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싸움의 끝은 어디인가?
이 싸움은 이렇게 처절해지도록 시작부터 필연적으로 정해져 있었다. 78년 전 이 나라가 세워질 때부터!
지금 눈앞에서 벌어지는 갈등을 보면 마치 모순에 모순이 꼬리를 물고 갈등이 또 다른 갈등을 낳는 혼란스러운 아귀다툼처럼 보인다. 하지만 한 걸음 물러서서 보면 거대한 똬리를 튼 모순들의 연쇄적 꾸러미다. 어쩌면 큰 병을 안고 태어난 대한민국의 운명이다.
이 싸움은 ‘숨은 적들’과의 싸움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적들과의 싸움이다. 그들은 우리 밖에도 있고, 우리 내부 곳곳에도 있다. 심지어 자신이 내부의 적인지도 모르는 아주 멍청한 적들도 있다. 그래서 참 복잡한 싸움이다.
혹자는 이 싸움이 총칼을 들고 피 흘리며 싸운 전쟁보다 더 무섭고 치열하다고 말한다. 부정하지는 않으나, 반드시 그렇다고 보지는 않는다. 이 민족이 그렇게 아둔한 족속은 아니라고 믿기 때문이다. 이 민족이 뚜렷한 정체성과 결속력을 품고 있기에 더욱 그렇다고 여긴다.
사실 이 싸움의 끝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적들이 스스로 무너지고 있다는 사실이 그것을 말해 주고 있다. 그들이 무너진 이유는 명확하다. 그들 내부에 엄청난 모순과 비겁함과 또 파멸의 씨앗을 스스로 기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폐쇄성과 사악함이 그들 스스로 바보로 만들고, 독소처럼 온몸을 마비시켰다.
이 싸움의 결과가 정해진 이치는 아주 간단하다. 그들이 스스로 쓰러질 때까지 우리는 멀쩡하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이유다. 쉽지 않았고, 위험한 고비도 많았다. 버텨 온 과정 역시 예사롭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 내부에서 우리가 먼저 쓰러진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다만 우리를 쓰러뜨리려고 애쓴 이들이 내부에 있었다는 이유로 힘겨웠을 뿐이다.
그것은 우리가 수천 년 동안 수많은 고난을 이겨낸 사람들이란 걸 모르는 사람이 없다는 명확한 사실로서 증명된다. 그런 믿음 때문에 우리는 우리 곁에서 자멸을 획책하던 세력과 부패한 세력, 사악하거나 위선적 세력을 가차 없이 처단해 왔다. 손가락이든 팔이든 썩은 신체를 도려내는 고통을 감내하면서 여기까지 온 것이다.
적들은 자신의 모순을 이겨내지 못해 허덕이고 있고, 우리는 큰 희생을 치르고 인내하면서 여기 우뚝 섰다. 적들이 세상의 온갖 미움을 살 때 우리는 세상으로부터 주목받았다. 지금 승자와 패자의 경계가 점점 더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숨은 적들이 하나씩 가면을 벗고 나타나는 것이다. 적들이 미친 듯이 달려들 때 정신을 차리면 이 싸움은 끝난다. 새벽이 다가오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곧 더 많은 피를 흘리며 썩은 다리 하나를 다시 도려내야 할 것이다. 이제까지 감내해 온 것보다 훨씬 큰 고통이 따를 것이다. 그것이 바로 이 싸움이 처절한 마지막 고비에 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오늘의 혼란과 모순이 어제보다 더 커진 것처럼 보이는 이유 또한 같은 이유다. 대수술(大手術)의 시간이 오고 있다.
어둠이 쓸려나가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