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주, ‘정약용 실학’ 로봇 창작으로 잇는다

제40회 다산정약용문화제 대표 프로그램… 10월 17~18일 정약용유적지서 개최

2026-09-03     이정애 기자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술이 일상과 학교 교육에 빠르게 들어오는 가운데 남양주시가 조선 후기 실학자 정약용의 문제해결 정신을 로봇 제작과 결합한 가족 참여형 창작대회를 연다. 역사 인물을 기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어린이들이 직접 아이디어를 설계하고 구현하는 과정을 통해 실학의 의미를 현대적인 과학기술 교육으로 확장하려는 시도다.

남양주시는 오는 4일부터 30일까지 ‘2026 정약용 로봇창작대회’ 참가 가족을 모집한다. 대회는 제40회 다산정약용문화제가 열리는 10월 17~18일 정약용유적지에서 진행된다. 전국 초등학생과 보호자가 한 팀을 구성해 참여할 수 있다.

참가 규모는 총 60팀이다. 17일에는 초등학교 4~6학년 고학년부, 18일에는 1~3학년 저학년부가 각각 30팀씩 참가한다. 공식 모집계획에는 전체 60팀 가운데 20팀을 남양주시 거주 학생에게 우선 배정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가족당 한 팀만 신청할 수 있으며 모집 상황에 따라 접수가 조기에 끝날 수 있다.

올해 대회의 주제는 ‘다산 이노베이터’다. 참가 가족은 사전에 제공되는 로봇 창작키트와 영상자료를 활용해 기본 제작방법을 익힌 뒤 대회 당일 공개되는 과제를 해결하는 로봇을 현장에서 완성하고 결과물을 발표한다.

이 같은 프로그램은 학교 정보교육이 확대되는 시기와 맞물려 있다. 교육부가 확정한 2022 개정 교육과정은 디지털 기초소양을 미래세대의 핵심 역량으로 두고 정보교육을 강화했다. 교육부는 초등학교 정보교육을 34시간 이상, 중학교는 68시간 이상 편성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2026년은 새 교육과정이 초등학교 5~6학년까지 확대 적용되는 해다. 2024년 초등 1~2학년을 시작으로 2025년 3~4학년에 적용된 데 이어 올해 5~6학년까지 적용 범위가 넓어졌다. 대회 고학년부 참가자 상당수가 학교에서도 강화된 디지털·정보교육을 경험하는 시점인 셈이다.

디지털 기술의 생활화 속도도 빠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의 ‘2025 인터넷이용실태조사’에 따르면 만 3세 이상 국민의 AI 서비스 경험률은 67.0%, 생성형 AI 서비스 경험률은 44.5%로 집계됐다. 생성형 AI 경험률은 전년보다 11.2%포인트 높아졌다. AI가 일부 전문가의 기술에서 일반 시민이 사용하는 생활도구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학교 밖 교육에 대한 가계 부담이 큰 상황이라는 점도 체험형 공공 프로그램의 사회적 배경 가운데 하나다. 국가데이터처와 교육부의 2025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에서 초등학생의 사교육 참여율은 84.4%였으며, 전체 초등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43만3000원으로 나타났다. 사교육에 참여한 학생만 놓고 보면 월평균 지출은 51만2000원이었다.

로봇창작대회와 같은 단기 문화·체험 프로그램을 사교육의 대체수단으로 볼 수는 없지만, 지역 문화행사에서 어린이들이 보호자와 함께 과학기술을 직접 경험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 특히 완성된 로봇의 성능만 겨루는 방식보다 문제를 해석하고 가족이 역할을 나눠 해결책을 설계하는 과정에 초점을 맞췄다는 것이 이번 대회의 특징이다.

행사 장소를 정약용유적지로 정한 것도 대회의 성격과 연결된다. 다산정약용문화제는 정약용의 실사구시 사상과 인문정신을 현대적으로 계승하기 위해 1986년부터 이어져 올해 40회를 맞았다. 올해 문화제는 10월 17~18일 정약용유적지와 다산생태공원 일원에서 열린다.

남양주시는 최근에도 정약용을 교과서 속 역사인물에 머물게 하지 않고 시민 참여 콘텐츠로 재해석하고 있다. 지난 8월에는 정약용 탄생 264주년을 맞아 정약용도서관에서 거중기 퍼즐과 문장 필사, 역사 퀴즈 등을 결합한 체험행사를 운영했고, 지역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정약용유적지를 포함한 역사·문화 탐방 프로그램도 진행했다.

이번 로봇창작대회는 이런 역사문화 콘텐츠에 디지털 제작 활동을 추가한 형태다. 정약용이 당시 사회문제를 관찰하고 기술과 제도를 통해 해결책을 찾았던 실학적 접근을 어린이들이 현대의 로봇 제작 과정으로 체험하도록 한다는 취지다.

대회에서는 고학년부와 저학년부에서 각각 5팀씩 모두 10개 우수팀을 선정해 남양주시장상을 수여한다. 수상팀에는 코딩 로봇 세트가 부상으로 지급된다. 고학년부 시상은 17일 문화제 개막식에서, 저학년부 시상은 18일 진행될 예정이다.

결국 이번 프로그램의 성과는 수상작의 기술적 완성도뿐 아니라 어린이들이 로봇을 조립하는 과정에서 문제를 정의하고 시행착오를 거쳐 해결책을 만들어보는 경험을 얼마나 얻는지에 달려 있다. AI와 디지털 기술 활용이 빠르게 보편화되는 상황에서 지역의 역사문화자원을 미래세대의 창의·과학 교육과 연결하는 방식이 지속 가능한 문화콘텐츠로 자리 잡을지도 주목된다.

남양주시 관계자는 “부모와 아이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하나의 로봇을 완성해 가는 과정 자체가 이번 대회의 목적”이라며 “실사구시를 추구했던 다산의 정신을 아이들이 직접 경험하는 자리가 되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