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농업용 저수율 26%까지 추락…예비비 33억 투입 ‘가뭄 비상’

덕동댐 제외 농업용 저수지 저수율 26%… 평년 크게 밑돌아 하상굴착 190곳·간이양수장 80곳 가동… 급수차까지 총동원

2026-08-13     이상수 기자
덕동댐

경주지역 농업용 저수지의 저수율이 평년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농업용수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전국적으로도 경북 저수율이 평년보다 크게 낮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어, 이번 가뭄이 단순한 일시적 물 부족을 넘어 농작물 생산과 농가소득을 위협하는 농업재해로 확산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경주시는 6~7월 강수량이 평년의 28% 수준에 그치면서 농업용 저수지 저수율이 급격히 낮아지고 있다고 13일 밝혔다. 시는 가뭄 대응을 위해 예비비 33억원을 편성하고 추가로 특별교부세 5억원 확보를 추진하는 등 용수 확보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지난 12일 기준 경주지역 전체 저수지 평균 저수율은 34%로 평년 62%보다 28%포인트 낮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 79%와 비교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생활용수 공급원인 덕동댐의 저수율 52.8%를 제외할 경우 농업용 저수지 평균은 26%까지 내려간다.

주요 저수지 상황은 더 심각하다. 안강 하곡지는 저수율 8%, 내남 박달지는 10%, 화산곡지는 12%, 강동 왕신지는 20%에 그쳤다. 일부 저수지는 사실상 정상적인 농업용수 공급이 어려운 수준까지 떨어진 셈이다.

경북 전체 상황도 비슷하다. 한국농어촌공사 농촌용수종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13일 기준 경북지역 333개 저수지의 평균 저수율은 45.1%로 평년 67.9%의 66.4% 수준에 머물렀다. 전국 평균 저수율 47.4%와 비교해도 낮은 편이다. 경주지역 가뭄이 특정 지역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영남권 농업용수 부족 흐름과 맞물려 있다는 의미다.

특히 올해는 장마철에도 충분한 비가 내리지 못하면서 상황이 악화됐다. 기상청의 평년값을 보면 남부지방 장마기간은 통상 6월 23일부터 7월 24일까지 약 31.4일이며 평균 강수량은 341.1㎜ 수준이다. 경주는 올해 6~7월 강수량이 평년의 28%에 그친 것으로 집계돼 장마철 강수가 농업용 저수지를 채우는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시는 마른장마와 폭염이 겹치자 가뭄 취약지역을 중심으로 비상급수 체계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 12일까지 하천 바닥을 파서 물길을 확보하는 하상굴착을 190곳에서 진행했으며, 간이양수장 80곳을 설치해 가동 중이다. 기존 관정과 양수장 45곳도 보수했다. 소방차를 포함한 급수차 20대를 투입하고 8㎞의 양수관로와 하상관정 15곳도 설치했다. 이를 통해 지금까지 공급한 농업용수는 약 4만5000㎥에 달한다.

지역별로도 용수 확보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외동읍에서는 관정 47곳과 양수기 8대를 가동하고 살수차를 동원하고 있다. 문무대왕면에는 임시관로 7.5㎞를 설치해 양수기와 급수차를 활용하고 있으며, 강동면에서는 형산강의 물을 간이양수장과 엔진양수기로 끌어올려 농경지에 공급하고 있다. 감포읍과 건천읍 등에서도 하천 굴착과 임시 양수시설을 이용한 급수가 이어지고 있다.

가뭄 장기화는 단순한 물 부족을 넘어 농작물 생산량과 품질 저하, 농가의 추가 비용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관정 개발과 양수기 가동에는 전기료와 연료비가 발생하고, 급수차를 통한 용수 공급 역시 장기간 지속할 경우 재정과 인력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농림축산식품부도 최근 영남권 농업 가뭄을 주요 현안으로 관리하고 있다. 지난 8일 농식품부 장관이 가뭄 현장을 점검한 경남 밀양의 저수율은 32.6%로 전국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정부 역시 저수율이 급격히 낮아진 지역을 중심으로 양수와 관정 개발 등 비상급수 대책을 가동하고 있다.

현재 경주의 농업용 저수율 26%는 밀양의 32.6%보다도 낮다. 다만 저수율 집계 대상과 산정 방식이 달라 단순 비교에는 한계가 있지만, 경주 농업현장의 물 부족이 상당히 심각한 수준에 들어섰다는 점은 분명하다.

가뭄이 지속될 경우 가장 우려되는 것은 생육 중인 농작물이다. 여름철은 벼를 비롯한 주요 작물이 성장하면서 물 소비량이 많은 시기다. 특히 벼는 출수기를 전후해 수분 부족이 발생하면 생육과 수량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어 안정적인 용수 공급이 중요하다.

이번 가뭄은 기후변화에 따른 농업용수 관리 문제도 다시 드러내고 있다. 비가 연간 충분히 내리더라도 짧은 기간에 집중되고 필요한 시기에 강수가 없으면 농업 현장에서는 심각한 가뭄이 발생할 수 있다. 기상청도 기후평년값을 이상기후 평가와 정부의 기후변화 대응, 방재정책 수립에 활용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봄 전국 강수량은 123.5㎜로 평년의 122% 수준이었지만 강수의 62.3%가 특정 시기에 집중됐다. 연간 또는 계절 전체 강수량이 평년 수준을 유지하더라도 강수 시기가 편중되면 지역별 농업용수 부족이 나타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장기적으로는 가뭄이 발생할 때마다 관정이나 급수차를 긴급 투입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저수지 준설과 용수관로 연결, 대체 수원 확보, 스마트 수위관리 등 상시적인 농업용수 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지역별 작물과 농경지 면적에 따른 물 수요를 데이터로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경주시는 가뭄 해소 때까지 저수율과 농경지 상황을 지속적으로 확인하면서 필요할 경우 추가 예산과 장비를 투입할 계획이다. 이미 편성한 예비비 33억원에 특별교부세 5억원까지 확보할 경우 가뭄 대응 재원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앞으로 대응 성과도 단순히 예산 투입액이나 관정 설치 개수보다 실제 농업피해를 얼마나 줄였는지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 가뭄 피해 농경지 면적과 작물별 피해율, 농업용수 공급량, 저수율 회복 정도 등을 지속적으로 공개해야 긴급 대책이 영농 현장에서 얼마나 효과를 냈는지 확인할 수 있다.

경주의 농업용 저수율이 26%까지 떨어진 상황에서 이번 가뭄은 이미 비상급수 단계에 들어섰다. 예비비 33억원을 비롯한 긴급 대응이 당장의 영농 차질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와 함께, 반복되는 마른장마와 폭염에 대비한 장기적인 농업용수 공급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향후 더 큰 과제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