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자립도 19.1% 경주, 2027년 국·도비 확보전…여야에 78개 사업 지원 요청

주요 현안 78건 정부·경북도 예산 반영 추진 더민주·국힘 정책간담회 잇따라 개최…예산 확보 협력 강화

2026-08-10     이상수 기자
제10대

경주시가 2027년도 정부와 경상북도 예산 편성을 앞두고 여야 정치권을 잇따라 만나 도로와 하천, 상수도 등 지역 현안사업의 재원 확보에 나선다. 경주시의 재정자립도가 20%를 밑도는 상황에서 대형 사회기반시설을 지방비만으로 추진하기 어려운 만큼 국·도비 확보 규모가 향후 지역 투자와 생활환경 개선 속도를 좌우할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경주시는 오는 13일 더불어민주당, 14일 국민의힘과 각각 시청 알천홀에서 정책간담회를 열고 2027년도 국·도비 확보와 지역 현안사업 지원 방안을 논의한다.

간담회에는 각 정당 소속 경주시의원과 경북도의원, 당 관계자, 주낙영 경주시장을 비롯한 간부 공무원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시는 정당을 달리하는 지역 정치권에 주요 사업의 필요성과 추진상황을 설명하고 정부와 경북도의 예산 심의 과정에서 협조를 요청한다는 방침이다.

경주시가 이번 간담회에서 제시할 국·도비 건의사업은 신규 23건과 계속사업 55건 등 모두 78건이다.

주요 사업에는 울산시계와 경주 외동을 연결하는 국도건설사업, 북건천IC에서 산내 방면으로 이어지는 진입로 개선, 형산강 하천정비, 광역학야정수장 증설 등이 포함됐다. 산업과 교통 인프라뿐 아니라 재해예방과 생활용수 공급처럼 시민 생활과 직접 연결되는 사업이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경주시가 국·도비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배경에는 지방재정 구조가 있다. 경주시 공식 자료에 따르면 2025년도 본예산은 2조250억 원이었으며 재정자립도는 19.1%였다. 지방정부가 자체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세입 비중이 낮은 만큼 대규모 도로와 하천, 산업·관광 인프라 사업을 안정적으로 추진하려면 중앙정부와 경북도의 재정지원이 중요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국비 확보 경쟁은 이미 올해 초부터 시작됐다. 경주시는 지난 3월 ‘2027년도 국비 지원사업 보고회’를 열고 신규사업 36건과 계속사업 123건 등 모두 159개 사업에 대해 1조88억 원 규모의 국비 지원을 정부에 건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해당 사업의 전체 사업비는 7조979억 원 규모다.

당시 국비 건의사업에는 인공지능 대전환 사업과 소형모듈원자로(SMR) 인증지원센터, 국립 APEC 기념 공공외교센터, 양성자가속기 성능 확장, 형산강 하천정비, 농소~외동 국도 건설 등 미래산업과 관광, 안전, 교통 분야 사업이 포함됐다. 이번 여야 정책간담회에서 논의되는 78개 사업은 이 같은 중장기 사업 가운데 국·도비 확보와 정치권 협조가 필요한 현안을 중심으로 다시 논의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특히 형산강 하천정비사업은 지난 3월에도 주요 계속사업 가운데 하나로 제시됐다. 당시 경주시는 2027년 국비 건의 규모를 1600억 원으로 제시할 만큼 사업 비중을 높게 두고 있었다. 하천정비는 집중호우와 홍수 피해를 줄이는 재난안전 사업인 동시에 주변 도로와 농경지, 주거지역의 안전과 연결돼 있어 안정적인 국가재원 확보가 필요한 분야다.

울산과 경주 외동권을 연결하는 도로망 확충 역시 지역 산업과 생활권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사업이다. 외동지역은 자동차부품 제조업체가 밀집한 산업지역으로, 경주시는 미래자동차 관련 연구·지원시설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올해에도 미래자동차 편의부품 평가 기반 구축사업에 선정돼 2030년까지 총 170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도로 개선은 출퇴근 시민의 이동 편의뿐 아니라 산업단지 물류비와 기업 투자환경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국도건설과 IC 진입로 개선사업은 단순한 도로 확장보다 울산과 경주 산업권을 연결하는 광역교통망이라는 관점에서 사업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광역학야정수장 증설사업은 도시 성장과 관광객 증가, 산업시설 확충 과정에서 필요한 안정적인 용수 공급과 연결된다. 정수장과 상수도 시설은 일상에서는 체감도가 낮지만 가뭄이나 시설 장애가 발생하면 시민생활과 산업현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필수 기반시설이다.

경주의 국비 확보 전략에는 2025 APEC 정상회의 이후의 지역 성장전략도 반영되고 있다. 경주시는 지난 3월 2027년 국비사업을 발표하면서 APEC 이후 구축한 도시 인프라와 국제적 인지도를 관광과 미래산업, SOC 투자로 이어가는 것을 주요 목표로 제시했다.

실제 경주시는 APEC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중앙정부 예산의 중요성을 경험했다. 2025년 정상회의 준비를 위해 정부 추가경정예산에서 당초 79억 원이 반영된 뒤 국회 심사를 거쳐 56억 원이 추가되면서 숙박시설 정비와 수송, 문화행사 등에 최종 135억 원의 국비를 확보했다. 정부안 편성뿐 아니라 국회 심의 과정에서도 지역 정치권과의 협력이 예산 규모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이번에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을 하루 간격으로 각각 만나는 것도 특정 정당에만 예산 협조를 요청하기보다 정부와 국회, 경북도의 예산심의 과정에 대응할 수 있는 정치적 협력망을 넓히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현재 경주시의회는 국민의힘 15명, 더불어민주당 6명, 무소속 1명 등 22명으로 구성돼 있다. 지역 현안을 놓고 정당 간 입장 차이가 있더라도 국도와 하천, 상수도처럼 시민 생활과 연결된 기반시설의 경우 사업의 필요성과 재원 조달방안을 객관적으로 검토하는 과정이 요구된다.

예산 확보 자체가 곧 사업 성과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중앙정부나 경북도 예산에 반영되더라도 설계와 인허가, 지방비 분담, 토지보상 등의 절차가 지연되면 실제 시민이 시설을 이용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대규모 SOC 사업의 경우 총사업비와 국·도·시비 분담비율, 사업기간, 연차별 예산 확보율 등을 함께 공개할 필요도 있다. 신규사업을 많이 발굴하는 것보다 진행 중인 사업에 필요한 재원을 제때 확보해 공사 중단이나 사업비 증가를 방지하는 것이 지방재정 효율성 측면에서는 더 중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주시가 지난 3월 제시한 2027년도 국비 건의 규모만 1조88억 원에 달하고, 당시 전체 사업비는 7조 원을 넘어섰다. 여기에 경주시의 재정자립도가 2025년 기준 19.1%라는 점을 고려하면 중앙정부와 경북도의 재원 확보는 단순한 예산 증액 경쟁을 넘어 지역의 장기 사업 추진 능력과 직결되는 문제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지역의 미래와 연결된 주요 사업이 계획대로 추진될 수 있도록 정치권과 협력해 국·도비 확보에 행정력을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으로 정책간담회의 성과는 건의사업 78건이라는 숫자보다 실제 정부·경북도 예산에 몇 건이 반영됐고 얼마의 외부재원을 확보했는지를 통해 확인할 필요가 있다. 특히 도로와 하천, 상수도처럼 시민 안전과 생활환경에 직접 영향을 주는 사업은 예산 반영률과 집행률, 준공 시점까지 지속적으로 공개해야 주민이 정책 효과를 체감할 수 있다.

재정자립도가 20%를 밑도는 경주에서 국·도비 확보는 지역 개발을 위한 선택적 활동이라기보다 대규모 공공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핵심 재정전략에 가깝다. 오는 13일과 14일 열리는 여야 정책간담회가 정치권의 단순한 건의 청취를 넘어 78개 현안사업 가운데 시민생활과 지역경제에 미치는 효과가 큰 사업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실제 국가·도 예산으로 연결하는 계기가 될지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