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주, 정약용의 고향을 ‘걷는 인문학’으로…마재마을 10차례 답사

“마재마을 걸으며 역사 배운다”

2026-09-03     이정애 기자

남양주시는 이달부터 오는 11월까지 정약용유적지와 조안면 능내리 일원에서 ‘2026 여유당 인문트레킹’을 총 10차례 운영한다고 3일 밝혔다. 참가자는 남양주시 통합예약포털을 통해 사전 모집하며 회차별 정원은 10~20명이다. 전체 일정이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최대 200명가량이 참여할 수 있는 소규모 현장형 프로그램이다. 현재 통합예약포털에도 시민 대상 프로그램 모집이 진행되고 있다.

프로그램은 매주 수요일인 ‘남양주 문화요일’과 토요일 오전을 중심으로 약 2시간 동안 진행한다. 참가자들은 전문 연구자와 함께 정약용유적지에서 다산생태공원 등 마재마을 일대를 걸으며 정약용의 생애와 실학사상, 당시 지역의 생활사와 문화에 관한 설명을 듣는다.

마재마을은 정약용이 1762년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내고 말년을 보낸 곳이다. 현재 정약용유적지에는 생가인 여유당과 묘소, 다산기념관·다산문화관 등이 자리하고 있다. 남양주시는 정약용이 이곳에서 『목민심서』와 『경세유표』 등을 포함한 500여 권에 이르는 저술을 완성했다고 소개하고 있다.

정약용 관련 문화사업도 일회성 축제에서 연중 프로그램으로 넓어지고 있다. 남양주에서는 1986년부터 정약용의 실사구시 정신과 인문적 가치를 알리는 문화제가 이어지고 있으며 올해도 10월 정약용유적지와 다산생태공원 일원에서 관련 문화제가 열린다. 시는 전통 행사와 별도로 과학창의학교, 여유당 북페어, 생활권 프로그램 등 다양한 정약용 연계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도시 규모가 빠르게 커진 남양주에서 지역의 역사적 정체성을 시민 생활과 연결하는 과제도 커지고 있다. 남양주시 공식 통계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전체 인구는 외국인을 포함해 73만7564명, 세대수는 30만9475세대다. 내국인은 72만7373명, 외국인은 1만191명으로 집계됐다.

신도시와 신규 주거지역이 확대되면서 기존 주민뿐 아니라 새로 유입된 시민에게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알리는 생활권 문화정책의 필요성도 커지는 구조다. 이번 인문트레킹은 전시물을 보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역사공간을 걸으며 지역의 이야기를 이해하도록 설계됐다는 점에서 이런 도시 변화와 맞닿아 있다.

문화 활동 방식의 변화도 체험형 프로그램 확대의 배경이 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5 국민문화예술활동조사’에서 문화예술행사를 현장에서 직접 관람한 비율은 60.2%로 전년보다 2.8%포인트 감소했지만, 발표회·전시·창작활동 등에 직접 참여한 비율은 5.8%로 1.1%포인트 상승했다. 문화예술교육 경험률도 8.6%로 2.2%포인트 높아졌다. 관람 중심 문화소비와 함께 직접 배우고 참여하는 활동이 확대되고 있다는 의미다.

걷기를 결합한 방식도 일상적인 여가·건강 활동과 연결된다. 질병관리청의 2025년 지역사회건강조사 주요 지표에서 걷기 실천율은 49.2%로 집계됐다. 시민에게 익숙한 걷기에 역사 해설과 생태공간 탐방을 결합하면 별도의 전문 장비 없이도 여러 연령층이 참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남양주는 이미 마재마을을 활용한 도보형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2024년에는 정약용유적지에서 마재성지와 능내역, 연꽃마을, 다산생태공원을 거쳐 다시 유적지로 돌아오는 ‘마재마을 정약용투어’를 운영했다. 이번 여유당 인문트레킹은 기존 관광형 답사에 전문 연구자의 설명을 더해 인문교육 기능을 강화한 형태로 볼 수 있다.

다산생태공원 역시 단순한 주변 관광지가 아니라 정약용 관련 역사문화권의 한 축으로 정비되고 있다. 남양주시는 지난해 다산생태공원 내 ‘정약용정원’ 조성을 위한 시설공사와 조경, 관련 조형물 정비 등에 예산을 집행하는 등 유적지와 수변 생태공간을 연계하는 사업을 진행해 왔다.

이번 프로그램의 성과는 참가자 수뿐 아니라 반복 참여와 시민 만족도, 정약용유적지와 인근 문화·생태공간 방문 증가 등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특히 회차당 10~20명의 소규모 운영은 대규모 관광객 유치보다는 해설의 질과 참가자 체험을 높이는 방식인 만큼 향후 수요가 확인될 경우 운영 횟수와 계층별 프로그램을 확대할 여지도 있다.

시는 ‘여유당 인문트레킹’을 정약용유적지 일대 역사문화테마지구 조성과 연계해 정약용유적지와 마재마을, 다산생태공원을 하나의 역사문화권으로 연결한다는 계획이다. 단일 유적을 방문하고 돌아가는 관광에서 벗어나 주변 마을과 자연환경까지 머물며 경험하는 체류형 콘텐츠로 발전시키겠다는 취지다.

시 관계자는 “여유당 인문트레킹은 단순히 걷는 프로그램을 넘어 정약용 선생의 삶과 철학을 직접 체험하며 남양주의 역사적 가치를 발견하는 인문 여행”이라며 “앞으로도 역사와 문화, 생태를 융합한 체험형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발굴해 남양주만의 특색 있는 문화관광 프로그램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