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망에 이르는 병, 편견
유럽은 폭염에 완전히 굴복했다. 폭염 피해의 대부분은 기후변화에 대한 그들의 편견이 키운 셈이다. 유럽의 폭염 사망자는 통계에 따라 다르지만, 최대 6만1,672명(바르셀로나 세계보건연구소)이 지난 여름 더위로 목숨을 잃었다.
기후변화에 대한 유럽인들의 가치나 이념이 틀렸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에어컨에 대한 지독한 편견과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집착이 폭염 앞에 무너지고, 에너지 인프라 붕괴 때문에 엄청난 아노미를 겪은 것이다. 기후변화에 헌신적으로 대응하려던 그 편견이 기후변화로부터 치명적 피해를 받는 아이러니를 보여준 것이다.
러시아는 두 가지 해묵은 편견 때문에 지금 나라 전체가 나락에 떨어졌다. EU와 NATO를 견제해야 한다는 편견, 그리고 러시아가 여전히 군사 강국이라는 편견이 우크라이나와의 긴 전쟁의 늪으로 그들을 끌고 들어갔다. 이제 북한의 도움 없이는 전선을 유지할 힘이 없는 러시아는 패자라는 낙인이 두려워 휴전조차 못하고 있다.
중화주의와 사회주의 이상 국가 건설이라는 편견을 가진 중국은 지금 그 편견의 깊은 늪에 갇히고 말았다. 일대일로 정책으로 세계 요로를 지배하고, 미국이라는 패권 국가를 넘어서려던 야심 찬 도전은 미국의 강력한 압박과 세계와의 단절과 갈등을 낳은 채 중국을 침체의 수렁에 빠지게 했다.
이 편견은 중국의 위대함이 주변국을 폄훼하거나 자원과 문화를 침탈하는 것과 동의어라고 생각한 데서부터 패망을 예고했다. 2차세계대전과 소련 붕괴 이후에 거의 사라진 전체주의가 중국에서 다시 살아난 것이다. 대국일수록 다원화를 추구해야 국가 시스템 유지가 가능하다. 대국을 추구하면서 획일화와 전체주의를 추구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중국 인민들이 떠안고 있다.
지금 우리 정부는 중국이나 북한 쪽에 밀착해야 한다는 편견에 빠져 있다. 세상에서 가장 심각한 편견을 지키려는 두 나라를 이 정부는 추종하려는 것이다. 이 생뚱맞기까지 한 편견은 전통적인 우방과의 갈등을 일으키고, 외교적 유연성을 떨어뜨리며,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국가적 아이덴티티를 무너뜨리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세계는 엄청난 변화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있다. 그런데 그 소용돌이의 회전축 자체가 없다. 그야말로 대혼란 그 자체다. 여기서 누구 편을 들고, 누구와 등지는 외교는 그 자체로서 국가에 해롭다. 세계 모든 국가가 조심조심 진로를 탐색하는데 한국만 아마추어처럼 막무가내로 빈 버스에 올라타서 출발하자고 우기는 격이다.
근대 초기까지도 도그마와 편견이 국가와 권력을 떠받치는 기초처럼 여겨져 왔다. 그러나 통신과 미디어의 발달로 인해 편견은 고립의 외길을 걸어왔다. 그중에서도 가장 오래 버틴 편견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공산주의 이데올로기였다. 그 역시 지금 고립무원의 길에 서 있다.
편견은 그 자체로서 병이다. 내 생각 밖을 향해 눈을 감아 버리는 병. 누가 뭐라든 내 생각만이 옳다고 굳게 믿는 무서운 병. 편견이 세상의 상식이나 가치와 충돌했을 때 공격성을 드러낸다면 이는 멸망에 이르는 치명적인 병이 되고 만다. 지금 세상은 정보가 범람하는 다원주의 시대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편견을 이기려면 집단지성을 키우는 길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