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입힌 셰익스피어에 ‘제물포’까지…인천대, 대학연극제 BEST 5
제3회 대한민국 대학연극제 본선 진출작 ‘한여름 밤의 꿈’ 창의적인 고전 재해석 무대로 연극제 BEST 5 선정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수상… 전국 대학 연극 무대에서 창작 역량 입증
국내 공연시장이 연간 티켓판매액 1조7000억 원을 넘어선 가운데 인천대학교 학생들이 셰익스피어의 고전을 K-팝과 인천 개항기 제물포라는 지역적 소재로 재해석해 전국 대학연극제에서 최고상인 BEST 5에 이름을 올렸다. 청년 예술인들이 익숙한 고전을 그대로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동시대 대중문화와 지역의 역사성을 결합한 창작 방식으로 경쟁력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국립 인천대학교 공연예술학과는 용인특례시가 주최하고 용인문화재단이 주관한 ‘제3회 대한민국 대학연극제’에 참가해 본선 작품 ‘한여름 밤의 꿈’으로 BEST 5에 선정됐다고 밝혔다.
올해 대학연극제에는 전국에서 49개 대학팀이 참가를 신청했다. 예선을 거쳐 인천대를 포함한 14개 대학, 120여 명의 학생이 본선에 진출했다. 전체 신청팀 가운데 본선 진출 비율은 약 28.6%다. 본선 공연은 지난 7월 18일부터 29일까지 용인포은아트홀과 용인시평생학습관 큰어울마당 등 4개 공연장에서 진행됐다.
인천대는 지난 7월 19일 용인시평생학습관 큰어울마당에서 ‘한여름 밤의 꿈’을 무대에 올렸다.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동명 희곡을 현대적으로 각색하면서 K-팝 아이돌 문화와 인천 개항기 제물포를 작품의 주요 배경으로 끌어들였다. 인천대학교 공연예술학과가 공개한 공연연보에도 2026년 제작 작품으로 ‘한여름 밤의 꿈’이 확인된다.
작품은 사랑의 본질을 찾기 위해 팬들의 꿈속으로 들어가는 아이돌 리더를 중심으로 인물들의 엇갈린 감정과 오해, 화해를 풀어냈다. 400년 이상 공연돼 온 셰익스피어 희곡을 오늘날 젊은 세대에게 익숙한 아이돌과 팬덤 문화로 옮기고, 여기에 인천의 근대도시 형성과 연결되는 제물포라는 공간적 이미지를 결합한 것이 특징이다.
연출은 공연예술학과 15기 김은정 학생이 맡았으며 구태환·임일진 교수와 마찬호 강사가 작품 제작을 지도했다. 공연의 중심을 학생이 맡고 교수진이 제작과 교육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는 점에서 대학 공연예술 교육의 실습 결과물이 외부 경연 무대까지 연결된 사례다.
지난 2일 열린 시상식에서는 인천대학교와 경희대학교, 중앙대학교, 동아방송예술대학교, 경성대학교 등 5개 대학이 BEST 5로 선정됐다. 용인시가 공개한 폐막 자료에서도 이들 5개 대학의 수상이 공식 확인됐다. 올해 대학연극제 본선 공연은 전석 매진을 기록했으며 폐막식에는 대학 연극인과 시민 등 400여 명이 참석했다.
인천대학교는 지난해 열린 제2회 대한민국 대학연극제에서도 창작극 ‘백두;한라’로 BEST 3에 선정된 데 이어 올해까지 2년 연속 수상 성과를 냈다. 인천대 공연예술학과 공연연보에서도 2025년 대학연극제 참가작으로 ‘백두;한라’가 확인된다.
대학 연극인들의 창작 활동이 주목되는 배경에는 코로나19 이후 확대된 공연시장도 자리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에 따르면 2025년 국내 공연시장 티켓판매액은 1조7326억 원으로 전년 1조4589억 원보다 18.8% 증가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티켓 예매도 2478만 매에 달했다.
문화예술을 직접 관람하는 국민도 전체의 절반을 넘어선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5년 국민문화예술활동조사’에서 최근 1년간 문화예술행사를 직접 관람한 사람은 60.2%로 조사됐다. 분야별로는 영화가 50.6%로 가장 높았고 대중음악·연예 15.0%, 미술 7.7%, 뮤지컬 5.8% 등이 뒤를 이었다. 조사는 전국 15세 이상 국민 1만4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공연시장이 성장하더라도 대학에서 작품을 만드는 청년 예술인이 곧바로 안정적인 직업 활동으로 진입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대학 공연제작 과정에서 연출과 연기, 무대, 조명, 음향, 기획 등 실제 제작 경험을 쌓고 이를 외부 관객과 전문가에게 평가받을 수 있는 무대가 필요한 이유다.
올해 대한민국 대학연극제도 단순 경연보다는 청년 예술인 간 교류 기능을 강화했다. 본선에 앞서 참가자들이 다른 대학 학생들과 팀을 구성해 60초 영화와 공동 퍼포먼스를 제작하는 ‘스테이&플레이’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용인시는 이번 대회를 실험과 창조, 다양성과 협력, 공동창작을 주요 가치로 내세웠다.
인천대 작품이 K-팝과 제물포를 함께 활용한 점도 지역 대학 공연예술의 확장 가능성과 연결된다. 대학에서 제작한 공연이 특정 지역의 역사와 장소를 소재로 활용하면 작품 자체의 차별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지역문화 콘텐츠로 발전할 여지도 생긴다. 다만 실제 지역 콘텐츠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대학 무대에서 한두 차례 공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 공연장 재공연과 시민 관람, 축제·관광 프로그램과의 연계 등이 뒤따라야 한다.
특히 인천 개항기라는 역사적 배경을 작품에 활용할 경우 고증과 지역사 연구도 중요하다. K-팝처럼 동시대성이 강한 소재와 역사적 공간을 결합하는 과정에서 재미와 창의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실제 역사와 허구를 관객이 혼동하지 않도록 구성하는 것이 지역 기반 창작물의 완성도를 높이는 요소가 될 수 있다.
인천대학교 공연예술학과는 2010년 신설된 이후 연극과 공연 제작을 중심으로 학생들의 창작 실습을 이어오고 있다. 학과 공연연보에는 학년별 연극 제작과 졸업공연, 워크숍, 대학연극제 참가 등 학생 중심 제작 활동이 지속적으로 기록돼 있다.
올해 대한민국 대학연극제는 49개 지원팀 가운데 14개 팀이 본선에 올랐고, 이 가운데 인천대를 포함한 5개 대학이 최고상에 선정됐다. 인천대가 2년 연속 수상했다는 결과를 넘어 향후 학생들의 작품이 실제 공연시장과 지역 문화현장으로 얼마나 연결되는지가 다음 과제가 될 수 있다.
국내 공연시장의 연간 티켓판매액이 1조7000억 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대학 공연예술 교육도 학교 내부의 작품 제작에 머물기보다 새로운 창작자와 콘텐츠를 시장에 공급하는 출발점으로서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인천대의 ‘한여름 밤의 꿈’이 보여준 고전과 K-팝, 인천의 지역성을 결합한 시도가 후속 공연과 새로운 창작물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2년 연속 수상 이후의 실질적인 성과를 가르는 기준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