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평화의 길, 전기버스 타고 다시 열린다
연간 주요 관광지 방문객이 250만명을 넘어선 인제군이 혹서기 동안 중단했던 ‘DMZ 평화의 길’ 테마노선을 다시 열었다. 올해는 23인승 전기버스를 새로 투입해 접경지역의 역사·생태자원을 관광상품으로 활용하면서 이동 과정의 환경 부담도 줄이는 방향으로 운영 방식을 바꿨다.
인제군은 지난 4일부터 DMZ 평화의 길 테마노선 탐방을 재개했다. 군은 폭염이 이어지는 7~8월 탐방객 안전을 위해 운영을 중단했으며 9월 들어 기온이 낮아지면서 다시 방문객을 받고 있다.
탐방 구간은 방문자센터를 출발해 민간인통제구역 진입 지점인 대곡리 초소와 을지삼거리, 1052고지를 거쳐 출발지로 돌아오는 왕복 46㎞ 코스다. 한국관광공사가 운영하는 두루누비에 따르면 전체 구간 가운데 도보 이동은 약 1.4㎞이며 회차당 정원은 20명이다. 현재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오전 9시와 오후 1시 하루 두 차례 운영된다.
올해 재개 이후 가장 달라진 점은 전기버스 도입이다. 군은 주말 탐방에 23인승 전기버스를 투입해 방문자센터와 대곡리 초소, 1052고지를 오가는 이동수단으로 활용한다. 군용시설과 산악지형이 혼재한 장거리 코스 특성상 차량 이동 비중이 높은 만큼 관광객 편의뿐 아니라 친환경 교통수단을 적용한다는 의미도 있다.
환경부는 국내 수송부문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내연기관 중심 교통체계를 전기·수소차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환경부의 탄소중립 생활 실천 안내서는 일반 승용차를 무공해차로 전환할 경우 차량 1대당 연간 1216㎏CO₂eq의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차종과 운행거리 등이 다른 관광버스에 이 수치를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지만, 이동수단의 전동화 자체가 수송부문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정책 방향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DMZ 평화의 길은 단순한 걷기 관광지보다 생태·안보·역사를 결합한 특수 관광자원이다. 현재 전체 DMZ 평화의 길은 접경지역을 따라 35개 코스, 총 510㎞ 규모로 조성돼 있으며 자유롭게 걸을 수 있는 횡단노선과 사전예약을 거쳐 출입하는 테마노선으로 나뉜다. 인제의 대곡리초소~1052고지 코스 역시 군사작전지역을 포함하고 있어 안보와 기상 상황에 따라 일정이 변경되거나 취소될 수 있다.
민간인 출입이 장기간 제한됐던 DMZ 일원은 생물다양성 측면에서도 높은 보전가치를 갖고 있다. 환경부와 국립생태원이 기존 조사자료를 종합한 결과 DMZ 일원에서는 모두 5929종의 야생생물이 확인됐으며 이 가운데 멸종위기 야생생물은 101종이었다. 포유류 47종과 조류 277종, 식물 1926종 등이 포함됐다.
인제 코스에서도 이러한 생태적 특징을 확인할 수 있다. 두루누비는 을지삼거리 일대에서 반달가슴곰과 산양, 사향노루 등 다른 지역에서 쉽게 보기 어려운 대형 포유류가 서식하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관광객 접근을 확대하면서도 탐방 인원을 회차별 20명으로 제한하고 군부대와 협조체계를 유지하는 이유도 생태보전과 안전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DMZ 관광의 확대는 인제군이 추진하는 체류형 관광정책과도 연결된다. 인제군에 따르면 2024년 자작나무숲과 곰배령, 백담사, 농촌체험마을 등 59개 주요 관광지점 방문객은 254만8792명으로 전년 196만9315명보다 29% 증가했다. 2021년 149만5337명과 비교하면 3년 만에 약 105만명 늘어난 규모다.
군은 관광객 수 증가를 지역경제 효과로 연결하기 위해 숙박과 레포츠, 음식 등을 묶은 관광상품과 시티투어 등도 확대하고 있다. DMZ 평화의 길 역시 탐방 자체로 끝나기보다 서화면과 원통, 자작나무숲 등 주변 관광자원과 연계할 경우 체류시간과 지역 소비를 늘릴 수 있는 콘텐츠가 될 수 있다. 인제군은 앞서 ‘1000만 관광도시’를 장기 목표로 제시하고 관광 인프라 확충을 추진해 왔다.
다만 생태적으로 민감하고 군사적 특수성이 큰 지역인 만큼 관광객 증가만을 성과로 삼기는 어렵다. 탐방객 수와 지역 소비액뿐 아니라 야생동물 서식지 훼손 여부, 차량 운행에 따른 환경부담, 안전사고 발생 여부 등을 함께 관리해야 평화·생태관광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
특히 올해 7~8월 전체 운영을 중단한 사례는 폭염과 집중호우 같은 극한기상이 야외 관광의 운영 방식까지 바꾸고 있음을 보여준다. 향후에는 기온과 기상특보를 반영한 탄력적 탐방시간 운영, 휴식공간과 응급대응 체계 강화 등 기후변화에 대응한 관광안전 대책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채진석 인제군 기획예산담당관은 “새롭게 도입한 전기버스를 통해 탐방객들이 보다 편안하고 쾌적하게 DMZ의 생태와 평화의 가치를 체험할 수 있도록 운영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인제군은 군부대와의 협조체계를 유지하면서 탐방 안전관리를 강화하고 이동 편의도 지속적으로 개선할 계획이다. 향후 DMZ 평화의 길이 관광객 증가를 넘어 생태보전과 지역경제, 평화교육을 동시에 충족하는 관광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가 지역 관광정책의 주요 과제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