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철 시선] 추미애 경기도정 ‘재정 비상’…42조 2420억 추경의 선택과 책임
지방세 3000억 결손 전망 속 장기요양·학교급식·난임지원 등 필수사업 반영 기존 예산 5465억 감액해 본예산에서 빠진 민생사업 2464억 복원 구조조정 규모보다 감액 기준과 집행 성과가 중요…도의회 심의 책임도 커져 요약 부분에는 저출산·필수 복지·의료 예산이 793억 원, 세부 본문 총 863억 원, 세부 항목 823억 원?
[뉴스타운/김병철 기자] 경기도가 총 42조 2420억 원 규모의 2026년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해 경기도의회에 제출했다. 부동산 거래 위축으로 취득세를 비롯한 지방세에서 3000억 원의 세수 결손이 예상되고, 누적된 채무 부담과 가용 기금 소진까지 겹친 상황에서 기존 예산 5465억 원을 감액하는 강도 높은 세출 구조조정에 나선 것이다. 확보한 재원은 노인 장기요양과 학교급식, 결식아동 지원, 농어민기회소득, 청년기본소득, 난임부부 시술비, 의료급여 등 본예산에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민생 필수사업에 우선 배분한다. 행정운영경비와 고위공직자 업무추진비, 국외 출장·연수비도 함께 줄여 재정 비상상황에 대응하겠다는 것이 이번 추경의 핵심이다.
예산은 숫자로 만들어지지만 그 결과는 도민의 생활에서 드러난다. 재정이 넉넉할 때는 새로운 사업을 늘리고 지원 대상을 확대하는 것이 어렵지 않지만, 세입이 줄고 부채 부담이 커지는 시기에는 무엇을 먼저 지키고 무엇을 뒤로 미룰 것인지가 행정의 철학을 보여준다. 그런 점에서 경기도가 이번 추경을 단순한 지출 축소가 아닌 ‘민생 추경’으로 규정한 것은 방향 자체로는 타당하다. 재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돌봄과 급식, 의료와 취약계층 지원부터 줄인다면 재정위기의 부담은 결국 가장 어려운 도민에게 먼저 돌아가기 때문이다.
추미애 경기도지사는 지난 5일 도의 재정 상태를 ‘비상상황’으로 공식 선포했다. 고위공직자의 업무경비 감액과 강도 높은 세출 구조조정, 낭비성 예산 편성·집행 차단, 공직 조직의 체질 개선, 세입구조 정상화를 위한 제도개혁을 비상 조치로 제시했다. 이번 2차 추경은 당시 발표한 대책을 실제 예산에 옮긴 첫 시험대라고 볼 수 있다.
정두석 경기도 기획조정실장도 19일 기자회견을 통해 “도 재정 여건이 어렵지만 도민의 삶과 직결되는 필수 민생사업을 지키기 위해 전면적인 세출 구조조정을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한정된 재원을 필요한 사업에 우선 배분해 재정 비상상황에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경기도가 구조조정을 통해 감액한 기존 예산은 모두 5465억 원이다. 행사성·일회성 사업과 유사·중복 사업을 조정하고, 사업 규모와 추진 시기를 다시 검토했다. 선거관리위원회 위탁금 미교부액 236억 4800만 원, 부곡 국지도 건설 보상비 190억 원, 경기신용보증재단 출연금 163억 5000만 원 등이 감액 대상에 포함됐다.
사무관리비 등 행정운영경비에서도 222억 원을 줄이고, 3급 이상 고위공직자의 업무추진비 4억 원도 삭감했다. 불요불급한 국외 출장과 연수 역시 중단하거나 최소화하기로 했다. 경기도의회도 도의원과 의회사무처 국외여비 14억 원, 인건비 9억 원 등을 줄이며 구조조정에 동참했다.
재정위기 상황에서 공직사회가 먼저 비용을 줄이겠다는 모습은 필요하다. 도민에게 정책 축소와 사업 조정을 설명하려면 행정기관과 고위공직자가 먼저 절감 의지를 보여야 설득력이 생긴다. 업무추진비와 국외여비를 줄이는 것만으로 재정위기를 해소할 수는 없지만, 재정 운용에 대한 책임을 공유한다는 상징성은 작지 않다.
다만 상징적인 삭감만으로는 부족하다. 업무추진비 몇억 원을 줄이는 동안 정작 규모가 큰 사업의 필요성과 효과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는다면 구조조정의 취지는 약해진다. 사업을 언제 시작했고 얼마가 집행됐으며, 감액하거나 시기를 늦춰도 도민에게 미치는 영향이 없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불요불급’이라는 행정 용어가 사업 중단의 편리한 명분으로 사용돼서는 안 된다.
특히 도로 건설 보상비나 경기신용보증재단 출연금처럼 지역경제와 주민 생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업은 감액 사유를 보다 세밀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 사업 집행이 현실적으로 어려워 남은 예산을 줄인 것인지, 재정 부족 때문에 계획했던 사업을 연기한 것인지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감액으로 사업 일정이 늦어지거나 지원 규모가 축소된다면 그 영향과 후속 계획도 함께 제시해야 한다.
이번 추경에서 주목할 부분은 본예산에 반영하지 못했던 민생사업 2464억 원을 다시 편성했다는 점이다. 노인 장기요양 시설·재가급여 1234억 원, 경기도교육청 유·초·중·고등학교 급식비 584억 원, 농어민기회소득 215억 원, 청년기본소득 163억 원, 결식아동 급식지원 75억 원, 이동지원센터 운영비 37억 원, 친환경 등 우수 농축산물 학교급식 지원 35억 원 등이 포함됐다.
이 가운데 노인 장기요양 시설·재가급여는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장기요양은 시설과 재가서비스를 이용하는 노인뿐 아니라 가족의 돌봄 부담, 현장에서 근무하는 요양보호사의 고용과도 연결돼 있다. 예산 집행이 중단되거나 늦어지면 여러 주체가 동시에 영향을 받게 된다. 재정이 어렵더라도 우선적으로 보호해야 할 사업인 이유다.
학교급식 지원도 단순한 교육기관 보조금으로만 볼 수 없다. 학생의 기본적인 급식권과 학부모 부담, 학교 현장의 안정적인 급식 운영, 지역 농축산물 소비까지 연계된 사업이다. 친환경 우수 농축산물 지원 역시 급식의 질을 높이는 동시에 지역 농업의 판로를 확보하는 역할을 한다. 본예산에서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재원을 추경에 반영한 것은 필요한 조치지만, 애초 본예산 편성 과정에서 필수 지출 수요가 왜 누락됐는지에 대한 설명은 남아 있다.
농어민기회소득과 청년기본소득은 경기도가 지속적으로 추진해 온 대표 정책이다. 재정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사업의 연속성을 확보했다는 점은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계속사업을 유지한다는 사실만으로 정책의 성과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지원 대상과 집행률, 지역별 효과, 소득 안정이나 청년 생활에 미친 영향을 자료로 점검해야 한다. 재정위기일수록 사업의 명칭이나 상징성보다 실제 효과가 중요하다.
결식아동 급식지원은 재정 논리만으로 우선순위를 낮출 수 없는 사업이다. 경기도가 재정 비상을 선언한 상황에서도 결식아동 지원을 포함한 것은 민생의 최소선을 지키겠다는 판단으로 읽힌다. 다만 예산 편성 이후에도 지원 단가와 이용 방식, 사각지대 발생 여부를 살펴야 한다. 예산이 확보돼도 대상 아동이 신청 절차를 모르거나 이용 과정에서 낙인감을 느낀다면 정책의 목적을 충분히 달성하기 어렵다.
저출산 대응과 필수 복지·의료 분야에도 예산이 편성됐다. 세부 사업은 난임부부 시술비 223억 원, 산모·신생아 건강관리 115억 원, 어린이·청소년 교통비 60억 원, 장애인 활동지원급여 30억 원, 의료급여 389억 원, 국가예방접종 6억 원 등이다.
저출산 문제는 구호나 단기 지원사업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의료비와 돌봄 부담, 주거와 교통, 교육비 부담을 종합적으로 낮춰야 한다. 난임부부 시술비와 산모·신생아 건강관리 예산은 출산을 희망하는 가정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는 사업이다. 지원 대상자가 실제 필요할 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신청 절차와 의료기관 접근성까지 함께 관리해야 한다.
장애인 활동지원급여와 의료급여, 예방접종 역시 도민의 생명과 기본생활에 직결되는 지출이다. 특히 장애인 활동지원은 당사자의 자립생활뿐 아니라 가족의 돌봄 부담과도 연결된다. 재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서비스 시간이 줄거나 현장 인력의 처우가 악화되지 않도록 세밀한 집행 관리가 필요하다.
이번 추경에는 집행이 시급한 철도·도로 사회간접자본 사업 298억 원도 포함됐다. 도봉산∼옥정 광역철도 42억 원, 안성 공도∼양성 도로 확·포장공사 41억 원, 화성 우정∼향남 도로 확·포장공사 30억 원 등이 대표적이다. 경기도는 연내 준공 예정이거나 토지보상 재결 등 올해 반드시 집행해야 하는 사업을 선별했다고 설명했다.
SOC 사업은 무조건 줄여야 할 비용도 아니고, 무조건 확대해야 할 투자도 아니다. 공사가 중단되면 이미 투입한 비용의 효과가 떨어지고 주민 불편과 추가 사업비가 발생할 수 있다. 반대로 사업 필요성과 집행 가능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관행적으로 예산을 배정하면 재정 부담만 커질 수 있다. 이번 추경에서 연내 집행이 필요한 사업을 선별한 만큼 선정 기준과 향후 공정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경기도의 이번 선택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으려면 세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5465억 원의 감액 기준이 명확해야 한다. 단순히 집행률이 낮다는 이유만으로 사업을 줄일 것이 아니라 지연 원인과 정책 효과, 도민 피해 가능성까지 살펴야 한다. 집행률이 낮은 이유가 행정절차 지연이나 부서의 준비 부족이라면 사업 자체보다 행정의 책임을 먼저 물어야 한다.
둘째, 확보한 민생예산은 신속하게 집행돼야 한다. 추경안이 도의회를 통과하더라도 실제 현장에 도달하지 못하면 숫자상의 편성에 머문다. 노인 장기요양과 결식아동 급식, 난임 시술비, 장애인 활동지원처럼 시기가 중요한 사업은 예산 확정 즉시 집행할 수 있도록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
셋째, 이번 구조조정이 일회성 대응에 그쳐서는 안 된다. 취득세 의존도가 높은 지방세입 구조에서는 부동산 경기가 위축될 때마다 재정 불안이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 경기도가 제시한 세입구조 정상화와 제도개혁이 구체적인 실행계획으로 이어져야 한다. 세입 전망의 정확도를 높이고 기금과 채무를 중장기적으로 관리하며, 대규모 신규사업은 재원 조달 가능성과 유지비까지 검토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경기도의회 역할도 중요하다. 이번 추경안은 9월 1일부터 18일까지 열리는 제393회 임시회에서 심의될 예정이다. 도의회는 집행부가 제출한 감액안과 증액안을 단순히 지역별로 나눠 심사해서는 안 된다. 감액 대상의 선정 근거, 민생사업의 집행 가능성, 본예산 누락 책임, 향후 재정 전망까지 함께 따져야 한다.
도의회가 자체 국외여비와 인건비 일부를 삭감한 것은 재정위기 극복에 동참한다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도의회의 본질적인 책임은 예산 심의와 감시에 있다. 보여주기식 삭감에 머무르지 않고 낭비성 사업을 걸러내는 동시에 취약계층과 도민 안전에 필요한 예산이 정치적 이해관계로 훼손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번 추경에서 짚어야 할 자료상 문제도 있다. 배포자료의 요약 부분에는 저출산·필수 복지·의료 예산이 793억 원으로 적혀 있지만, 세부 본문에는 총 863억 원으로 기재돼 있다. 세부 항목으로 제시된 난임부부 시술비 223억 원, 산모·신생아 건강관리 115억 원, 어린이·청소년 교통비 60억 원, 장애인 활동지원급여 30억 원, 의료급여 389억 원, 국가예방접종 6억 원을 합하면 823억 원이다. 자료에 제시된 총액과 세부 항목의 합계가 서로 일치하지 않는 셈이다.
수십조 원 규모의 예산안에서 단순 표기 오류가 발생할 수는 있다. 그러나 지금은 경기도가 재정 비상을 공식 선포하고 한정된 재원을 정밀하게 재배분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총액과 세부 내역의 불일치는 예산 설명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 경기도는 도의회 심의에 앞서 정확한 금액과 사업별 내역을 다시 확인해 도민에게 설명해야 한다.
재정위기는 어느 날 갑자기 숫자로만 찾아오지 않는다. 세입 전망이 빗나가고 지출 수요가 누적되며, 꼭 필요한 사업을 본예산에 충분히 담지 못하는 순간들이 쌓여 나타난다. 따라서 이번 추경을 ‘5465억 원을 줄였다’는 성과로만 홍보해서는 안 된다. 본예산에서 왜 필수 민생사업이 빠졌는지, 기존 사업 가운데 무엇을 근거로 감액했는지, 내년 이후 같은 문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무엇을 바꿀 것인지까지 밝혀야 한다.
그럼에도 재정이 어려울수록 취약계층과 돌봄, 급식, 의료를 우선 보호하겠다는 방향은 분명한 의미가 있다. 재정 건전성은 지출을 무조건 줄이는 데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곳에 재원을 정확히 배분하고 그 효과를 끝까지 확인하는 데서 확보된다. 민생예산을 지키면서 행정 내부의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겠다는 이번 선택이 제대로 집행된다면 재정 비상상황을 넘는 하나의 원칙이 될 수 있다.
추미애 지사와 경기도가 이제 보여줘야 할 것은 선언 이후의 결과다. 삭감된 예산이 실제로 불요불급했는지, 확보한 재원이 도민에게 제때 전달됐는지, 사업별 성과와 재정 절감 효과가 무엇인지 공개해야 한다. 경기도의회도 예산안을 통과시키는 데 그치지 말고 연말까지 집행률과 수혜 인원, 미집행 사유를 점검해야 한다.
42조 2420억 원이라는 거대한 예산도 결국 한 끼의 급식과 한 번의 난임 시술, 한 사람의 장기요양 서비스, 한 가정의 의료비 지원으로 도민에게 전달된다. 경기도가 말한 ‘민생 추경’의 성패는 발표한 금액이 아니라 그 돈이 필요한 사람에게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도달했는가로 판단해야 한다. 재정위기 속에서 무엇을 지켰는지가 곧 경기도정의 우선순위이자 책임이기 때문이다.
기자메모/ 경기도가 행정운영비와 국외여비 등 불요불급한 지출을 줄여 돌봄·급식·의료예산을 확보한 방향은 긍정적이다. 다만 배포자료의 분야별 총액과 세부 항목 합계가 일치하지 않는 만큼 도의회 심의 전 정확한 수치를 바로잡아야 한다. 구조조정의 최종 평가는 삭감 규모보다 민생사업의 집행 속도와 도민 체감 성과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