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4명 중 1명인 경주, 경로당 50곳에 ‘스마트 복지망’ 구축

‘든든하이소’ 스마트 경로당 구축… 4억 2,900만원 투입 양방향 여가·복지 프로그램 운영… 4곳엔 건강측정 시스템 도입

2026-08-10     이상수 기자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4분의 1을 넘는 경주시가 경로당에 실시간 화상 소통과 건강측정 기능을 결합한 스마트 복지서비스를 도입한다. 고령층의 디지털 기기 이용은 빠르게 늘고 있지만 지역이나 개인의 활용능력에 따라 서비스 접근성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장비 구축 이후 실제 이용률과 지속적인 교육·관리체계를 확보하는 것이 사업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경주시는 지난 7일 시청 영상회의실에서 관계 부서와 사업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스마트 경로당 구축사업 착수보고회를 열고 사업 추진에 들어갔다.

이번 사업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스마트빌리지 보급 및 확산 사업’ 공모에 선정되면서 추진됐다. 시는 총사업비 4억2900만원을 투입해 오는 11월까지 지역 경로당 50곳에 디지털 기반 복지서비스 환경을 구축할 계획이다.

핵심은 경로당을 단순한 친목·휴식 공간에서 교육과 건강관리, 복지서비스를 연결하는 생활권 거점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시는 경로당별 시설과 이용자 수요 등을 조사해 기존 화상회의 시스템을 고령층 이용 환경에 맞게 개선하고 여러 경로당이 동시에 참여할 수 있는 양방향 소통체계를 구축한다.

시스템이 가동되면 어르신들은 다른 장소로 이동하지 않고도 경로당에서 노래교실이나 요가, 스트레칭 등 여가·건강 프로그램에 실시간으로 참여할 수 있다. 강사가 한 장소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여러 경로당이 동시에 연결되는 방식도 가능해져 지역별 프로그램 제공 격차를 줄이는 데 활용될 수 있다.

50개 사업 대상지 가운데 4개 경로당에는 스마트 건강측정 시스템도 설치된다. 어르신들이 일상적으로 자신의 건강상태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기존 보건소 사업 등과 연계한다는 계획이다.

경주에서 경로당을 활용한 복지서비스 확대가 중요한 배경에는 높은 고령화 수준이 있다. 경주시가 공개한 노인인구 현황에 따르면 2024년 1월 기준 전체 인구 24만8244명 가운데 65세 이상은 6만3716명으로 25.67%를 차지했다. 이미 시민 4명 가운데 1명 이상이 고령층인 셈이다.

전국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국가데이터처의 ‘2025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65세 이상 인구는 전체의 20.3%였으며 경북은 26.1%로 전국 시·도 가운데서도 고령인구 비중이 높은 지역에 속했다. 국가데이터처는 전국 고령인구 비율이 2036년 30%, 2050년에는 4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고령인구가 늘면서 의료·건강관리 수요도 함께 커지고 있다. 2023년 기준 65세 이상 고령자 1인당 연간 진료비는 530만6000원, 본인부담금은 125만2000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연령대 건강검진 수검률은 69.3%였다. 고령층 복지정책에서 치료 이후의 의료서비스뿐 아니라 평소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신체활동을 지속하도록 지원하는 예방적 관리의 중요성이 커지는 배경이다.

스마트 경로당 사업은 고령층의 디지털 이용환경 변화와도 맞물린다. 2024년 65세 이상 국민 가운데 인터넷 이용자는 76.9%로 조사됐고, 인스턴트 메신저 이용률은 92.6%에 달했다. 고령층에서도 영상통화와 사진·동영상 공유 등 디지털 서비스가 상당 부분 일상화됐음을 보여준다.

다만 스마트폰을 사용한다는 사실과 복지·건강 관련 디지털 서비스를 불편 없이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화면 조작이나 계정 관리, 영상회의 접속 등에 어려움을 겪는 고령자가 있을 수 있어 스마트 경로당 역시 단말기 설치와 통신망 구축만으로 이용 활성화를 보장하기는 어렵다.

특히 건강측정 시스템은 측정 결과를 어르신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 이상 징후가 확인될 경우 보건소나 의료기관 등과 연결할 수 있는 운영체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측정기기를 의료진의 진단을 대신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기보다 일상적인 건강관리를 보조하는 방식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

건강정보를 취급하는 과정에서는 개인정보 보호도 고려해야 한다. 이용자의 측정 결과가 저장되거나 다른 기관과 연계될 경우 정보의 수집 범위와 보관기간, 접근권한 등을 명확히 관리해야 고령층이 안심하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경주시는 경로당 행복선생님 지원사업과 보건소 등 기존 복지·보건사업을 스마트 경로당 시스템과 연계한다는 방침이다. 기기를 조작하기 어려운 이용자를 현장에서 돕고 프로그램 일정과 참여를 관리하는 인적 지원을 함께 유지하겠다는 취지다.

이 같은 운영방식은 시설을 새로 만드는 것보다 기존 경로당을 활용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경주시가 공개한 2024년 노인복지 현황을 보면 지역에는 노인요양과 방문요양, 주야간보호 등을 포함한 장기요양기관 302곳이 운영되고 있었다. 스마트 경로당이 기존 보건·복지기관을 연결하는 생활권 접점으로 기능한다면 서비스 전달 범위를 확대할 수 있다.

최혁준 경주시 부시장은 이번 사업이 기존 기반시설을 활용해 어르신들의 여가와 복지, 건강을 함께 지원하는 생활밀착형 사업이라며 실제 생활에서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스마트 복지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경주시는 11월까지 50개 경로당의 시스템 구축을 마친 뒤 사업 운영성과를 토대로 스마트 복지서비스 확대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사업의 효과는 설치된 장비 수보다 실제 이용 결과를 통해 평가할 필요가 있다. 월별 프로그램 참여 인원과 반복 이용률, 영상 프로그램 운영 횟수, 건강측정 시스템 이용자 수, 이용자 만족도 등을 공개하면 4억2900만원의 사업비가 실제 고령층 복지 접근성 개선으로 이어졌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특히 경주는 이미 2024년 기준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5.67%에 달한 초고령 지역이다. 앞으로 스마트 경로당이 성공하려면 ‘경로당에 디지털 장비를 설치하는 사업’에서 그치지 않고 디지털 이용이 어려운 어르신까지 포함해 여가와 건강, 복지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연결하는 체계로 자리 잡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