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권 부천시의회 의장, “일과 돌봄, 쉼이 누구에게나 평등할 때 진정한 양성평등 완성될 수 있어”
맞벌이 가정에서도 여성이 남성보다 하루 2시간 이상 더 많은 가사·돌봄노동을 담당하고, 한국의 성별 임금격차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을 이어가는 가운데 부천에서 노동과 돌봄, 휴식의 불균형을 돌아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박병권 부천시의회 의장은 지난 3일 부천시청 소통마당에서 열린 ‘2026년 양성평등주간 기념행사’에 참석해 일상 속 성평등 문화 확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행사는 부천여성청소년재단 주관으로 열렸으며 여성단체와 관계기관 관계자 등 200여 명이 참여했다.
올해 행사는 ‘성평등 ON 부천-노동·안전·돌봄 그리고 쉴 권리를 말하다’를 주제로 진행됐다. 양성평등 문화 확산에 기여한 시민 15명이 표창을 받았으며 기념영상과 시민 낭독, 미니토크, 문화공연 등을 통해 시민들이 일과 돌봄 과정에서 경험하는 문제를 공유했다.
특히 올해 주제에 ‘쉴 권리’가 포함된 것은 가정과 일터에서 나타나는 시간 사용의 성별 차이와도 맞닿아 있다. 국가데이터처의 ‘2024년 생활시간조사’에 따르면 18세 미만 자녀가 있는 맞벌이 가구에서 아내의 하루 평균 가사노동시간은 3시간32분으로 남편의 1시간24분보다 2시간8분 많았다. 5년 전과 비교해 남편의 가사노동은 13분 늘고 아내는 17분 감소했지만 격차는 여전히 두 시간을 넘었다.
시간 부족을 체감하는 비율도 높았다. 같은 조사에서 맞벌이 가구 남편의 78.1%, 아내의 78.4%가 평소 시간이 부족하다고 답했다. 하루 일과를 마친 뒤 피곤함을 느낀다는 응답도 남편 91.3%, 아내 92.6%에 달했다. 아내가 시간을 줄이고 싶은 활동으로 ‘자녀양육 및 가사’를 선택한 비율은 31.3%로 남편 9.1%보다 3배 이상 높았다.
가사분담에 대한 만족도에서도 차이가 나타났다. 맞벌이 남편 가운데 현재 가사분담에 만족한다는 비율은 45.3%였지만 아내는 37.1%였다. 반대로 불만족한다는 응답은 남편 7.7%, 아내 29.1%로 큰 차이를 보였다.
일터에서의 경제적 격차 역시 성평등 정책이 계속 논의되는 배경이다. OECD 통계에서 2024년 한국의 성별 임금격차는 29.0%로 나타났다. 정규직 남녀의 중위임금을 기준으로 한 수치로,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2015년 37.2%에서 격차가 축소되는 흐름은 나타났지만 여전히 주요 회원국보다 큰 차이가 유지되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양성평등 정책도 단순한 여성 지원사업에서 노동과 돌봄, 가족생활, 안전, 휴식 등 일상생활 전반의 격차를 줄이는 방향으로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특히 맞벌이와 돌봄가구가 늘어나면서 가사와 육아 부담을 특정 성별이나 개인에게 집중시키지 않는 사회적 환경을 만드는 문제가 일·생활 균형 정책과도 연결되고 있다.
양성평등주간은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인권선언문으로 평가되는 ‘여권통문’이 발표된 1898년 9월 1일을 기념해 매년 9월 1일부터 7일까지 운영된다. 부천시는 올해 노동·안전·돌봄과 함께 휴식 문제를 주요 의제로 선정해 시민의 경험을 직접 듣는 방식으로 기념행사를 구성했다.
부천에서는 여성노동과 돌봄 문제를 지원하는 지역 기반도 운영되고 있다. 부천여성청소년재단을 중심으로 여성회관과 일쉼지원센터, 여성인력개발센터, 가족지원기관, 여성폭력 상담기관 등이 연계돼 일자리와 가족·돌봄, 휴식, 안전 문제를 지원하고 있다. 올해 행사에도 이들 지역기관이 함께 참여했다.
박병권 의장은 지난 7월 제10대 부천시의회 전반기 의장으로 선출돼 2028년 6월까지 의회를 이끌고 있다. 박 의장은 이날 “지치지 않고 일할 수 있는 환경, 돌봄의 무거운 짐을 혼자 짊어지지 않는 사회, 안심하고 쉴 수 있는 일상이 갖춰질 때 진정한 양성평등이 완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행사가 더 평등한 내일을 함께 생각하는 뜻깊은 시간이 되길 바란다”며 “부천시의회도 시민 모두가 존중받는 일상을 만들어 가는 길에 늘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성평등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념행사나 캠페인뿐 아니라 지역의 성별 고용·임금 현황과 돌봄시간, 육아휴직 이용, 안전과 복지서비스 이용 현황 등을 지속적으로 분석해 정책과 예산에 반영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전국 통계에서 확인되는 두 시간 이상의 맞벌이 가사노동 격차를 지역사회에서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도 향후 일·생활 균형 정책의 성과를 판단할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