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 낚시터의 잉어들

2026-08-26     이동훈 칼럼니스트
유튜브.

제법 품격있는 경제학자가 심각한 표정으로 한국경제가 곧 망한다고 말한다. 그는 다른 채널에서 한껏 희망찬 표정으로 우리 기술이 곧 세상을 지배한다고 열을 올린다.

이 나라가 무슨 배추 경매시장인가? 그러나 유튜브에서는 늘 있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관심을 끌 수만 있다면 그들은 무슨 말이든 한다. 이 지식 장사꾼들의 낚시 콘텐츠가 쏟아져 나오는 동안 구독자들은 주는 대로 사료를 받아먹는 유료 낚시터의 잉어들 신세가 돼 버렸다. 감옥처럼 가둔 것도 아닌데 스스로 사육당하는 모습을 말한다.

유튜브는 당신이 놀랄만한 내용이라면 내일 당장 전쟁이 날 수 있다고 말하거나, 동해가 말라 사라질 거라고 말할 수 있다. 물론 몇 가지 전제를 달거나 수억 년 후의 일이라고 말하지만, 그들은 아주 심각하게 말한다. 그들은 당신이 지금 재미로 듣고 있다는 사실을 잘 간파하고, 무료함을 잘 긁어주는 것이다.

그렇다고 유튜브가 당신이 진짜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도 아니다. 이야기의 본론을 들어가지 않고, 같은 얘기를 이리저리 돌려 가면서 중요한 얘기는 마지막에 들려주겠다고 한다. 당신이 머무는 시간이 그들에겐 곧 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지막까지 들어 보면 정작 별 내용이 없다.

유튜브는 당신에게 정보를 전달하기에 적합한 미디어가 아니다. 그럴 정보력도, 실력도, 의지도 없다. 심지어 한글 맞춤법도 제대로 모른다. 다만 엄청난 정보를 전해주려는 것처럼 타이틀을 자극적으로 뽑는 것뿐이다. 특히 피해야 할 콘텐츠들이 있다. 팩트가 뭔지는 숨긴 채 ‘경악’, ‘미친’, ‘발칵’ 같은 말을 쓰는 것들이다.

그들은 당신의 호기심을 자극하려고 일부러 팩트를 숨기는 게 아니다. 타이틀에 내세울 만한 팩트가 없기 때문이다. 정말 경악할 만한 팩트라면 타이틀에 내세우지 않을 바보가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

조금 귀찮더라도 뉴스를 보고 스스로 세상을 판단해야 한다. 더 중요한 이슈라면 전문기관의 보고서를 찾아봐야 한다. 유튜브만 본다면 당신이 바보가 되는 건 시간문제다. 알맹이는 없고, 대충 허접한 재료들에 양념을 버무린 정보들을 재미로 보는 동안 당신은 더 똑똑해졌다고 믿지만, 사실은 바보가 되어 가고 있다.

이제 다 알다시피 뉴스를 제대로 보는 법도 그리 녹녹지는 않다. 뉴스 역시 오염되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뉴스가 사건의 팩트 자체를 조작하는 경우는 드물다. 같은 주제를 수천 개 매체가 동시에 다루기 때문이다. 그리고 민감한 사건에 대해서는 다양한 채널을 종합해서 받아들이면 된다.

생각 있는 시청자, 정보를 가릴 줄 아는 시청자가 많아지거나 허접한 콘텐츠를 외면한다면 유튜브는 차츰 맑아지고 또 알맹이가 들어찰 것이다. 당신의 시간을 뺏으려던 그들이 더 이상 콘텐츠를 제작할 이유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자면 유튜브가 오염된 이유를 생각하면 우리가 생각 없이 보아 넘긴 잘못이 제일 크다.

미디어의 수준은 그 시청자의 수준이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