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2만6468건 성별영향평가…미추홀구, 공무원 실무교육 강화

2026-09-05     이정애 기자

지방자치단체의 복지·안전·일자리 정책이 성별에 따라 다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행정에 반영하려는 움직임이 확대되는 가운데 인천 미추홀구가 공무원의 성인지 정책 설계 역량 강화에 나섰다. 단순한 인식 개선 교육을 넘어 사업 기획과 예산, 홍보물 제작 과정에서 특정 성별이 불리해지는 요소를 사전에 확인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미추홀구는 4일 숭의보건지소에서 소속 공무원 50여 명을 대상으로 ‘성인지 및 성별영향평가 교육’을 실시했다. 민선9기 미추홀구청장은 김정식 구청장으로, 구는 정책과 행정서비스 전반에서 주민의 다양한 수요를 반영하기 위한 실무교육을 이어가고 있다.

교육은 김희경 한국성인지예산네트워크 상임대표가 맡아 성인지 관점의 기본 개념부터 성별영향평가 제도, 정책 대상자의 성별 특성 분석, 지방자치단체 정책개선 사례, 홍보물 점검 방법 등을 설명했다. 특히 행정 현장에서 실제 사업을 담당하는 공무원이 정책 수립 단계에서 성별에 따른 이용률과 접근성, 안전성 차이를 확인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 중점을 뒀다.

성별영향평가는 단순한 교육 프로그램이 아니라 법률에 근거한 행정 절차다. 현행 ‘성별영향평가법’은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가 법령과 주요 정책을 수립·시행할 때 성별 특성에 따른 수요와 정책 영향을 분석하도록 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장은 시행 중인 조례·규칙과 소관 정책 등을 대상으로 별도의 특정성별영향평가도 할 수 있다. 같은 법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소속 공무원을 대상으로 관련 교육을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실제 성별영향평가 대상은 연간 수만 건에 이른다. 성평등가족부가 공개한 2024년 종합분석 결과를 보면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가 법령과 사업 등 2만6468건을 평가했다. 이 가운데 6986건에서 정책개선을 추진했고, 2025년 상반기까지 4009건이 개선을 완료해 이행률은 57.4%였다. 전년보다 이행 완료 과제는 220건 늘고 이행률도 3.5%포인트 상승했다.

정책개선은 여성만을 위한 지원을 늘리는 방식에 한정되지 않는다. 실제 정부 평가에서는 자동차 취득세 다자녀 감면 기준을 기존 3자녀 이상에서 2자녀 이상으로 확대하거나, 지방자치단체의 일자리 목표에 여성고용률을 포함하도록 제도를 개선한 사례가 확인됐다. 육아휴직 연구자의 건강보험료 기관부담분을 연구개발비로 지원하도록 한 제도도 성별영향평가를 거쳐 개선된 정책 가운데 하나다.

남성의 정책 접근성을 높인 사례도 있다. 울산에서는 업무시간 때문에 정신건강 검진과 상담을 이용하기 어려운 남성 근로자가 많다는 점을 반영해 조선소와 예비군 훈련장으로 찾아가는 정신건강 서비스를 운영했다. 강원에서는 여성의 응급상황 대처교육 참여가 상대적으로 낮고 남성의 심혈관질환 사망 위험이 높다는 특성을 함께 분석해 교육 대상과 접근방식을 조정했다. 성별영향평가가 특정 성별을 우대하는 제도가 아니라 정책 사각지대를 찾아내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홍보물 역시 평가 대상이 될 수 있다. 행정기관이 제작하는 포스터와 안내문에서 특정 직업이나 돌봄·가사 역할을 한 성별에만 반복적으로 연결하거나, 정책 대상자를 실제 이용자 구성과 다르게 표현하면 고정관념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추홀구가 이번 교육에 홍보물 성별영향평가를 포함한 것도 일상적인 행정업무까지 점검 범위를 넓히려는 취지다.

성별영향평가의 실효성은 교육 횟수보다 실제 정책 변화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전국적으로 평가 대상 2만6000여 건 가운데 개선이 추진된 과제가 약 7000건에 이른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방정부에서도 사업별 이용자 성별 통계와 만족도, 정책 접근성 등을 축적하고 평가 결과가 다음 연도 사업과 예산에 반영되는지를 지속적으로 살피는 과정이 중요하다. 성평등가족부는 올해도 별도의 ‘2026년 성별영향평가 지침’을 마련해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의 평가 절차를 운영하고 있다.

미추홀구의 인구와 생활환경이 다양한 만큼 성별뿐 아니라 연령, 장애 여부, 돌봄 책임, 취업 형태 등 여러 조건이 중첩되면서 정책 체감도에도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복지·보건·교통·안전·일자리 등 주민 생활과 밀접한 사업을 설계할 때 이용자 특성을 세분화해 살펴보는 것이 행정서비스의 효과를 높이는 방법이 될 수 있다.

구 관계자는 “성인지 관점은 여성과 남성 모두가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조직 문화를 조성하는 것은 물론 구민의 다양한 정책 수요를 살피는 중요한 기준”이라며 “앞으로도 법령과 정책에 성별에 따른 불균형이나 차별적 요소가 없는지 세심히 살펴 구민 모두가 정책의 혜택을 고르게 누릴 수 있는 성평등한 구정을 실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