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바다에 젖어든 다대포의 노을...제4회 다대포 선셋 영화축제 성황리 막 내려
극장 관객 감소로 영화산업이 새로운 관객 접점을 찾고 있는 가운데 부산 다대포해수욕장을 야외 상영관으로 활용한 ‘제4회 다대포 선셋 영화축제’가 이틀간의 일정을 마쳤다. 영화와 공연, 청년 창작자, 지역 먹거리·상권을 하나의 공간에 결합하면서 서부산권의 문화관광 콘텐츠로 성장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마지막 날 집중호우로 일정이 취소되면서 야외축제의 기상 대응과 안전관리 중요성도 다시 확인됐다.
부산 사하구와 다대포선셋영화축제조직위원회가 주최한 이번 축제는 지난 14일부터 다대포해수욕장 일대에서 열렸다. 당초 16일까지 사흘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마지막 날 부산지역에 호우특보가 발효되면서 폐막작 ‘소방관’ 상영과 가수 린의 공연 등 예정된 일정을 취소했다. 기상청도 16일 부산 동부·중부·서부 지역에 호우주의보가 발효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관람객 안전을 이유로 행사를 조기 종료한 조치가 실제 기상상황과 맞물린 셈이다.
앞선 이틀 동안에는 대중성이 높은 상업영화를 전면에 배치해 시민 접근성을 높였다. 전야제에서는 류승완 감독의 ‘밀수’를 상영했고, 광복절인 15일 개막작으로는 임진왜란 한산대첩을 다룬 김한민 감독의 ‘한산: 용의 출현’을 선보였다. 부산 앞바다와 해전영화라는 공간적·서사적 연결성을 활용해 일반 극장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야외 상영의 특징을 살렸다.
개막식에서는 가수 알리와 성리의 공연을 비롯해 감독과 배우들이 참여한 레드카펫, ‘부산시민이 사랑하는 영화인상·배우상’ 시상 등이 진행됐다. 김한민 감독과 김명곤 배우는 관객과의 대화에 참여해 작품 제작 과정 등을 소개했다.
청년 창작자들의 참여도 축제의 한 축을 맡았다. 올해 전국 청년 단편영화 공모전에는 103편이 접수됐으며 수상작을 별도 야외공간에서 상영했다. 상업영화와 유명 영화인 중심의 프로그램에 신진 창작자의 작품 발표 기회를 결합해 지역축제가 청년 영화인의 관객 접점 역할까지 맡도록 한 것이다.
이 같은 시도는 국내 극장산업이 직면한 환경 변화와도 맞닿아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2025년 전국 극장 관객은 1억609만 명으로 전년보다 13.8% 감소했고, 전체 극장 매출액도 1조470억 원으로 12.4% 줄었다. 특히 한국영화 관객은 4358만 명으로 전년보다 약 39% 감소했다. 2022년 이후 연간 관객 1억 명 선은 유지했지만 극장 관객과 매출이 2년 연속 감소하면서 영화 콘텐츠가 관객을 만나는 방식의 다변화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다대포 축제처럼 극장 밖에서 영화를 경험하도록 만드는 방식은 영화 관람을 관광과 공연, 소비 활동으로 확장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올해 행사장에는 해변 포장마차인 ‘다대포차’를 비롯해 청년마켓과 버스킹, 필름로드, 포토존, ‘선셋네컷’ 등이 함께 운영됐다. 관객이 영화 한 편을 본 뒤 바로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해변에 머물며 먹거리와 공연, 체험을 함께 이용하도록 동선을 설계한 것이다.
부산 관광시장의 성장세 역시 지역 문화축제에 기회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부산시 공식 관광통계에 따르면 올해 6월까지 부산을 찾은 외국인 방문객은 누적 242만629명으로 집계됐다. 올해 1분기만 해도 외국인 관광객이 102만3946명으로, 관련 공식 집계가 시작된 2014년 이후 가장 빠르게 100만 명을 넘어섰다.
다대포 역시 부산시 공식 관광코스에서 감천문화마을과 송도해수욕장, 장림포구, 을숙도 등 서부산 관광자원과 연결되는 주요 해변으로 소개되고 있다. 영화축제가 정례화되면 기존 해수욕장 방문을 일몰 이후 영화·공연까지 연결해 관광객 체류시간을 늘리는 야간관광 콘텐츠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이번 행사처럼 기상 악화에 따라 주요 프로그램이 취소될 수 있다는 점은 해변형 문화축제의 구조적인 과제다. 특히 영화 상영과 음향·무대시설은 비와 강풍에 취약하고 대규모 인원이 백사장에 모이는 만큼 특보 발효 이전 단계부터 관람객 대피동선과 시설 철거, 일정 변경 기준을 명확하게 마련할 필요가 있다.
향후 축제 성과도 관람객 숫자나 유명인 참석 규모만으로 평가하기보다 외지인 방문 비율과 체류시간, 주변 음식점·상점 매출 변화, 청년마켓 판매액, 단편영화 공모전 참가 추이 등을 함께 분석할 필요가 있다. 특히 지난해에 이어 올해 103편이 접수된 청년영화 공모전이 수상 이후 제작·배급이나 다른 영화제 진출로 얼마나 연결되는지를 추적하면 청년 창작자 육성 효과도 보다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조금세 조직위원장은 이틀간 시민들이 보여준 호응을 토대로 내년 축제를 더욱 내실 있게 준비해 다대포의 노을과 영화를 결합한 지역 대표 문화행사로 발전시키겠다는 뜻을 밝혔다.
전국 극장 관객이 전년보다 13.8% 감소한 상황에서 다대포 선셋 영화축제는 영화를 상영관 밖 해변으로 끌어내 관광과 음악, 청년문화, 지역상권을 결합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앞으로 다대포의 자연경관이라는 장소성과 영화 콘텐츠를 얼마나 지속적으로 연결하고, 기상 위험까지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느냐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로컬 영화축제로 성장하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