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뭐 있어?

2026-09-04     이동훈 칼럼니스트
용혜인

내 인생은 왜 이렇게 잘 풀리지? 그는 그런 생각으로 여기까지 온 건지도 모른다.

남들이 피땀 흘려 돈을 벌 때 세월호 시위 현장에 나가 피킷 들고, 사회운동 하다 보니 어느새 국회의원이 돼 있었다. 하필 사회운동 시절 그의 손에 들린 피킷 구호는 “일은 싫고, 돈은 좋다(No work, yes money!)”였었다.

그런 신조 때문인지 실제로 그는 민주당의 위성정당 비례대표가 되어 특별히 의미있는 일을 하진 않았다. 그러나 정당 국고보조금 폐지를 주장하던 그는 지금 1인 정당이나 마찬가지인 기본소득당 앞으로 연간 11억 원에 달하는 국고보조금을 받아가고 있었다. 그 돈의 상당 금액은 자신과 남편, 그리고 측근들 몫으로 돌아갔다.

“인생 뭐 있어?” 너무나 순조롭고도 행복한 인생 아닌가.

그런 용혜인이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가 됐다. 그런데 비례대표직을 사임하지 않겠다고 그는 말한다. 국고보조금을 계속 받기 위해서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이 역시 그의 인생 신조에는 맞는 처신이다. 장관직이야 주면 하겠지만, 놀고먹는 비례대표를 내려놓을 이유가 있겠는가?

일관성이 있어 보이는 그의 삶이 서른여섯 살에 와서 풀리지 않는 매듭처럼 꼬이고 말았다. 그저 기본소득과 패미니즘을 앞세워 국회의원 한 자리 차지하고 지낼 때는 태도 문제로 욕만 먹으면 그만이었다. 그에게 욕 정도는 돈에 비할 바가 아니었으니까. 그런데 온통 국민과 정치계가 다 들고 일어나 그를 공격하고 나섰다.

‘잠잠하더니, 이게 뭔 난리야?’ 그는 지금 이렇게 생각할 것 같다. 운이 좋아 특혜를 받고, 놀고먹고, 억세게 운이 따라 장관 후보가 된 게 뭐 그리 큰 잘못인가? 그건 잘못이 아니다. 그는 어디서부터 일이 꼬였는지, 알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맞다. 그는 대역죄를 지은 것도 아니고, 반사회적 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니다. 다만 그는 까랑까랑한 목소리로 쉴새 없이 상대를 몰아치는 캐릭터로 이 자리까지 왔다. 그리고 온갖 정의로운 말들을 쏟아내며 그 자리를 지켜 왔다. 정의롭지 못한 그에겐 그게 큰 잘못이다.

상대가 받을 상처를 생각하지 않고, 사리에 맞지 않는 말들을 쏟아낸 그는 공격하던 자리에서 공격받는 자리로 옮겨 가야 한다. 그는 이 사회로부터 너무 많은 혜택을 받았고, 또 이 사회에 너무 많은 갈등과 상처를 줬다. 활을 잘 쏘기만 하면 되던 궁수(弓手)가 창을 받아야 하는 검투사(劍鬪士)로 나서야 한다.

인생, 거기엔 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