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철 기자수첩] 군포·수원·의왕·안산이 손잡은 신분당선 연장…이제는 국가가 답할 때
광교역에서 의왕역·3기 신도시 거쳐 반월역까지 14.54㎞ 연결 구상 4개 지자체장·도의원 13명 공동 대응…제5차 국가철도망 반영 촉구 GTX-C 연계·강남 접근성 개선 기대…경제성·재원·사업 일정 구체화는 과제
[뉴스타운/김병철 기자] 철도 노선 하나가 도시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제대로 연결된 철도망은 시민의 출퇴근 시간을 줄이고 기업의 입지를 바꾸며, 주거와 산업이 분리된 도시를 하나의 생활권으로 묶어내는 힘을 갖는다. 군포시와 수원특례시, 의왕시, 안산시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신분당선 수원·의왕·군포·안산 연장선’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번 공동 대응의 핵심은 분명하다. 기존 신분당선 광교역에서 멈춰 있는 철도축을 북수원 장안지구와 이목지구, 의왕역, 의왕·군포·안산 3기 신도시를 거쳐 안산 반월역까지 연결해 수도권 서남부에 새로운 동서 철도축을 만들자는 것이다. 계획된 노선의 총연장은 14.54㎞다.
노선이 현실화하면 수원과 의왕, 군포, 안산이 하나의 광역철도 생활권으로 연결될 수 있다. GTX-C와의 연계를 통해 서울 강남권 접근성을 개선할 가능성도 열린다. 기존 철도망이 서울을 중심으로 남북 방향에 집중된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수도권 서남부의 동서 이동망을 보완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군포시·수원특례시·의왕시·안산시는 11일 경기도의회 브리핑실에서 신분당선 연장선 추진을 위한 공동건의문 서명식을 열었다. 국토교통부가 수립 중인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해당 노선을 반영하기 위해 4개 지방자치단체가 공동 전선을 구축한 것이다.
서명식에는 한대희 군포시장, 이재준 수원특례시장, 김성제 의왕시장, 허남석 안산시 부시장이 참석했다. 이들은 공동건의문에 서명하고 직접 낭독하며 신분당선 연장선의 국가계획 반영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역 정치권도 힘을 보탰다. 수원시 최상규·한운옥·이오수·박옥분 도의원, 의왕시 장태환 도의원, 군포시 김미숙·성기황·성복임·김귀근 도의원, 안산시 장윤정·박은경·유재수·이철형 도의원 등 13명이 참석했다. 하나의 노선을 중심으로 4개 도시의 행정과 정치권이 동시에 목소리를 냈다는 점은 단순한 서명식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광역철도 사업은 어느 한 도시의 의지만으로 추진하기 어렵다. 노선이 여러 행정구역을 통과하는 만큼 지자체 사이의 이해관계를 조정해야 하고, 경기도와 국토교통부를 설득해야 한다. 경제성과 정책성, 지역균형발전 효과도 증명해야 한다. 공동 대응이 필요한 이유다.
그동안 수도권 철도사업을 둘러싼 지자체 간 경쟁은 적지 않았다. 각 지역이 자신에게 유리한 노선과 역사 설치를 요구하는 과정에서 사업의 전체적인 타당성이 흔들리거나 지역 갈등이 커지는 사례도 있었다. 이번 신분당선 연장선은 4개 도시가 경쟁보다 협력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출발부터 결이 다르다.
특히 군포시가 주도적으로 노선을 발굴하고 인접 도시와 협력 범위를 확대했다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해당 노선은 군포시가 2022년 사전타당성 용역을 통해 발굴했다. 이후 군포시와 안산시가 국토교통부의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노선을 건의했고, 이번에는 수원특례시와 의왕시까지 참여하면서 4개 시의 공동사업으로 외연이 넓어졌다.
자치단체가 개별적으로 제출하는 건의는 중앙정부의 검토 과정에서 지역 민원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있다. 반면 여러 도시가 공동 생활권의 교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같은 노선을 제시하면 광역성과 공공성, 정책적 필요성이 한층 분명해진다. 이번 공동건의문은 신분당선 연장선을 특정 도시만을 위한 사업이 아니라 수도권 서남부 전체의 교통망을 보완하는 사업으로 자리매김하려는 시도다.
4개 시가 제시한 기대효과도 교통 분야에만 머물지 않는다. 공동건의문에는 철도 연결을 통해 시민 교통편의를 높이고 청년 일자리 창출과 연구개발, 미래 물류·모빌리티산업, 첨단산업 활성화를 촉진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철도망은 산업의 이동경로이자 인재의 통근망이다. 기업이 입지를 결정할 때 도로와 철도, 공항을 비롯한 교통 접근성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연구개발 인력이 서울과 수도권 주요 산업거점을 오갈 수 있는 환경을 갖추는 것도 첨단산업 경쟁력과 직결된다.
수원은 광교와 북수원을 중심으로 연구개발과 첨단산업 기반을 확충하고 있고, 의왕은 철도와 물류, 도시개발을 연계한 성장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군포는 기존 산업단지와 물류기능을 미래산업 구조로 전환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으며, 안산은 반월·시화국가산업단지와 안산사이언스밸리를 중심으로 제조업의 인공지능 전환과 첨단산업 육성을 추진하고 있다.
신분당선 연장선은 이처럼 서로 다른 산업기반을 가진 4개 도시를 하나의 광역경제권으로 연결할 수 있다. 광교의 연구개발 기능과 의왕의 철도·물류 기능, 군포의 산업·물류 기반, 안산의 국가산업단지와 제조혁신 기반이 철도망을 통해 연결된다면 수도권 서남부의 성장축은 지금보다 훨씬 선명해질 수 있다.
의왕·군포·안산 3기 신도시의 교통대책 측면에서도 노선의 필요성을 살펴봐야 한다. 신도시 건설은 주택 공급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입주 시기에 맞춰 철도와 도로, 학교, 병원, 생활문화시설이 함께 조성돼야 비로소 도시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한다.
특히 대규모 주택 공급 이후 교통망을 뒤늦게 구축하는 기존 방식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 신도시 입주민이 수년 동안 극심한 출퇴근 불편을 겪고 나서야 철도사업이 논의된다면 국가 교통정책에 대한 신뢰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신분당선 연장선은 3기 신도시 입주 전에 사업 방향과 추진 일정을 최대한 구체화해야 한다.
광역철도 사업이 갖는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시민이 매일 부담하는 이동시간을 줄이는 데 있다. 수도권 서남부 주민들은 서울 강남권이나 판교, 광교 등 주요 업무지구로 이동할 때 여러 차례 환승하거나 버스와 승용차에 의존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도로 혼잡이 심해지면 출퇴근 시간은 더욱 길어진다.
신분당선이 광교에서 의왕·군포·안산 방향으로 연장되고 GTX-C 및 기존 철도망과 효율적으로 연결된다면 시민에게 새로운 이동 선택지가 생긴다. 출퇴근시간 단축은 단순히 몇 분을 아끼는 문제가 아니다. 시민의 휴식과 가족생활, 여가활동을 확대하고 기업에는 인력 확보 범위를 넓혀주는 생활경제의 문제다.
한대희 군포시장은 이번 노선에 대해 수도권 서남부 동서축을 연결하고 의왕·군포·안산 3기 신도시의 도시가치를 높일 핵심 노선이라고 강조했다. "서남부권 시민에게 획기적인 교통편의를 제공하고 지역 교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계획 반영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민간사업자가 적극적인 추진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군포시가 강조하는 대목이다. 민간의 사업 참여가 구체화하면 국가재정 부담을 일부 줄이고 사업 추진 속도를 높일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민간 추진 의지가 곧바로 사업 확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민간투자 방식은 사업의 경제성과 수익성에 크게 좌우된다. 예상 이용객이 계획보다 적거나 공사비와 금융비용이 증가하면 사업 조건이 달라질 수 있다. 민간사업자가 요구하는 수익구조와 시민이 부담하는 요금 사이에서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국가계획 반영 이후에도 재원 조달과 사업 방식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한 이유다.
4개 시는 공동건의에 그치지 않고 이용수요와 환승계획, 사업비, 재원 분담, 민간투자 조건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각 도시가 기대효과만 강조하기보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부담해야 할 역할과 책임까지 분명하게 정리해야 중앙정부를 설득할 수 있다.
역 위치와 정차 방식도 시민 생활과 사업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역이 지나치게 늘어나면 접근성은 높아질 수 있지만 운행시간이 길어지고 사업비가 증가한다. 반대로 경제성만을 이유로 역을 줄이면 정작 철도망이 필요한 지역 주민이 혜택을 받지 못할 수 있다. 지역별 요구와 전체 노선의 효율성을 조정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국토교통부가 수립 중인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반영은 사업의 출발점이다. 국가철도망 계획에 포함되더라도 예비타당성 조사와 기본계획, 설계, 재원 협의, 착공 등 여러 절차가 남는다. 계획 반영과 실제 개통 사이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따라서 4개 시는 시민에게 장밋빛 전망만 제시해서는 안 된다. 국가계획 반영 여부와 후속 절차, 예상되는 어려움, 각 단계별 일정을 투명하게 알려야 한다. 공동건의 이후 국토교통부와 어떤 협의를 진행했는지, 사전타당성 조사에서 경제성이 어떻게 분석됐는지, 민간사업자의 추진 의지는 어느 단계까지 구체화됐는지도 공개할 필요가 있다.
경기도의 역할도 중요하다. 노선이 수도권 서남부의 4개 도시를 연결하는 광역철도라면 개별 지자체의 건의를 넘어 경기도 차원의 철도정책과 연계돼야 한다. 경기도가 내세운 ‘수도권 30분 출근 시대’를 실현하려면 서울로 빠르게 이동하는 방사형 철도뿐 아니라 경기도 도시끼리 연결하는 동서축 철도망도 강화해야 한다.
신분당선 연장선의 필요성은 단순히 특정 지역의 집값이나 개발가치를 높이는 관점으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 시민의 이동권을 보장하고 수도권 서남부의 교통 불균형을 개선하며, 신도시와 기존 도심의 성장기반을 함께 마련하는 공공교통 정책으로 다뤄야 한다.
이번 공동건의는 좋은 출발이다. 군포시가 발굴한 노선을 수원·의왕·안산과 공유하고, 4개 도시의 단체장과 지역 도의원들이 함께 국가계획 반영을 요청한 것은 행정구역의 경계를 넘어 생활권 중심으로 교통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다.
이제 필요한 것은 공동건의문 다음의 행동이다. 4개 시가 공동 실무협의체를 운영하고 국토교통부와 경기도, 관계기관을 지속적으로 설득해야 한다. 예상 이용수요와 경제성, 재원 조달, 환승계획, 산업·신도시 개발과의 연계효과를 하나의 논리로 정리해 정책적 설득력을 높여야 한다.
시민에게도 추진 상황을 정기적으로 알려야 한다. 철도사업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이해관계가 복잡한 만큼 정보가 부족하면 불필요한 기대와 오해가 커질 수 있다. 계획 반영을 위한 협의 과정과 검토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사업에 대한 시민 신뢰를 높이는 길이다.
신분당선 수원·의왕·군포·안산 연장선은 아직 확정된 사업이 아니다.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반영이라는 첫 관문도 넘어야 한다. 그러나 수도권 서남부의 부족한 동서 교통축을 보완하고 3기 신도시와 기존 도심, 산업거점을 연결해야 한다는 문제의식만큼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철도는 도시의 경계를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 시민 역시 주거지와 직장, 학교, 병원, 산업현장을 오가며 여러 도시를 하나의 생활권으로 이용한다. 행정구역을 넘어선 교통수요에는 행정구역을 넘어선 협력이 필요하다.
4개 도시가 함께 내민 공동건의문에 이제 국토교통부와 경기도가 구체적으로 답해야 한다. 국가계획 반영 여부를 단순한 지역 간 노선 경쟁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수도권 서남부 전체의 교통 균형과 신도시 교통대책, 산업경쟁력, 시민 이동권이라는 큰 틀에서 검토해야 한다.
군포·수원·의왕·안산이 함께 시작한 신분당선 연장선 추진이 일회성 행사로 끝나지 않고 국가계획 반영과 실제 사업 추진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좋은 취지의 공동건의가 현실의 철도망으로 완성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결단과 함께 4개 시의 치밀하고 지속적인 후속 대응이 필요하다.
기자 한마디 "신분당선 연장선은 4개 도시가 각자의 노선을 주장한 것이 아니라 하나의 생활권과 교통축을 만들기 위해 공동 대응에 나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제 공동건의의 진정성은 서명식의 규모가 아니라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반영을 위한 후속 협의와 구체적인 사업계획으로 평가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