찰은 국민 안전을 책임지는 현장조직인 만큼 직원의 근무여건과 업무 지속가능성이 현장 대응력과도 연결된다. 협의회가 단순 친목이나 의견 전달 창구에 머물지 않고 구조·치안 현장에서 나온 문제를 제도 개선으로 연결하는 역할을 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김정수 강릉해양경찰서장은 “직장협의회 출범은 직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청취해 조직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는 의미 있는 출발”이라며 “직원들이 자긍심을 갖고 업무에 전념할 수 있는 근무환경 조성을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백종만 초대 직장협의회 대표자는 “내실 있는 운영을 통해 건강한 조직문화를 만들고 더욱 신뢰받는 해양경찰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