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철 인물탐구] 이민근, 안산에서 버티고 안산에서 길을 찾다

3선 시의원·부의장·의장 거쳐 안산 최초 연임시장으로 두 차례 초박빙 승부가 남긴 한 표의 무게와 통합의 과제 장영실의 기술정신·박태준의 산업개척에서 찾는 안산의 미래

2026-08-31     김병철 기자

[뉴스타운/김병철 기자] 정치는 때로 압도적인 승리보다 간발의 차이에서 더 많은 것을 가르친다. 이민근 안산시장은 두 차례 시장 선거에서 모두 마지막까지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승부를 치렀다. 2022년에는 200표도 되지 않는 차이로 당선됐고, 2026년에는 개표 막판까지 뒤지다가 승부를 뒤집었다. 그렇게 그는 안산시 민선시장 역사상 처음으로 연임에 성공한 시장이 됐다.

두 번의 승리는 화려한 압승과 거리가 멀었다. 절반가량의 시민은 그를 선택했지만 다른 절반가량은 다른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 이민근이라는 정치인을 향한 기대와 우려가 그만큼 팽팽했다는 의미다. 그에게 연임은 정치적 성취인 동시에 자신을 선택하지 않은 시민의 목소리까지 품어야 하는 숙제가 됐다.

이민근의 정치적 뿌리는 안산에 있다. 1969년 2월 14일 현재의 안산 지역에서 태어났고 해병대를 만기 전역했다. 한양대학교 행정·자치대학원에서 지방·도시행정을 전공해 석사학위를 받았다. 그의 이력에서 안산은 단순한 출생지나 선거구가 아니다. 시의원으로 정치를 시작했고 부의장과 의장을 지냈으며 시장이 된 곳이다. 정치적 성장도, 기다림도, 다시 시민의 선택을 구하는 과정도 이곳에서 겪었다.

그는 2006년 제5대 안산시의회 의원으로 지방정치에 입문했다. 이후 제6대와 제7대까지 내리 3선을 하며 12년을 의회에서 보냈다. 처음부터 도시 전체를 책임지는 자리에 있었던 것은 아니다. 주민이 불편을 호소하는 도로와 교통, 주차장과 복지시설, 지역상권과 주거환경을 살피고 예산과 조례를 심의하는 기초의원으로 출발했다.

기초의원이 마주하는 정치는 시민의 생활과 가깝다. 거대한 담론보다 버스가 제시간에 오는지, 주차할 공간이 있는지, 아이를 맡길 곳이 있는지, 골목길이 안전한지가 먼저다. 지역기업이 버틸 수 있는지, 복지의 손길이 필요한 주민이 제때 지원받는지도 살펴야 한다. 이민근은 이러한 생활정치의 현장에서 한 단계씩 정치적 경험을 쌓았다.

제6대 안산시의회 전반기 부의장을 맡은 데 이어 2016년 7월에는 제7대 의회 후반기 의장으로 선출됐다. 당시 재적의원 21명이 참여한 의장 선거에서 11표를 얻었다. 의장 당선에 필요한 경계를 가까스로 넘은 결과였다.

이 시장은 당시 당선 인사에서 의장이라는 직은 개인 이민근의 자리가 아니라 의원들과 시민의 뜻을 대표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당선의 기쁨보다 마음이 무겁다는 소감도 밝혔다. 서로의 부족함을 채우고 개인의 판단보다 의원들의 뜻을 받들겠다는 약속도 남겼다.

의장에게는 개별 지역구를 넘어 도시 전체를 바라보는 시선이 필요하다. 상록구와 단원구, 신도시와 구도심, 국가산업단지와 주거지역, 도심과 대부도는 서로 다른 여건과 요구를 지니고 있다. 의원들의 정치적 입장도 같을 수 없다. 이 시장은 의장으로 활동하면서 지역과 정당, 의원 간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과정을 가까이에서 경험했다.

의회는 행정을 견제하고 질문하는 공간이다. 의원은 사업이 늦어지는 이유를 묻고 예산 집행의 문제를 지적할 수 있다. 시장은 다르다. 지연된 사업을 어떻게 풀 것인지 결정해야 하고, 예산과 조직을 움직여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 서로 충돌하는 요구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고 그 결과까지 책임져야 한다.

2018년 제7대 안산시의회 임기를 마친 이민근은 2022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안산시장에 당선됐다. 같은 해 7월 민선 8기 제15대 안산시장으로 취임하면서 의회에서 집행부를 바라보던 사람이 시정을 이끄는 위치로 옮겨갔다.

2022년 안산시장 선거는 마지막까지 승부를 알 수 없는 초접전이었다. 이 시장은 200표(179표)도 되지 않는 차이로 상대 후보를 앞섰다. 근소한 차이로 얻은 승리는 시장직의 권한만큼이나 무거운 책임을 남겼다. 자신을 지지한 시민의 기대와 다른 후보를 선택한 시민의 판단을 함께 살펴야 했기 때문이다.

민선 8기 이민근 시정은 ‘시민과 함께, 자유로운 혁신도시 안산’을 내걸고 출발했다. 현장에서 성장한 정치인답게 시민 소통과 현장행정을 강조했고, 동시에 산업도시 안산의 체질을 바꾸는 미래산업 정책에 힘을 실었다.

안산은 반월·시화국가산업단지와 함께 성장한 도시다. 산업단지는 기업과 노동자를 불러들였고 주거지와 상권을 키웠다.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모였고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지닌 주민들이 함께 살아가는 도시가 됐다. 오늘의 안산을 만든 가장 강한 동력 가운데 하나가 제조업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산업단지의 시설은 노후화됐고 중소 제조업체는 인력난과 기술 변화에 직면했다. 청년이 선호하는 일자리 부족과 인구 유출도 도시가 풀어야 할 과제로 떠올랐다. 과거의 제조업 기반을 지키는 것만으로는 안산의 다음 성장을 준비하기 어려워졌다.

이 시장은 기존 제조업에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술을 접목하는 AX 전환을 안산의 새로운 산업 방향으로 제시했다. 반월·시화국가산업단지를 인공지능 전환의 실증 현장으로 만들고 자동차부품과 인쇄회로기판 등 주요 제조 분야의 공정혁신을 다른 기업으로 확산하겠다는 구상이다.

기술을 산업현장과 시민의 삶에 연결한다는 점에서 조선시대 과학기술자 장영실을 떠올릴 수 있다. 장영실은 기술을 자신의 재능을 보여주는 데만 사용하지 않았다. 당시 국가와 백성에게 필요했던 시간과 천문, 기후 관측의 문제를 실제 기구로 풀어냈다. 기술은 현실에서 쓰일 때 가치를 갖는다는 것을 보여준 인물이다.

이민근 시장과 장영실을 같은 위치에 놓을 수는 없다. 시대도 역할도 전혀 다르다. 다만 안산이 추진하는 AI와 로봇, 스마트 제조가 기업과 노동자의 현실에 어떻게 쓰일 것인지를 생각할 때 장영실의 기술정신은 하나의 길잡이가 될 수 있다.

기술 전환은 이름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생산현장의 불량률을 낮추고 에너지 사용을 줄이며 노동자의 안전을 높이는 변화로 이어져야 한다. 기술과 자금이 부족한 중소 제조업체도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청년에게는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지역기업에서 일할 기회가 돼야 한다. 그래야 AX 전환이 일부 선도기업의 성과를 넘어 산업단지 전체의 변화로 확산될 수 있다.

이 시장이 미래산업 전환의 또 다른 축으로 추진한 사업은 안산사이언스밸리 경제자유구역이다. 한양대학교 ERICA와 경기테크노파크,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등 안산의 산학연 기반을 연결해 AI와 첨단로봇 중심의 연구개발 거점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경제자유구역은 기업과 연구기관을 유치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다. 안산시는 국제학교를 비롯한 교육환경과 주거·문화시설을 함께 갖춰 국내외 기업과 연구인력이 머물 수 있는 도시를 구상하고 있다. 제조업 도시로 성장한 안산이 연구개발과 첨단산업을 품은 도시로 넘어가기 위한 시도다.

이 과정에서 박태준의 산업개척을 살펴볼 수 있다. 박태준은 대한민국 산업화 과정에서 장기적인 산업계획을 생산시설과 기술인력, 제품과 수출로 연결한 인물이다. 그의 시대와 행적에는 여러 평가가 존재하지만 산업의 청사진을 현실의 생산 기반으로 옮겼다는 점은 분명하다.

박태준 역시 이민근 시장을 높이기 위한 비교 대상은 아니다. 경제자유구역 지정과 산업 전환 계획이 실제 기업 유치와 연구개발, 생산과 일자리로 이어져야 한다는 점을 설명하는 제한적인 비교축이다. 산업정책은 계획을 발표하고 협약을 맺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기업이 투자하고 시설을 세우며 사람을 고용할 때 도시의 변화로 이어진다.

이 시장은 산업정책과 함께 청년과 교육을 강조해 왔다. 청년창업펀드와 창업지원 공간, 직업교육과 지역기업 연계를 통해 청년이 안산에서 배우고 일하며 정착할 수 있는 기반을 넓히겠다는 방향이다. 청년정책도 창업이나 취업을 한 차례 지원하는 데 머물지 않고 주거와 교통, 문화생활까지 연결하는 정주정책으로 이어질 필요가 있다.

교육에 대한 관심도 같은 흐름에 놓여 있다. 산업이 첨단화되더라도 필요한 인재를 지역에서 키우지 못하면 기업과 청년을 함께 붙잡기 어렵다. 특성화고와 대학, 기업을 연결하는 직업교육과 AI·로봇 인재 양성은 지역에서 배운 청년이 지역기업에서 일할 수 있는 경로를 만드는 과정이다.

이 시장은 안산시의회 본회의 답변에서 훗날 자신이 교육에 진심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이 말에는 시장으로서 남기고 싶은 모습이 담겨 있다. 대형 개발사업이나 산업시설뿐 아니라 사람을 키우는 데 힘을 쏟은 시장으로 기억되고 싶다는 의미로 읽힌다.

교통과 도시공간의 변화도 이민근 시정이 이어가야 할 분야다. 안산선은 오랫동안 시민의 이동을 담당했지만 도시의 생활권을 가르는 경계가 되기도 했다. 철도 지하화와 상부 공간 개발은 단절된 지역을 연결하고 주거와 상업, 문화와 녹지가 어우러지는 새로운 도시공간을 만들 기회다.

신안산선과 GTX-C 상록수역, 인천발 KTX 초지역 등 광역철도망도 안산의 생활권을 바꿀 수 있는 사업이다. 철도망이 연결되면 서울과 수도권 주요 지역으로 이동하는 시간이 줄어들고 역세권과 주변 상권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 다만 철도사업은 중앙정부와 경기도, 관계기관의 협력과 장기간의 행정절차가 필요한 만큼 시민에게 추진 단계와 일정을 정확하게 설명하는 과정도 중요하다.

대부도는 산업도시와는 다른 안산의 얼굴을 보여준다. 해양생태와 농어촌, 관광자원을 함께 지닌 대부도는 수도권 해양관광지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 이 시장은 취임 이후 대부도에서 현장 간부회의를 열고 교통과 관광, 기반시설과 주민 생활을 함께 살피는 방향을 제시했다.

대부도의 발전은 관광객을 늘리는 문제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섬과 도심을 오가는 주민의 교통, 의료와 교육, 생활 편의가 함께 개선돼야 한다. 관광개발과 주민의 생활이 나란히 갈 때 대부도의 변화가 지속될 수 있다.

안산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다문화도시이기도 하다. 다양한 국적과 문화적 배경을 지닌 주민들이 함께 생활한다. 이들의 안정적인 정착과 자녀 교육, 지역사회 참여를 지원하는 일은 복지정책인 동시에 도시의 미래와 연결된 과제다.

외국인 주민이 지닌 언어와 문화, 국제적 네트워크는 경제자유구역과 기업의 해외 진출, 문화관광에도 활용할 수 있는 안산만의 자산이다. 산업도시와 다문화도시라는 두 특성을 어떻게 연결하느냐에 따라 안산은 다른 도시가 쉽게 따라갈 수 없는 경쟁력을 만들 수 있다.

이민근 시장은 민선 8기 동안 경기도시장군수협의회 사무처장을 맡았고 2024년부터 경기중부권행정협의회 회장으로 활동했다. 안양·군포·의왕·과천·광명·시흥 등 인접 지방정부와 교통, 환경, 행정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다. 도시의 경계를 넘는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개별 지방정부의 노력과 함께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

2026년 시장 선거는 이민근 정치 인생의 또 다른 갈림길이었다. 개표 초반부터 이어진 열세는 막판까지 계속됐다. 그러나 개표율이 98%를 넘어선 시점에 승부가 뒤집혔다. 최종적으로 이 시장은 15만393표를 얻어 14만7762표를 받은 상대 후보를 2631표 차이로 앞섰다.

그 결과 이민근 시장은 1995년 지방자치단체장 직선제 시행 이후 안산에서 처음으로 연임에 성공한 민선시장이 됐다. 2022년에 이어 2026년에도 근소한 차이로 시민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두 차례의 초접전은 그의 정치적 생명력을 보여주는 동시에 안산의 민심이 한쪽으로 기울지 않았다는 사실도 보여준다.

민선 9기는 민선 8기와 다른 시간이 될 수밖에 없다. 첫 임기에는 새로운 정책을 제시하고 사업의 기반을 마련하는 과정이 중심이었다면 두 번째 임기에는 시작한 일을 구체화해야 한다. 경제자유구역은 기업과 연구기관이 들어오는 공간으로 조성돼야 하고 국가산단 AX 전환은 제조현장의 변화로 확산돼야 한다. 철도와 도시개발은 시민이 확인할 수 있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이 시장에게는 의회에서 보낸 12년과 시장으로 일한 4년이 있다. 지역의 현안을 몰랐다고 말하기 어려운 경력이다. 동시에 그 경험은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자산이 될 수 있다. 시장 혼자 결정하는 방식보다 의회와 시민, 기업과 노동자, 청년과 지역사회의 목소리를 연결하는 역할이 중요해졌다.

인물탐구는 한 사람을 영웅으로 만드는 글이 아니다. 걸어온 길을 살피고 그 사람이 어떤 선택 앞에 서 있는지를 들여다보는 작업이다. 이민근 시장의 삶에는 기초의회에서 출발해 도시의 책임자가 된 지방정치인의 시간이 담겨 있다. 순탄한 압승보다 마지막까지 알 수 없었던 승부를 거듭했고, 그 과정에서 한 표의 무게를 누구보다 가까이 경험했다.

장영실의 기술정신과 박태준의 산업개척은 이민근 시장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장식이 아니다. 기술을 현실에서 사용하고 산업의 계획을 생산과 일자리로 옮겨야 한다는 두 가지 질문을 안산의 미래에 던지는 역할이다. 이 시장이 추진하는 AI·로봇산업과 경제자유구역도 결국 시민의 삶과 연결될 때 의미를 갖는다.

김병철

시의원 이민근은 시민을 대신해 집행부에 질문했다. 의장 이민근은 서로 다른 의견 사이에서 의회를 이끌었다. 시장 이민근은 이제 자신이 과거에 던졌던 질문에 답해야 하는 위치에 서 있다. 산업과 교통, 교육과 청년, 복지와 다문화정책을 하나의 도시 미래로 연결해야 한다.

두 번의 초박빙 승부 끝에 시장이 된 이민근은 한 표가 얼마나 무거운지 알고 있을 것이다. 자신을 선택한 시민의 기대뿐 아니라 다른 선택을 한 시민의 우려도 함께 안고 가야 한다. 선거 과정에서 갈라진 마음을 통합하고 정책의 결과로 신뢰를 얻는 일이 안산 최초 연임시장에게 주어진 다음 과제다.

이민근이 걸어온 길은 안산에서 시작해 안산으로 이어졌다. 생활정치 현장에서 시민의 목소리를 듣던 시의원은 이제 미래산업도시의 방향을 결정하는 시장이 됐다. 그가 앞으로 어떤 길을 선택하고 어떤 답을 남길지는 안산의 다음 4년과 함께 기록될 것이다.

기자메모/ 이민근 시장은 안산에서 태어나 지역의 기초의원으로 정치에 입문했고 12년 동안 의정활동을 이어갔다. 부의장과 의장을 거쳐 시장이 된 뒤 두 차례 초접전 끝에 안산 최초의 연임시장으로 이름을 남겼다. 그의 강점과 부담은 모두 오랜 지역정치 경력에서 나온다. 이번 인물탐구는 정책의 숫자를 나열하기보다 의회에서 질문하던 사람이 시장으로서 답해야 하는 위치에 서기까지의 시간을 살펴봤다. 장영실과 박태준은 이 시장과 직접 비교하지 않고 기술과 산업을 현실로 연결하는 역사적 길잡이로만 활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