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수력 발전, “모든 계란 한 바구니에 담은 정책”
- ‘몰 빵 정책’의 위험성 여실히 드러나
‘몰 빵’은 자원이나 자금을 한곳에 집중하여 쏟아붓는 행위를 뜻하는 말이다. 엄청난 대홍수와 산사태로 인한 끔찍한 재앙 속의 네팔(Nepal)을 두고 빗대어도 무방한 말 같다.
네팔은 수력 발전에 거의 모든 것을 걸었다, 이번 홍수는 그것이 왜 문제인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지금까지 네팔은 수력 발전에 크게 의존하고 있지만, 최근 발생한 홍수가 이 의존도가 가져올 수 있는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네팔의 수력 발전 인프라는 ‘기후 변화’로 인한 자연재해에 취약하며, 에너지 정책의 다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네팔은 전력의 거의 100%를 수력 발전에서 얻고 있으며, 인도와 방글라데시에 수출하여 매년 약 2억 달러(약 2,699억 원)를 벌어들이는 효자 품목이다. 선진국의 입장에서야 이 정도 규모는 미미한 것일지라도 네팔에게는 친환경 국가로서, 국가 규모로서는 의미가 크고, 중요한 수치이다.
최근의 치명적인 대홍수는 네팔의 수력 발전 계획에 대한 위험성을 드러냈으며, 1,300명 이상이 사망하고 수력 발전소 12곳이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국영 네팔 전력공사는 수력 발전 정책을 재고할 시기가 왔다고 인정했다.
네팔은 과거 장시간 정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력 발전 인프라를 확충해 왔다. 네팔의 수력 발전소는 대부분 산 높은 곳에 위치해 있어 천혜의 지리적 이점을 활용, 수력 발전에 모든 것을 걸었으나, 이러한 지역은 기후 변화로 인한 환경적 위험에 직면해 있었음을 간과했다.
전문가들은 네팔의 에너지원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네팔의 태양광 발전 에너지 생산 잠재력은 수력 발전보다 약 10배 더 크다고 보고되었다. 정책 몰 빵의 위험성이 어느 정도인지 자연재해가 증명해 주고 있다.
일부 국제 금융기관들은 수력 발전 프로젝트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었지만, 충분한 예방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네팔은 기후 변화로 인한 재난 위험을 혼자서 관리할 수 없으며, 국제적인 협력이 필요하다.
* 거의 100% 수력 발전에 의존하는 네팔
* 이번 대홍수로 네팔 전력 전체의 10% 마비
네팔은 전력의 거의 100%를 수력 발전에서 얻으며, 인도와 방글라데시에 수력 발전을 수출하여 매년 약 2억 달러를 벌어들인다. 하지만 네팔에 이러한 막대한 자연적 이점을 제공하는 바로 그 빙하와 산맥들이 지구 온난화로 인해 무너지고 있으며, 지난 수요일 발생한 치명적인 대홍수는 네팔의 수력 발전 계획에 대한 위험성을 여실히 드러냈다.
네팔과 티베트 국경 인근 마을들을 완전히 파괴한 이번 홍수는 트리슐리 강 유역의 수력 발전소 12곳에 심각한 피해를 입혔고, 네팔 전체 발전 용량의 10% 이상을 마비시켰다. 운영사들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러한 시설들을 재가동할 수 있을지 아직 알 수 없다고 밝혔다.
피해를 입은 12개 시설 중 6개를 소유하고 있는 국영 네팔전력공사(NEA=Nepal Electricity Authority)는 네팔 가정에 전력 공급은 충분하다고 장담했지만, 대변인 라잔 다칼(Rajan Dhakal )은 기후 관련 재해가 더욱 빈번해짐에 따라 “수력 발전 정책을 재고할 시기가 왔다”고 인정했다.
2010년 네팔에서는 전체 인구의 3분의 2만이 전기를 사용할 수 있었고, 전기가 연결된 가구조차도 하루 최대 16시간 동안 정전을 겪어야 했다.
수력 발전 인프라 확충과 부패 척결 노력, 그리고 계절적 전력 부족을 메우기 위한 인도산 에너지 수입 증대 덕분에 2018년에는 네팔 대부분 지역에서 하루 24시간 전력 공급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네팔전력청에 따르면, 현재 네팔 전역에는 3,900MW 이상의 설치 용량을 갖춘 225개의 수력 발전소가 있으며, 이는 약 300만 가구에 동시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규모이다.
이와 같은 시설이 수백 개 더 건설 중이거나 계획 단계에 있다. 대부분은 산 높은 곳에 건설되어 빠른 유속의 해류를 이용해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이러한 프로젝트는 ‘저수 시스템’(storage system)이 거의 또는 전혀 필요하지 않다.
* 지구 온난화는 이제 수력 발전의 저해 요인
하지만 히말라야 고산 지대는 지구 평균보다 50% 더 빠르게 온난화되고 있어 더 큰 환경적 위험에 직면해 있다. 예비 조사에 따르면, 지난주 발생한 갑작스러운 홍수의 원인은 빙하 붕괴와 그 기반암(bedrock)의 붕괴로 지목되고 있다.
과학자들은 기후 변화와의 확실한 연관성을 밝히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말하지만, 네팔 재난 위험 감소 및 관리 당국은 앞서 2018년에서 2024년 사이에 발생한 재난의 90% 이상이 “기후와 관련이 있다”고 밝힌 적이 있다.
네팔의 전 에너지부 장관 쿨만 기싱(Kulman Ghising)은 이번 대홍수를 “세기에 한 번 있을 법한 사건”이라며, “이번 사태가 발전소 설계와 건설 부지 선정에 있어 중요한 교훈을 준다”고 말했다.
그는 환경 뉴스 매체 몽가베이(Mongabay)와의 인터뷰에서 “홍수에 더욱 잘 견딜 수 있도록 발전소를 설계해야 하며, 무엇보다 조기 경보 시스템과 강력한 비상 대피 대책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수가 발생한 이후 수백 명에 달하는 수력 발전소 노동자, 엔지니어 및 주민들이 진흙으로 가득 찬 터널 안에 갇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네팔전력청의 다칼 대변인은 “네팔의 수력 발전 전략을 재고하는 방안으로 산악 지대에 건설할 필요가 없는 저수지 기반 발전소를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발전소는 필요에 따라 물을 저장하고 방류할 수 있지만, 상당한 경제적, 환경적 비용이 수반된다. 네팔의 경제적 여건이 이를 수행해 나가기에는 역부족이다. 국제적인 협력이 필요한 부문이다.
* 모든 계란 한 바구니에 담아
* 풍력, 태양광 발전 등 병행해야
네팔이 수력 발전에 지나치게 의존해 온 것은 아닌지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재생에너지 전문가이자 청정 기술 기업인 윈드파워 네팔(WindPower Nepal)을 설립한 쿠샬 구룽(Kushal Gurung)은 “이처럼 위험한 시기에 모든 것을 한 바구니에 담아서는 안 된다”면서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다른 대안들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 수력 발전에 지나치게 치우쳐 있는 우리의 에너지 정책을 재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컬럼비아 대학교 글로벌 에너지 정책 센터의 연구원인 비벡 샤스트리(Vivek Shastry)도 이 주장에 동의하며, “풍력 및 태양광 발전량을 의미 있게 늘리는 것은 미래에 단일 지점 또는 상호 연결된 전력 시스템의 장애를 제한할 수 있는 회복력 전략(a resilience strategy)”이라고 주장한다.
독일 원조 기관의 보고서에 따르면, 네팔의 태양광 발전 에너지 생산 잠재력은 수력 발전보다 약 10배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싱가포르 국립대학교 남아시아연구소의 선임 연구원인 푸스파 샤르마(Puspa Sharma)는 네팔이 에너지원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이는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만 가능하다”고 경고한다.
샤르마는 이어 “풍력과 태양광에는 아직 활용되지 않은 잠재력이 있지만, 네팔이 남아시아 이웃 국가들에 비해 엄청난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수력 발전”이라며, 이 지역의 재생 에너지 잠재력을 비교한 여러 연구들을 인용하며 말했다.
* 에너지 믹스(Energy Mix) 인식 부족
* 투자자(ADB/IFC) 등 환경 평가 알면서도 무시
네팔에서는 수력 발전이 여전히 대규모 투자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일부 기후 운동가들은 재난 위험이 알려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금 지원이 계속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주 홍수로 거의 완전히 파괴된 어퍼 트리슐리-1(Upper Trishuli-1) 프로젝트는 약 6억 4700만 달러(약 8,731억 2,650만 원) 규모의 네팔 최대 외국인 직접 투자 사업 중 하나였다. 이 프로젝트에는 아시아개발은행(ADB)과 국제금융공사(IFC) 등이 투자했고, 역시 이번에 심각한 피해를 입은 ‘어퍼 트리슐리 3A’ 프로젝트는 중국 ‘수출입은행’의 자금 지원을 받았다.
남아시아 댐, 강, 그리고 사람들 네트워크의 코디네이터인 히만슈 타카르(Himanshu Thakkar)는 “국제 금융기관들이 수천 명의 노동자, 공무원, 주민, 강, 기반 시설 및 경관을 극심한 위험에 노출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들의 보고서에서도 반복적으로 이 점을 지적했지만, 그들은 예방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엄격한 견제와 균형 장치를 요구하지도 않았으며,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재앙에 대비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아시아개발은행(ADB)과 국제금융공사(IFC)는 BBC에 어퍼 트리슐리-1 프로젝트 설계는 “빙하와 빙하호에 대한 연구 및 당시 이용 가능한 역사적 증거를 활용하여 프로젝트 부지에 영향을 미치는 홍수 및 산사태 위험을 조사한 독립적인 기술 평가 결과를 반영했다”고 밝혔다.
관계자들은 2024년 홍수 이후 프로젝트의 조기 경보 시스템을 강화했으며, 2025년 또 다른 홍수 이후 위험 평가를 위한 추가 작업을 진행했다고 밝히면서 “2026년 8월 재난의 정확한 원인, 피해 규모, 프로젝트 설계의 성능, 조기 경보 시스템을 포함한 보호 조치 등에 대한 정보는 수집 중이며, 검증 및 평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 아닐 수 없다.
코디네이터 타카르는 “트리슐리 강 유역이 역사적으로 불안정한 지역임을 이미 보여주었다며, 지난 2년간 이 지역이 홍수로 큰 피해를 입었던 사례”를 언급했다. 2024년 9월에는 트리슐리(Trishuli) 강과 보테 코시 강(Bhote Koshi river) 유역에 전례 없는 집중호우가 쏟아져 라수와(Rasuwa), 누와콧(Nuwakot), 다딩(Dhading) 등 강변 마을들이 갑작스러운 홍수 피해를 입었는데, 이 지역들은 지난주 홍수 피해도 가장 심각했던 곳들이다.
그러던 중 2025년 7월, 티베트 지룽현(Gyirong county)의 빙하호가 붕괴되어, 바로 이 강줄기를 따라 네팔로 물이 쏟아져 내려 최소 11명이 사망했다. 이 홍수로 주요 기반 시설이 파괴되었고, 네팔과 중국을 잇는 주요 교역로의 무역이 중단되었다. 국경 검문소는 거의 6개월 동안 폐쇄되었다가 올해 1월 1일에야 다시 개방되었다.
* 친환경 유지하다 가장 큰 피해
네팔전력청의 다칼 대변인은 “기후 위험 평가가 정확하게 수행되었더라도 발전소 설계가 그에 맞춰 이루어지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인정했다. 그는 “수력 발전소를 건설하고 운영하는 방식을 개선해야 할 필요성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간 사업자들은 이미 재정적 타격을 느끼고 있다. 네팔 독립발전사업자협회(Independent Power Producers' Association)의 우탐 블론 라마(Uttam Bhlon Lama)에 따르면, 지난 3년간 20곳이 넘는 민간 소유 발전소가 홍수 피해로 약 4천만 달러를 보험금으로 지급받았다. 그는 보험료가 크게 오르고 있어 사업 운영 비용이 ‘실현 불가능’해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유엔 기후변화회의 네팔 기후 대표단 위원인 만지트 다칼(Manjeet Dhakal)은 “이번 참사는 기후 위험이 국제적인 문제이며 네팔 혼자서 관리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하고, “네팔 정부와 국제기구가 데이터를 공유하고, 영향을 평가하며, 조기 경보 시스템을 공동으로 개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그는 “네팔은 이러한 위험 악화를 초래한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책임이 가장 적은 국가 중 하나”라면서 “아이러니하게도, 우리의 수력 발전 산업은 이미 최소한의 배출량을 더욱 줄이려는 시도였다... 우리는 이러한 위험에 홀로 대응할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