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공무원주권시대”를 열었나?
환경부에 정보청구했더니 답변 패스하고 접수한 당일 타기관이첩
불법 환경오염발생 다짐재를 섬강 하천에 깔은 형장 동영상
원주시가 추진하고 있는 문막교 재가설공사 현장에서 교량 상판 조립 등의 작업을 위해 섬강 하천에 석산 골재와 석분이 섞인 혼합 골재가 바닥재로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단순히 돌과 골재가 하천에 깔렸다는 데 있지 않다.
해당 재료가 어떤 성분으로 구성돼 있는지, 하천 내 사용이 적정한지, 관련 인허가와 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에 부합하는지, 강우 시 미세한 석분과 토사가 하천으로 유출되지 않도록 충분한 방지대책이 마련됐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미세한 토사와 석분이 강우와 함께 하천으로 유입될 경우 탁도와 부유물질 농도가 높아지고 하상에 퇴적되면서 수생태계와 어류 서식환경에 영향을 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국가기관과 사업 시행기관은 공사가 적법하다는 주장만 되풀이할 것이 아니라 어떤 재료를 사용했고, 어떤 기준과 승인에 따라 사용했으며, 환경오염 방지대책을 어떻게 시행하고 있는지를 국민에게 투명하게 설명해야 한다.
이 같은 문제를 확인하기 위해 지난 8월 18일 원주지방환경청에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청구 내용은 ▲해당 사업의 환경영향평가 관련 서류 ▲환경영향평가법상 하천 바닥재 사용과 관련된 허가·협의 기준 및 제출서류 ▲물환경보전법과 관련한 석분 혼합 바닥재 사용 시 필요한 절차와 서류 ▲폐기물관리법상 공사업체의 준수사항과 감독기관 등에 관한 것이었다.
아울러 석분이 포함된 골재를 하천 바닥재로 사용하는 행위가 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이나 관련 환경법령에 저촉될 가능성이 없는지에 대해서도 원주지방환경청의 의견을 물었다.
그러나 원주지방환경청은 청구 당일 이를 문막교 재가설공사를 담당하는 원주시청 도로관리과로 이관했다.
물론 정보공개청구를 다른 기관으로 이관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잘못된 행정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은 다른 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는 정보의 공개청구를 받은 경우 해당 소관 기관으로 이송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원주시가 보유하고 있는 공사 설계도서와 시방서, 자재 관련 자료 등을 원주시로 이관한 것은 법에 따른 행정절차일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청구에는 원주시가 보유한 공사자료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환경영향평가법의 적용 여부, 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 하천에서 이뤄지는 공사와 환경관리의 적정성 등 원주지방환경청의 업무와 직접 관련될 수 있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실제로 원주지방환경청에는 별도의 환경평가과가 설치돼 있으며 환경영향평가·전략환경영향평가·소규모환경영향평가의 협의와 협의내용 이행관리 등을 담당하고 있다.
더욱 주목할 부분은 하천관리 업무다.
원주지방환경청은 2022년부터 기존 원주지방국토관리청이 담당하던 하천관리 업무를 이관받았으며, 현재 하천계획과·하천공사과·하천관리과 등을 두고 관련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원주지방환경청 하천관리과의 공식 업무에도 하천시설 점검과 순찰, 불법점용 점검, 인허가 관련 조사 및 협의 등이 명시돼 있다.
그렇다면 국민이 묻고 싶은 것은 분명하다.
환경청이 원주시로 정보공개청구를 이관한 것 자체가 아니라, 과연 이 사안에서 환경청이 직접 확인하고 답변해야 할 사항은 하나도 없었느냐는 것이다.
문막교 공사 과정에서 하천 바닥에 사용한 재료는 정확히 무엇인가.
그 골재와 석분은 어디에서 생산돼 어떤 절차를 거쳐 반입됐는가.
해당 재료의 품질시험성적서와 골재원 승인자료는 존재하는가.
해당 재료의 사용이 당초 설계와 시방서에 포함돼 있었는가.
환경영향평가 또는 소규모환경영향평가 대상이라면 해당 공법과 자재 사용이 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에 부합하는가.
강우 시 토사와 석분이 섬강으로 유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오탁방지막, 침사지 등 저감시설은 적정하게 설치·관리되고 있는가.
또한 해당 공사구간이 「하천법」상 하천구역에 해당하고 성토나 토지의 형질변경 등이 이뤄졌다면 관련 허가 또는 협의사항과 실제 시공내용은 일치하고 있는가.
현행 「하천법」 제33조는 하천구역에서 토지의 점용뿐 아니라 토지의 굴착·성토·절토와 그 밖의 형질변경 등을 할 경우 하천관리청의 허가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결국 이번 문제는 석분이 섞인 골재가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불법 환경오염’이라고 단정할 사안도 아니지만, 반대로 “원주시가 하는 공사이니 원주시에 물어보라”며 끝낼 사안도 아니다.
환경 문제에서 국민이 원하는 것은 복잡한 기관 간 업무분장이 아니다.
누가 책임 있게 확인하고, 어떤 기준으로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는지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다.
원주지방환경청 홈페이지에는 환경보전과 생태계 건강성 확보, 오염원 관리와 환경오염사고 예방·대응, 하천관리 업무를 함께 수행한다고 밝히면서 국민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당부하고 있다.
그렇다면 국민이 실제 환경문제를 제기했을 때 그 관심과 참여에 답하는 행정 역시 뒤따라야 한다.
관련 자료가 원주시에 있다면 원주시가 공개하면 된다.
하지만 환경영향평가 협의와 하천관리 등 환경청이 담당하는 영역이 있다면 그 부분은 환경청이 직접 확인하고 설명해야 한다.
특히 이번 사안에 대해서는 원주시와 원주지방환경청이 각각 ▲하천 내 사용 자재의 종류와 성분 ▲설계 및 승인 여부 ▲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 ▲하천 관련 허가·협의사항 ▲탁수 및 토사 유출 방지대책 ▲공사 완료 후 하천 원상복구 계획 등을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
현장 확인 결과 문제가 없다면 그 근거를 국민 앞에 제시하면 된다.
반대로 승인되지 않은 자재 사용이나 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 미이행, 부적절한 하천 형질변경, 토사 유출 방지시설 관리 소홀 등이 확인된다면 관계기관은 즉각 시정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
환경행정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거창한 구호에서 만들어지지 않는다.
현장에서 국민이 제기한 하나의 의문에 얼마나 성실하고 구체적으로 답하느냐에서 시작된다.
원주지방환경청과 원주시는 문막교 재가설공사 현장의 환경관리 실태를 확인하고, 섬강에 사용된 바닥재가 어떤 기준과 절차에 따라 사용됐는지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
그것이 섬강을 지키는 행정이고, 국민의 환경 우려에 답하는 책임 있는 행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