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포 1806곳 품은 부천 전통시장, 장보는 길이 공연장 된다

생활문화단체·전통시장 상인회와 업무협약 체결 9~10월 3개 시장서 게릴라 공연 총 12회 진행 시민 일상에 문화 더하고 전통시장에는 활력 기대

2026-09-04     이정애 기자

부천지역 전통시장이 단순한 장보기 공간에서 생활문화가 결합된 지역 커뮤니티 공간으로 변화를 시도한다. 부천시가 시민 생활문화예술인들의 공연을 시장 통로에 배치해 문화 접근성을 높이는 동시에 전통시장 방문과 체류를 늘리는 상권 활성화 실험에 나섰다.

부천시는 지난 3일 시청에서 ‘부천생활문화축제 다락(多樂)’ 전통시장 공연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는 부천생활문화예술인연합회와 부천생활문화예술협회, 역곡상상시장·역곡남부시장·원종중앙시장 상인회가 참여했다.

이번 사업은 별도의 공연장을 설치해 관객을 모으는 기존 축제 방식과 다르다. 시장을 찾은 시민이 물건을 사거나 이동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공연을 접하도록 시장 통로 자체를 무대로 활용한다. 생활문화예술인들은 풍물과 기악, 무용 등을 선보이며 시장 곳곳을 이동해 약 20분간 공연한다.

공연은 9월부터 10월까지 세 시장에서 각각 4차례씩 모두 12회 열린다. 역곡상상시장에서는 수요일 오후 4시, 역곡남부시장에서는 토요일 오후 4시, 원종중앙시장에서는 목요일 오후 4시에 진행된다.

전통시장이 지역경제에서 차지하는 고용·영업 기반도 적지 않다. 부천시가 공개한 현황을 보면 지역에서 인정된 전통시장은 모두 18곳으로, 1806개 점포에서 3558명의 상인이 영업하고 있다. 이번 공연 대상인 세 시장은 부천 전체 전통시장의 6분의 1에 해당한다.

전통시장 활성화가 계속 정책 과제로 다뤄지는 배경에는 소비방식 변화와 골목상권 경쟁 심화가 있다. 정부도 온누리상품권 할인과 지역 소비촉진 행사를 통해 전통시장과 상점가 방문을 유도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2025년 설을 포함한 한 달 동안 온누리상품권 사용액은 5286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815억원 증가했다. 이 가운데 디지털 상품권 사용액은 3733억원으로 전체의 약 71%를 차지했다.

전통시장 지원 방식 역시 시설 현대화와 상품권 할인에서 방문 자체에 경험을 더하는 방향으로 넓어지고 있다. 지난해 5월 전국적으로 열린 동행축제에서는 한 달간 온·오프라인 직접 매출 4366억원이 발생했고, 별도로 온누리상품권 2388억원과 지역사랑상품권 268억원이 판매됐다. 정부도 판매전과 문화·체험 행사를 결합해 소비자의 시장 방문을 유도하는 방식을 확대하고 있다.

이번 부천 공연은 이러한 상권 활성화에 시민 생활문화 활동을 결합한 형태다. 공연을 보기 위해 별도 공연장에 입장하는 구조가 아니라 시장 방문객에게 문화 경험을 제공하고, 공연 참여자에게는 시민과 직접 만나는 무대를 열어주는 방식이다.

문화예술 활동에서도 직접 참여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5 국민문화예술활동조사’에 따르면 문화예술행사를 직접 관람한 비율은 60.2%로 전년보다 낮아졌지만, 발표회와 전시·창작활동 등에 직접 참여한 비율은 5.8%로 전년 대비 1.1%포인트 상승했다. 문화예술교육 경험률도 8.6%로 2.2%포인트 높아졌다.

부천생활문화축제 ‘다락’은 이처럼 시민이 문화의 소비자에 머물지 않고 직접 무대와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2015년 시작됐다. 올해 12회를 맞았으며 공연과 전시, 체험 등을 지역 생활공간에서 진행하고 있다. 올해는 공모를 통해 생활문화 동아리로 구성된 단체를 축제 주관단체로 선정해 기획과 운영 과정에서 시민 참여를 확대했다.

협약에 따라 부천시는 행정 지원과 참여 전통시장 발굴을 담당하고, 생활문화단체는 실제 무대에 오를 공연 동아리를 선정한다. 상인회는 시장 내 공연 장소와 참여자 대기공간 등 현장 운영을 지원한다. 행정기관이 일방적으로 행사를 운영하는 대신 생활문화단체와 상인이 역할을 나누는 구조다.

전통시장 공연이 실질적인 상권 활성화로 이어지는지를 확인하려면 공연 횟수뿐 아니라 행사 시간대 방문객 증가와 점포 매출 변화, 관람객 체류시간, 상인 만족도 등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문화행사가 일회성 볼거리로 끝나지 않고 다시 시장을 찾게 만드는 방문 동기로 이어지는지가 사업의 지속성을 가를 수 있기 때문이다.

전통시장 공연 이후 다락 축제는 10월 31일 오정대공원과 부천아트벙커B39에서도 이어진다. 부천시는 시장과 공원, 문화시설 등 시민의 일상생활권으로 축제 공간을 분산해 생활문화 참여 기회를 넓힐 계획이다.

조용익 부천시장은 “이번 협약을 통해 생활문화예술인에게는 새로운 활동 무대를, 전통시장에는 활력을, 시민에게는 일상 속 문화 향유의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생활문화와 지역 상권이 함께 성장하고 상생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관심을 두고 지원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