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산업과 MICE를 잇다… ‘국제반도체기판 및 첨단패키징산업전’ 개최
- 9월 9~11일 송도컨벤시아, LG이노텍·삼성전기 등 229개사 895개 부스 규모 역대급 개최 - 반도체·PCB·첨단패키징 최신 기술 한자리에… 국제 심포지엄 및 비즈니스 교류의 장 마련
지난해 인천의 반도체 수출액이 178억 달러를 기록하며 지역 수출품목 1위를 차지한 가운데 국내외 반도체 기판·첨단패키징 기업 229곳이 송도에 모인다. 인공지능(AI) 반도체 확산으로 칩을 연결하고 집적하는 후공정 기술의 중요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인천이 기존 반도체 생산·수출 기반을 기술교류와 기업 간 거래로 연결할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인천시는 오는 9일부터 11일까지 사흘간 송도컨벤시아에서 ‘2026 국제반도체기판 및 첨단패키징산업전(KPCA Show 2026)’을 개최한다. 올해 23회째인 행사에는 LG이노텍과 삼성전기, 심텍, 하나마이크론, 스태츠칩팩코리아 등 국내외 229개 기업이 895개 부스를 운영한다.
전시 분야도 기존 인쇄회로기판(PCB)에 한정되지 않는다. 반도체 첨단패키징과 소재·부품·장비, 도금·표면처리, 청정시스템을 비롯해 AI와 로봇까지 반도체 제조 생태계 전반의 기술과 제품이 소개된다. 국제 심포지엄과 기업 세미나, 첨단기술 발표회도 동시에 열려 기업 간 기술 협력과 공급망 연계 기회를 제공한다.
행사 규모는 지난해보다 부스 기준으로 확대됐다. 2025년 KPCA Show는 250개 기업·기관이 참여해 750개 부스를 운영했는데 올해 부스는 895개로 145개, 약 19.3% 늘었다. 참가기업 집계 기준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개별 기업이 전시에 활용하는 공간 규모가 커졌다는 점에서는 산업전의 확장세를 확인할 수 있다.
인천이 첨단패키징 전시회를 개최하는 배경에는 지역 산업구조가 있다. 인천시에 따르면 2025년 인천의 반도체 수출액은 178억 달러로 전체 수출품목 가운데 가장 많았다. 특히 이 가운데 98%가 시스템반도체였으며, 인천의 시스템반도체 수출액은 전국 전체 479억 달러의 약 36%를 차지했다.
인천에는 반도체 설계보다 조립·패키징·테스트와 장비·소재 분야의 산업 기반이 상대적으로 두텁다. 스태츠칩팩코리아를 비롯한 글로벌 후공정 기업과 반도체 장비·소부장 기업이 집적돼 있고 인천국제공항과 항만을 통한 수출 물류망도 갖추고 있다. 인천시는 이러한 구조를 활용해 시스템반도체와 첨단패키징을 지역 특화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첨단패키징의 중요성이 커지는 것은 AI 시장 확대와도 연결된다. 기존에는 반도체 미세공정을 통해 하나의 칩 성능을 높이는 방식이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여러 종류의 칩을 고밀도로 연결해 성능과 전력효율을 높이는 패키징 기술이 AI·고성능컴퓨팅 경쟁의 핵심 영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도 올해 첨단패키징 관련 행사에서 AI 반도체 수요 확대에 따른 패키징 기술과 실리콘·광 기반 인터커넥트 등을 주요 산업과제로 제시했다.
실제 반도체 시장도 AI 수요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산업통상부가 지난 1일 발표한 8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8월 반도체 수출은 466억5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보다 209% 증가하며 월간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6월 448억 달러, 7월 410억 달러에 이어 석 달 연속 4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정부는 글로벌 AI 인프라 투자와 고성능 메모리 수요를 주요 원인으로 분석했다.
세계 시장의 성장 전망도 같은 방향이다.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는 올해 상반기 세계 반도체 시장이 7020억 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02% 증가했다고 집계했다. AI 인프라와 고성능컴퓨팅, 첨단 메모리 투자가 성장을 주도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처럼 AI 반도체 수요가 커질수록 인천에는 수출액 확대만큼 산업 생태계 내부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문제가 중요해진다. 지역에 글로벌 기업이 입지해 있더라도 소재·장비 중소기업이 기술개발과 공급망에 얼마나 참여하는지, 연구개발 인력과 전문인력을 지역에서 확보할 수 있는지에 따라 산업 성장의 지역경제 파급효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인천시도 올해 한국생산기술연구원과 함께 반도체 후공정 소부장 기업의 기술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대·중견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을 발굴한 뒤 지역 중소기업의 연구개발과 연결하는 방식으로, 기존 글로벌 기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중소기업까지 확장하는 것이 목표다.
이번 전시회 역시 참가기업과 방문객 숫자만으로 성과를 평가하기보다 실제 구매·수출 상담액과 기업 간 계약, 공동 연구개발, 신규 투자 유치 등 후속 성과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산업전시회가 관광·MICE 행사에 머물지 않고 지역 반도체 기업의 공급망 진입과 해외 판로 확대에 연결돼야 산업정책으로서 의미가 커질 수 있다.
송도컨벤시아를 중심으로 한 MICE 산업과 반도체 산업을 결합하는 것도 인천의 전략이다. 해외 바이어와 기술전문가가 인천을 직접 방문하도록 함으로써 전시·숙박·관광 소비를 유도하는 동시에 지역 기업의 비즈니스 접점을 확대하는 구조다. 2004년 시작한 KPCA Show가 올해 23회를 맞으면서 정례적인 전문 산업전으로 자리 잡은 것도 이러한 전략의 기반이 되고 있다.
박찬대 인천시장은 “인천의 수출 품목 1위가 반도체”라며 “첨단패키징 산업의 중심인 인천에서 이번 산업전시회가 열리게 된 것은 매우 뜻깊은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업 간 교류와 협력을 확대해 인천을 MICE와 비즈니스 중심지로 성장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향후 인천 반도체 정책의 성과는 수출액뿐 아니라 첨단패키징 분야 신규 투자와 지역기업 매출, 연구개발 인력, 소부장 기업의 공급망 참여율 등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전국 시스템반도체 수출의 3분의 1 이상을 담당하는 산업 기반을 실제 지역 일자리와 기업 성장으로 연결하는 것이 인천 반도체 산업의 다음 과제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