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시장 1조 7천억 시대…송도 트라이보울, 무료 재즈축제로 문화 접근성 넓힌다
도심 속 재즈와 함께하는 주말… 정미조부터 세계적 연주자까지 한 무대에 에디 고메즈 트리오 내한… 빌 에반스 트리오 마지막 베이시스트
국내 공연시장 티켓판매액이 1조7000억 원을 넘어선 가운데 인천 송도에서 국내외 재즈 뮤지션 14팀이 참여하는 무료 도심형 재즈축제가 열린다. 유료 공연시장 성장과 별개로 문화예술행사 직접 관람률은 지난해보다 낮아진 만큼 비용 부담 없이 공연을 접할 수 있는 지역 문화행사의 역할에도 관심이 쏠린다.
인천문화재단이 운영하는 트라이보울은 오는 9월 19일부터 20일까지 이틀간 ‘2026 송도 트라이보울 재즈 페스티벌’을 개최한다. 올해로 12회를 맞는 축제에는 국내외 아티스트 14팀이 참여해 스탠다드 재즈부터 보사노바, 집시재즈, 펑크, R&B, 퓨전까지 다양한 장르를 선보인다. 공식 행사정보에서도 행사 기간과 14팀 참여, 전 공연 무료 운영이 확인된다.
첫날인 19일에는 18인조 재즈파크 빅밴드와 재즈 보컬리스트 말로가 함께 무대에 오른다. 대규모 브라스와 리듬 섹션을 기반으로 한 빅밴드 사운드에 말로의 즉흥적인 스캣과 보컬을 더해 정통 재즈의 역동성을 보여줄 예정이다.
20일에는 정미조가 축제의 마지막 무대를 장식한다. ‘개여울’로 알려진 정미조는 오랜 공백 이후 음악 활동을 재개해 ‘7번 국도’, ‘어른’, ‘귀로’ 등을 발표했으며 이번에는 보사노바를 기반으로 한 재즈 무대를 선보인다.
세계적인 재즈 베이시스트 에디 고메즈도 송도를 찾는다. 빌 에반스 트리오에서 활동했던 고메즈는 피아니스트 스테판 칼슨, 드러머 스티브 프루잇과 함께 에디 고메즈 트리오로 무대에 오른다.
국내 연주자들의 무대도 이어진다. 정기고 퀸텟과 범프투소울, 송하철 쿼텟과 보컬 김민희 등이 참여해 정통 재즈에서 펑크와 R&B, 퓨전으로 공연의 폭을 넓힌다.
트라이보울 실내 공연장에서는 공연과 해설을 결합한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재즈평론가 황덕호와 레이지쿠마 코즈믹 코믹스는 ‘렉처콘서트 : 마일스 & 콜트레인 100주년 이야기’를 진행한다. 재즈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 마일스 데이비스와 존 콜트레인의 음악세계와 시대적 배경을 공연과 함께 풀어낼 예정이다.
싱어송라이터 김사월은 6명의 연주자와 함께 즉흥 연주를 결합한 공연을 선보인다. 재즈 전문지 ‘재즈피플’이 선정한 올해의 라이징 스타 7인의 무대와 유나팔이 이끄는 12인조 브라스밴드 혼토니의 퍼레이드도 진행된다.
축제 공간은 트라이보울 내부에만 한정하지 않는다. 걸어서 약 5분 떨어진 복합문화공간 아트포레에서도 하경 앤 집시딕시, 마담꾸꾸 by 유현, 나희경 트리오 등이 집시재즈와 보사노바 공연을 펼친다. 송도 도심의 여러 공간을 연결해 시민이 이동하면서 공연을 즐기는 방식이다.
공연예술에 대한 소비는 최근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에 따르면 2025년 국내 공연시장 티켓예매는 2478만 매, 판매액은 1조7326억 원을 기록해 역대 최대 수준을 나타냈다. 2021년 이후 공연시장 규모가 계속 성장하면서 공연이 국민의 주요 문화소비 영역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반면 문화예술을 직접 관람하는 국민의 비율은 모든 계층에서 동일하게 증가한 것은 아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5년 국민문화예술활동조사’에서 최근 1년간 문화예술행사를 직접 관람한 비율은 60.2%로 전년 63.0%보다 2.8%포인트 낮아졌다. 영화 관람률은 50.6%, 대중음악·연예 관람률은 15.0%였다.
공연시장의 전체 매출은 증가하는데 직접 관람률은 오히려 낮아졌다는 점은 인기 공연에 소비가 집중되는 현상과 문화향유 기회의 차이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상황에서 무료로 진행되는 지역 공연축제는 티켓 가격에 대한 부담 없이 전문 예술가의 무대를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민 문화 접근성을 보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송도 트라이보울 재즈 페스티벌은 모든 공연을 무료로 운영한다. 다만 좌석이 한정된 트라이보울 실내 공연은 사전 예약이 필요하다. 예약 과정에서는 노쇼를 줄이기 위해 5000원의 예매보증금을 받고 실제 공연을 관람한 이용자에게 전액 돌려준다.
무료 공연에서 예약 후 방문하지 않는 노쇼가 반복되면 실제 관람을 원하는 시민이 좌석을 이용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증금 제도를 통해 좌석 활용도를 높이려는 방식이다. 다만 제도의 효과를 확인하려면 실제 예약 대비 관람률과 반환율 등을 지속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축제가 열리는 트라이보울은 송도국제도시를 대표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인천문화재단은 지난해에도 같은 공간에서 송도 트라이보울 재즈 페스티벌을 개최하는 등 공연·전시 프로그램을 이어왔다.
올해 축제가 내세운 키워드는 ‘가장 도시적인 곳에서 가장 자연적인 경험’이다. 업무·주거·상업시설이 밀집한 송도 도심의 건축공간과 야외광장을 음악으로 연결해 별도의 대형 공연장에 들어가지 않아도 시민이 생활권에서 재즈를 접할 수 있도록 한다는 의미다.
향후 축제의 성과는 유명 아티스트 참여나 관람객 규모뿐 아니라 신규 관객 비율과 연령대, 지역상권 이용, 재방문 의향 등을 함께 분석할 필요가 있다. 무료축제가 평소 재즈 공연을 찾지 않던 시민을 새로운 관객으로 끌어들이고 주변 문화공간과 상권 이용까지 연결한다면 지역 문화행사의 지속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2025년 국내 공연시장 티켓판매액이 1조7000억 원을 넘어선 상황에서도 국민의 문화예술 직접 관람률은 60.2%에 머물렀다. 이런 환경에서 12년째 이어지는 송도 트라이보울 재즈 페스티벌이 전문 음악공연과 시민의 일상을 연결하는 무료 문화플랫폼으로 얼마나 기능할지가 올해 축제의 주요 평가 기준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