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와 공화당의 새로운 적(敵)
도널드 J.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공화당에서 새로운 적(敵)이 생겨났는데, 미시간주 민주당 상원의원 예비선거에서 승리한 바로 압둘 엘 사예드(Abdul El-Sayed)이다. 승리하자마자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의 새로운 공격 대상이 됐다.
민주사회주의자(Democratic socialist)라고 말이 있지만, 본인은 사회주의자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엘 사예드는 전국민 의료보험(Medicare for All) 등 진보적인 정책을 지지하며, 공화당은 그를 ‘반미(反美)주의자’라고 비난하고 있다. 트럼프는 또 엘-사이드를 ‘공산주의자(共産主義者)’라고 부르며, 그의 정책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공화당 역시 그의 무슬림 배경과 하산 피커(Hasan Piker)와의 관계를 문제 삼고 있다. 하산 피커는 미국의 인터넷 방송인이자 진보적인 정치 평론가이며, 주로 트위치(Twitch) 플랫폼에서 ‘HasanAbi’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며, 뉴스, 정치, 대중문화에 대한 논평을 진행하는 인물이다.
* 갑자기 트럼프의 적이 된 압둘 엘 사예드
압둘 엘 사예드가 미시간주 예비선거에서 승리한 지 며칠 만에 트럼프는 그의 진보적인 정책들을 집중적으로 공격하며 그를 ‘공산주의자’이자 ‘증오의 화신’(man of hate)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트럼프에게 새로운 적이 생겼는데, 트럼프의 말대로라면 그는 마치 영화 캐스팅 대본에서 바로 뽑아낸 듯한 인물이다. 지난주 미시간주 민주당 상원 예비선거에서 압둘 엘 사예드가 승리하면서 트럼프와 공화당은 지지층을 결집할 수 있게 됐다. 통상적으로 정치권에서는 적이라는 프레임을 씌우거나 상대가 적이라고 우기면, 지지자들은 결속하는 경향이 있다.
그는 전국민 의료보험(Medicare for All)과 같이 스스로 사회주의자라고 칭하는 사람들이 지지하는 정책들을 옹호하고,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군사 지원에 반대하며, 이민세관단속국(ICE)을 폐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엘-사예드 본인은 사회주의자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공화당은 이미 무슬림인 엘-사예드를 ‘반미주의자’라고 비난하며, 그가 극좌 성향의 트위치 스트리머 하산 피커와 친분이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피커는 이스라엘과 2001년 9·11 테러 공격에 대한 논란이 많은 발언으로 악명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주 성명에서 민주당이 상원을 장악하면 필리버스터를 폐지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엘-사예드의 본명인 ‘압둘 라흐만 모하메드 엘-사예드’(Abdulrahman Mohamed El-Sayed)를 언급했는데, 이는 과거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중간 이름인 ‘후세인’을 이용해 그의 미국 ‘출생 정통성’을 문제 삼았던 것과 유사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 압둘 엘 사예드는 공화당의 잽볼이나 샌드백?
트럼프는 지난 5일 라스베이거스 행사에서 “압둘 엘 사예드, 훌륭한 신사라고 자처하는 그는 사실 증오심에 가득 찬 사람”이라며, “그런데 지금 와서 '아니, 나는 모두를 사랑한다'고 말하고 다닌다. 그는 모두를 사랑하지 않는다. 그를 대통령으로 앉혀보면 그가 진정으로 무엇을 사랑하는지 알게 될 것”이라며 비판하면서. 그를 ‘공산주의자이자 ’허풍(虛風)쟁이‘(full of shit)라고 비난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는 백악관의 전략에 대해 “국가적 차원에서 엘 사예드 반대 수사를 부추기는 것이 행정부에 효과적”이라며 “지지층이 무슬림, 사회주의자, 공산주의자를 두려워하도록 만들 수 있을까?”라고 말했다.
향후 3개월간 진행될 중간선거에서 공화당 후보들을 지원하기 위한 트럼프의 유세 마무리 메시지는 미시간주에서 엘-사예드 후보와 함께하는 ’원투 펀치‘(one-two punch : 연속적인 타격이나 결정타)가 될 수 있다고 공화당 전략가이자 전 공화당 상원 선거위원회 수석 고문인 맷 휘틀록(Matt Whitlock)은 주장했다.
휘틀록은 “메시지의 절반은 국가 경제 심리를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팁에 대한 세금 폐지와 같은 경제적 성과와 미국인들의 일상적인 경제 경험을 개선하기 위한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이다. 하지만 나머지 50%는 능력과 광기를 극명하게 대비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공화당이 엘-사예드를 ’반미‘적으로 비판하는 것은 피커가 2019년에 “미국은 9·11 테러를 당할 만했다”고 발언한 데서 비롯되었는데, 그는 나중에 그 발언에 대해 사과하고 ’부적절했다‘고 인정했다.
엘-사예드는 지난 4월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파커를 포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으며, 그의 과거 발언을 비난하는 것을 거부하며 ’나는 사람들의 견해를 부인하기 위해 이 자리에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엘-사예드 선거 캠프 대변인 록시 리치너(Roxie Richner)는 공화당의 반미 발언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엘-사예드가 로즈 장학생 출신이자 전직 공중보건 공무원으로서 ‘정치 자금을 없애고, 국민의 주머니로 돌려보내며, 모든 국민을 위한 메디케어를 통해 의료 서비스를 보장하는 것을 중심으로 광범위하고 성장하는 연합을 구축해 왔다’고 지적했다.
* 엘 사예드는 민주사회주자 모임(DSA)와 함께할까?
뉴욕 시장 조란 맘다니(Zohran Mamdani)와 콜로라도주 하원의원 민주당 후보 멜라트 키로스(Melat Kiros)처럼 최근 선거에서 성공을 거둔 진보 성향의 민주당원들이 여럿 있다. 키로스는 지난달 예비선거에서 오랜 기간 의원직을 맡아온 다이애나 디게트(Diana DeGette)를 꺾었다. 그리고 이번 주 위스콘신에서는 민주사회주의자 한국계 프란체스카 홍(Francesca Hong : 홍윤정)이 주지사 후보 경선에서 선두 주자로서 또 다른 경합주에서 진보 진영의 기세를 이어가려 할 것이다.
경합주에서 주요 상원 의석을 차지하는 것은 트럼프가 민주당을 상대로 사회주의 논리를 펼칠 수 있는 완전히 새로운 무대가 될 것이다. 트럼프는 2024년 미시간에서 2% 미만의 득표율 차이로 승리했다. 그는 2020년에는 미시간에서 패했지만, 2016년에는 이 경합주에서 승리했다.
격전지 선거에 참여하는 한 공화당 전국 담당 관계자는 익명을 조건으로 솔직한 심경을 밝히며 ”엘-사예드는 맘다니의 전국판“이라며 ”뉴욕에서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이 있으면 의회에 보내지 말라“고 말했다. “공화당에게는 아주 손쉬운 메시지 전략”이라는 것이다.
백악관 대변인 올리비아 웨일스(Olivia Wales)는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유세에서 엘-사예드를 계속 공격할 것이라고 밝혔다.
웨일스는 “민주당이 사회주의와 공산주의를 수용하는 것은 우리나라에 실존적 위협”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테러리스트에 동조하고, 경찰 예산 삭감을 주장하는 압둘라흐만 모하메드 엘 사예드와 같은 위험한 극좌 급진주의자들을 계속해서 비판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사회주의 국가나 공산주의 국가가 되는 것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메인주 상원의원 후보였던 그레이엄 플래트너(Graham Platner)는 한때 민주사회주의자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로 여겨졌으며, 전 국민 의료보험(Medicare For All)과 같은 진보적인 공약을 내세웠다. 플래트너는 성폭행 혐의(본인은 부인)에 휩싸인 후 후보직을 사퇴했다.
플래트너의 후보 자격이 사라지면서 엘-사예드가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고, 이로써 트럼프 진영은 메시지를 전달할 두 번째 기회를 얻게 되었다.
휘틀록은 “그는 강한 반미 감정을 가진 그레이엄 플래트너와 같다. 그레이엄 플래트너의 가장 큰 장점은 조국에 봉사했다는 점인데, 압둘은 정반대로 조국을 혐오하고 조국에 봉사한 사람들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몰아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