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철 인물탐구①] 이상일의 ‘용인 르네상스 시즌2’…무엇을 남길까
김육의 개혁·박정희의 산업화에서 묻는 실행력…‘용인 르네상스 시즌2’ 시험대 질문하던 기자에서 답해야 할 시장으로…민선 8기 청사진, 민선 9기에는 완성으로 증명해야 반도체·교통·교육·균형발전 넘어 시민의 삶까지…“시장 이상일의 성적표는 무엇인가”
[뉴스타운/김병철 기자] 사람을 안다는 것은 그의 직함을 아는 것과 다르다. 시장이라는 명함을 잠시 내려놓고 한 사람이 걸어온 길을 따라가면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어떤 방식으로 판단하며 결정적인 순간 어디에 승부를 거는지가 보인다. 이상일 용인특례시장을 들여다보는 출발점 역시 ‘시장 이상일’보다 오랫동안 권력과 정치를 취재했던 ‘기자 이상일’에 있다.
이상일은 오랫동안 질문하는 사람이었다. 언론 현장에서 정치를 취재하고 워싱턴특파원과 정치부장, 논설위원 등을 거치며 권력을 관찰하고 정책을 평가했다. 이후 취재 대상이던 정치에 직접 뛰어들어 제19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당 대변인 등 중앙정치를 경험한 뒤 지방행정으로 무대를 옮겼다. 이제 그는 재선 용인특례시장으로 ‘용인 르네상스 시즌2’를 이끌고 있다.
기자와 국회의원, 시장은 서로 다른 자리지만 이상일의 이력을 관통하는 것은 질문과 판단, 설득 그리고 책임이다. 기자는 문제를 묻고 정치인은 자신의 주장을 설득하지만 시장은 선택한 정책을 행정으로 구현하고 결과까지 책임져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상일의 지난 시간은 남에게 질문하던 사람에서 자신의 말과 판단에 결과로 답해야 하는 사람으로 이동해온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궁금해진다. 기자 이상일이 지금의 시장 이상일을 취재한다면 무엇부터 물을까.
시청이 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발표하면 실제 행정절차가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확인할 것이고, 예산을 확보했다고 하면 확보액과 집행액을 구분할 것이다. 철도와 도로사업이라면 건의와 국가계획 반영, 확정과 착공·개통을 따로 살펴볼 것이며 대규모 기업투자를 성과로 제시한다면 중앙정부와 기업, 경기도와 용인시가 각각 어떤 역할을 했는지도 따질 것이다.
“시장님, 계획과 확정을 같은 성과로 설명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민선 8기에 발표한 사업 가운데 실제 완료된 것은 무엇입니까. 정부에 건의한 사업과 정부가 결정한 사업을 시민에게 명확하게 구분하고 있습니까. 반도체 투자 규모가 커진 만큼 용인 청년에게 돌아오는 일자리는 얼마나 늘어납니까. 추진하는 도로와 철도 가운데 시민이 실제 이용할 수 있는 시점은 언제입니까. 처인구의 산업 성장을 기흥과 수지 시민은 어디에서 체감할 수 있습니까.”
기자 이상일이었다면 다른 정치인과 행정기관을 상대로 충분히 던졌을 질문이다. 이제 그 질문들이 시장 이상일 자신에게 돌아오고 있다.
여기에서 역사 속 두 인물, 김육과 박정희를 비교의 거울로 꺼내볼 수 있다. 시대도 권한도 정치적 환경도 전혀 다른 만큼 이상일을 두 사람과 동일시하려는 것이 아니다. 김육에게서는 정책을 현실에 정착시키는 실행을, 박정희 시대에서는 산업과 기반시설을 함께 움직였던 성장전략과 그 명암을 살펴보려는 것이다.
조선 후기 김육을 이야기할 때 빼놓기 어려운 것이 대동법이다. 공납 과정의 폐단을 줄이기 위해 추진된 대동법은 광해군 때 경기도에서 시행됐지만 전국으로 확대되는 과정에서 이해관계와 반발이라는 벽을 만났다. 김육은 충청도 관찰사 등을 거치면서 대동법 확대를 적극 주장했고 효종 때 충청도 시행을 이끄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여기에서 눈여겨볼 것은 정책의 이름보다 실행이다. 좋은 제도를 주장하는 것과 실제 백성의 생활까지 도달하게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반대를 넘어서 제도가 작동하도록 해야 비로소 정책이 된다. 김육에게서 오늘날 행정이 읽어야 할 부분도 바로 ‘발표한 정책이 실제 현장에서 작동하는가’라는 질문이다.
용인 르네상스 시즌2 역시 같은 질문을 피할 수 없다. 시민에게 중요한 것은 사업의 이름이나 발표 횟수가 아니라 변화다. 시장이 중앙정부에 몇 차례 건의했느냐보다 무엇이 국가계획에 반영됐는지가 중요하고, 예산을 얼마 확보했다고 발표했느냐보다 그 돈으로 시민의 생활이 언제 달라지는지가 중요하다.
그렇다면 기자 이상일은 다시 물어야 한다. “용인 르네상스 시즌2 가운데 시민의 일상에서 이미 작동하는 정책은 무엇입니까. 시장이 바뀌어도 계속 굴러갈 제도는 무엇입니까. 시장의 의지가 아니라 행정시스템으로 정착시킨 정책은 무엇입니까.”
박정희 시대에서는 다른 질문을 가져올 수 있다. 경제개발과 수출산업 육성, 고속도로와 산업기반 확충, 중화학공업 육성 등을 통해 대한민국의 산업구조가 크게 변화한 것은 현대사의 중요한 한 부분이다. 동시에 권위주의 통치와 민주주의 억압, 인권침해에 대한 역사적 평가 역시 분리할 수 없다.
따라서 이상일과 박정희라는 두 정치인을 직접 비교하는 것은 이 글의 목적이 아니다. 다만 산업을 성장시키려면 공장만 세워서는 안 되고 도로와 전력, 용수와 물류, 주거와 인력까지 함께 움직여야 한다는 산업정책의 관점은 지금 용인에도 던지는 질문이 있다.
용인은 삼성전자가 참여하는 첨단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용인반도체클러스터가 추진되면서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의 핵심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투자 전체를 이상일 시장 개인의 성과로 설명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국가 산업정책과 기업의 투자 판단, 중앙정부와 경기도, 관계기관의 역할이 함께 작동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지방정부의 역할을 지울 수도 없다. 대규모 산업시설이 들어오면 도로와 철도, 전력과 용수, 인허가와 주민 문제, 학교와 주거 등 수많은 과제가 동시에 발생한다. 중앙정부와 기업을 상대로 용인의 요구를 관철하고 관계기관의 협력을 끌어내며 도시 기반시설을 산업 성장속도에 맞춰가는 일은 시장과 지방정부가 감당해야 할 몫이다.
따라서 이상일에게 물어야 할 것은 ‘누가 반도체를 유치했느냐’가 아니라 ‘반도체라는 국가적 기회를 용인의 도시 경쟁력과 시민의 삶으로 얼마나 전환했느냐’다.
이상일은 운이 좋은 시장일 수도 있다. 대한민국에서도 보기 드문 규모의 산업투자가 자신의 재임기에 용인에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책임이 무거운 시장이기도 하다. 기회가 클수록 시민이 요구하는 결과 역시 커지기 때문이다.
시민에게 수백조 원이라는 투자 규모는 거대한 숫자일 뿐이다. 자신의 출퇴근 시간이 얼마나 줄었는지, 아이가 다닐 학교가 충분한지, 청년이 용인에서 좋은 직장을 구할 수 있는지, 집 가까이 문화·체육시설이 늘어나는지가 훨씬 직접적이다. 결국 산업의 숫자를 시민의 시간과 생활로 바꾸는 것이 도시행정의 몫이다.
이 때문에 용인 르네상스 시즌2에는 속도만큼 균형이 중요하다. 처인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고 기흥은 산업과 주거가 공존하며 수지는 서울·성남과 밀접한 생활권을 형성하고 있다. 처인의 산업적 성장속도가 빨라질수록 그 효과를 기흥과 수지까지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 세 지역의 서로 다른 생활권을 어떻게 하나의 도시 경쟁력으로 묶을 것인지가 더 중요해진다.
산업은 성장했는데 교통이 따라가지 못하고 기업은 늘었는데 학교가 부족하며 일자리는 생겼지만 청년이 정착할 주거·문화환경이 갖춰지지 않는다면 산업성장과 시민생활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갈 수 있다. 그래서 기자 이상일이라면 “반도체 산업의 성장속도와 기반시설 확충속도가 맞습니까. 처인의 개발 효과를 기흥과 수지까지 어떻게 연결할 것입니까. 산업단지가 들어선 뒤 도로와 학교를 뒤늦게 만드는 과거의 개발방식을 반복하고 있지는 않습니까”라고 물어야 한다.
조금 더 불편한 질문도 필요하다.
“시장님의 판단이 틀렸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정책을 바꿀 수 있습니까. 참모들이 시장에게 듣기 좋은 보고만 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시장에게 반대하는 시민의 목소리를 찬성하는 목소리만큼 듣고 있습니까. 잘된 사업은 시장의 성과로 설명하면서 지연된 사업은 중앙정부나 관계기관의 책임으로 돌리고 있지는 않습니까.”
이런 질문이 정책보다 사람을 보여준다. 그래서 인물탐구에서는 중요하다.
이상일에게 언론과 중앙정치 경험은 분명 자산이 될 수 있다. 정치부 기자와 논설위원으로 정부와 정치권을 지켜봤고 국회의원으로 직접 정치의 작동방식을 경험했다. 국가산단과 광역교통처럼 중앙정부의 결정이 도시의 미래를 크게 좌우하는 용인에서는 이런 경험이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경력이 실력을 자동으로 증명하지는 않는다. 중앙정부를 안다는 것과 실제 움직이는 것은 다르고 문제를 설명하는 능력과 행정조직을 움직여 결과를 만드는 능력도 다르다. 이상일은 자신의 판단과 정책의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설명하는 정치인에 가깝지만 시민은 시장의 설명을 읽는 독자가 아니라 행정의 결과를 경험하는 당사자다.
길이 막히면 정책의 배경보다 출근시간이 중요하고 학교가 부족하면 장기계획보다 당장 아이가 어디에서 공부할지가 중요하다. 수백조 원의 투자계획보다 자신의 자녀가 용인에서 취업하고 정착할 수 있는지가 시민에게는 더 현실적인 문제다.
그래서 기자 출신 시장 이상일에게는 역설적인 질문이 따라붙는다. 질문을 잘했던 사람이 답도 잘 만들 수 있는가. 문제를 잘 지적했던 사람이 직접 해결할 수 있는가. 정치를 오래 관찰했던 사람이 복잡한 행정조직을 움직여 시민이 확인할 결과까지 만들어낼 수 있는가.
그 의미에서 이상일에게 가장 까다로운 취재기자는 어쩌면 과거의 이상일 자신일지도 모른다. 기자였던 자신이 다른 권력자에게 적용했던 기준을 시장이 된 자신에게도 적용할 수 있는지, 자신의 정책을 스스로 의심할 수 있는지, 좋은 보고보다 불편한 보고를 먼저 들을 수 있는지, 자신이 강하게 추진한 사업이라도 문제가 확인되면 수정할 수 있는지가 이상일이라는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이 된다.
김육에게 대동법이 있었다. 박정희 시대에는 산업화가 있었다. 그렇다면 이상일에게 용인 르네상스 시즌2는 무엇으로 남을 것인가.
김육에게서 읽을 것은 정책을 현실에 정착시키는 실행이고, 박정희 시대에서 살펴볼 것은 산업과 기반시설을 함께 움직인 성장전략과 동시에 압축성장이 남긴 명암이다. 이를 오늘의 용인에 대입하면 이상일에게 필요한 조건도 분명해진다. 추진력에는 제도가 따라야 하고 속도에는 균형이 필요하며 기업투자는 시민의 생활 변화로 이어져야 한다.
특히 ‘시즌2’라는 이름은 새로운 이야기의 시작보다 첫 번째 시즌에 대한 책임이라는 의미로 읽을 필요가 있다. 초선시장에게는 전임 행정에서 물려받은 시간이 있지만 재선시장에게는 자신의 첫 임기가 과거가 된다. 민선 8기에 자신이 시작하고 약속한 정책을 민선 9기에는 자신이 검증하고 완성해야 한다.
무엇을 새롭게 발표했는가보다 무엇을 끝냈는가가 중요하고, 몇 건을 추진했느냐보다 시민에게 무엇이 도착했느냐가 중요하다.
그렇다면 이상일은 용인에 무엇을 남길 것인가.
반도체 생산기지와 새로운 도로·철도가 남을 수 있고 처인의 도시공간이 크게 달라질 수도 있다. 용인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첨단산업도시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얻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시장의 이름이 도시의 역사에 남으려면 한 걸음 더 가야 한다. 기업이 투자하기 좋은 도시와 시민이 살기 좋은 도시를 함께 만들었는지, 처인·기흥·수지를 하나의 미래로 연결했는지, 산업의 성장을 시민의 일자리와 교육·교통·문화로 옮겼는지, 시장이 떠난 뒤에도 작동하는 제도와 행정을 남겼는지가 결국 평가의 기준이 될 것이다.
마지막에는 다시 기자 이상일을 불러내고 싶다.
기자 이상일이 시장 이상일과 마주 앉는다면 이렇게 묻지 않을까.
“시장님, 용인 르네상스 시즌2가 성공했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렇다고 답한다면 다시 물어야 한다.
“그것은 시장의 평가입니까, 시민의 평가입니까.”
그리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투자금액도, 추진 중이라는 사업 숫자도 내려놓고 마지막 하나를 묻는 것이다.
“그래서 시민의 삶은 얼마나 달라졌습니까.”
이 질문에 보도자료가 아니라 시민의 일상으로 답할 수 있는가. 어쩌면 그것이 용인 르네상스 시즌2의 성패를 가르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까다로운 기준일 것이다.
아직 결론을 내려줄 필요는 없다. 이상일에게는 시간이 남아 있고 용인 르네상스 시즌2도 진행형이다. 미리 성공한 시장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것도, 결과가 나오기 전에 실패를 단정하는 것도 인물탐구의 몫은 아니다.
기자는 질문을 남기면 된다.
기자에서 국회의원으로, 다시 재선 용인특례시장으로 이동한 이상일은 이제 다른 사람에게 질문하던 사람에서 자신의 행정에 답해야 하는 사람이 됐다. 김육에게 대동법이 있었고 박정희 시대에 산업화가 있었다면 이상일에게 용인 르네상스 시즌2는 어떤 의미로 기록될 것인가.
평가는 시장이 내리는 것이 아니다. 시민이 내리고 시간이 확인하며 결국 도시가 결과로 증명한다.
언젠가 이상일이 시장직을 내려놓고 다시 기자의 눈으로 자신의 시간을 바라보는 날, 자신의 기사에 어떤 제목을 붙일 수 있을까.
그 제목을 지금 기자가 대신 써줄 필요는 없다.
앞으로 이상일이 만들어갈 용인이 직접 쓰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기자메모/ 이상일 시장을 인물로 들여다보면 반도체 투자 규모보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기자에서 국회의원으로, 다시 지방행정의 책임자로 이동한 과정이다. 김육과 박정희를 끌어온 것도 이상일을 역사적 인물과 같은 위치에 세우기 위해서가 아니다. 김육에게서는 정책을 현실에 정착시키는 실행력을, 박정희 시대에서는 산업과 기반시설을 함께 움직인 성장전략과 그 명암을 함께 보기 위해서다. 결국 ‘용인 르네상스 시즌2’의 평가는 발표한 사업의 숫자가 아니라 시민에게 도착한 결과에서 갈릴 것이다. 기자였던 이상일이 과거 권력자들에게 던졌던 검증의 잣대를 시장이 된 자신에게도 적용할 수 있는지, 그리고 “시민의 삶은 얼마나 달라졌는가”라는 질문에 결과로 답할 수 있는지가 이상일이라는 인물을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