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광역시교육청, 자해학생 학부모 집단상담 프로그램 운영

2026-09-05     이정애 기자
인천광역시교육청

청소년 정신건강 문제가 개인과 학교를 넘어 가정 전체의 문제로 확대되는 가운데 인천시교육청이 자해 행동을 보인 학생의 부모를 대상으로 전문 집단상담을 운영한다. 자녀의 행동을 통제하거나 질책하는 방식이 아니라 심리적 어려움을 이해하고 위기 상황에서 적절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부모의 대응 역량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인천광역시교육청은 지난 1일부터 오는 10월 7일까지 5주 동안 하모니상담센터에서 자해학생 학부모와 보호자 20명을 대상으로 집단상담 프로그램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프로그램은 ‘비자살적 자해의 이해 증진 및 효과적인 대처법’을 주제로 매주 2시간씩 소그룹 형태로 운영된다. 성산효대학원대학교 김수진 교수 등 가족상담 전공 교수진이 자해 행동의 특성과 청소년 정신건강, 위기 상황에서의 부모·자녀 대화법, 양육 스트레스 관리와 부모의 자기 돌봄 등을 다룬다.

이번 프로그램이 주목되는 배경에는 청소년들이 경험하는 높은 수준의 정신적 어려움이 있다. 질병관리청의 ‘2025년 청소년건강행태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 동안 2주 이상 일상생활을 중단할 정도의 슬픔이나 절망감을 경험한 비율은 남학생 21.7%, 여학생 29.9%였다. 여학생은 10명 가운데 약 3명이 우울감을 경험한 셈이다.

스트레스를 ‘대단히 많이’ 또는 ‘많이’ 느낀다는 비율도 남학생 32.9%, 여학생 50.3%로 나타났다. 특히 여학생의 절반 이상이 높은 수준의 스트레스를 느끼고 있었다. 충분히 잠을 잔다고 느낀 학생은 남학생 28.3%, 여학생 16.9%에 그쳤고 주중 평균 수면시간도 각각 6.6시간과 5.9시간이었다.

다만 이러한 우울감이나 스트레스 통계를 비자살적 자해 발생률과 동일하게 해석해서는 안 된다. 비자살적 자해는 자살 의도를 전제로 하지 않는 자해 행동을 다루는 개념으로, 자살시도와는 구분된다. 이번 상담 역시 자녀의 행동을 단순히 위험행동으로 규정하기보다 그 배경의 감정과 가족 내 의사소통을 이해하고 상황에 맞게 대응하도록 지원하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인천시교육청이 부모를 별도의 지원 대상으로 삼은 것도 자해 문제를 학생 개인의 상담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판단과 연결된다. 부모 역시 자녀의 자해 사실을 접한 뒤 불안과 두려움, 분노나 자책을 경험할 수 있고 이러한 감정이 가족 간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인천교육청은 이미 수년째 비슷한 방식의 학부모 프로그램을 이어가고 있다. 2024년에는 자해학생 보호자 20명을 대상으로 5회, 총 10시간의 집단상담을 운영했고, 지난해에도 하모니상담센터에서 보호자 20명을 대상으로 비자살적 자해 이해와 자녀 감정 읽기, 대처방법 등을 교육했다. 올해 프로그램은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기존 부모지원 프로그램을 지속하는 형태다.

학생 마음건강 지원정책도 전국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교육부가 지난해 말 발표한 ‘학생 마음건강 지원 개선 방안’은 고위기 학생 대응과 조기발견, 상담 접근성 강화, 학교와 지역기관 간 연계 등을 5대 영역으로 설정했다. 올해 3월부터 시행된 학생맞춤통합지원 체계를 이용해 학교 안팎의 상담·복지·치료 서비스를 연계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정부의 2026년 업무계획을 보면 고위기 학생을 학교에서 직접 상담·치료하는 긴급지원팀은 지난해 56개 팀에서 올해 65개 팀으로 확대된다. 학생 치료비 등을 지원하는 마음건강 관련 예산도 80억원에서 상담비를 포함한 100억원으로 늘어났다. 전문상담교사 150명 증원과 학생 사회정서교육 확대도 추진되고 있다.

인천에서도 학교 중심의 마음건강 지원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시교육청은 올해 초·중·고·특수학교 관리자를 대상으로 연수를 실시하면서 학생의 심리적 위기에 대해 예방·발견·상담·치료·회복으로 이어지는 ‘5단계 마음건강 통합 지원체계’를 학교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 위기학생을 처음 발견한 학교가 상담기관이나 의료기관으로 연결하고 이후 회복과 학교 적응까지 관리하는 구조다.

학생 정신건강 정책에서 향후 중요한 지표는 단순 상담 참여인원보다 위기학생이 얼마나 빨리 발견되고 전문상담이나 의료지원으로 연결되는지, 치료 이후 학교와 가정에서 지속적인 관리가 이뤄지는지 여부다. 학부모 교육 역시 프로그램을 이수한 뒤 실제 부모·자녀 의사소통과 위기 대응에 어떤 변화가 나타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히 자해 행동을 보인 학생의 경우 학교와 상담기관, 보호자가 서로 다른 방식으로 대응하면 학생이 혼란을 겪을 수 있는 만큼 기관 간 정보 공유와 역할 조정이 중요하다. 부모에게도 위기 대응 책임을 모두 맡기기보다 학교 상담과 전문기관, 필요할 경우 의료서비스까지 연결되는 지원체계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

인천시교육청 관계자는 “학부모 대상 맞춤형 연수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학생의 정신건강 증진과 안전한 학교 환경 조성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