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이용 57%·뉴스 신뢰 31% 시대…학생·주부 시민기자, 지역언론 빈틈 메울까

AI 활용 실무부터 지역 문화관광·정치사 아우르는 전문 커리큘럼 제공 당초 정원 20명에서 30명으로 확대 운영… 소정의 시험 거쳐 정식 기자 임명 예정 오는 9월 4일 인천 하버파크호텔서 공식 출범식 및 임명식 개최

2026-08-09     이정애 기자
박광하

생성형 인공지능(AI)이 기사 작성과 정보검색 영역까지 빠르게 확산하고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뉴스 소비가 일상화된 가운데 학생과 주부가 직접 지역 현안을 취재하는 시민기자 교육이 인천에서 진행되고 있다. 누구나 정보를 생산하고 유통할 수 있는 시대가 된 만큼 시민 저널리즘도 단순한 기사 작성법을 넘어 사실 확인과 AI 활용 윤리, 지역사회에 대한 이해를 갖추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사단법인 대한기자연합회는 지난 8일 ‘제1기 학생·주부 기자단’의 3주 차 전문교육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교육은 지난 7월 24일 시작됐으며 당초 20명이었던 모집 인원을 참여 수요를 반영해 30명으로 확대해 운영하고 있다.

이번 교육은 AI를 활용한 기사 작성과 인천지역 문화·관광산업 분석, 한국 정치사의 흐름과 기자의 시각 등을 주요 내용으로 구성했다.

윤의일

3주 차 과정에서는 박강하 뉴스웍스 기자가 ‘AI 시대의 기사 작성 요령’을 주제로 강의했고, 윤의일 뉴스프리존 기자는 인천 문화관광 산업과 지역 현안을 다뤘다. 이화복 전 청운대학교 교수는 한국 현대 정치사의 흐름과 이를 취재·보도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관점을 설명했다.

시민기자 교육에서 AI 활용이 별도의 교육 주제로 등장한 것은 최근 미디어 이용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2025년 실시한 생성형 AI 이용자 조사에서 응답자의 57.2%가 생성형 AI를 이용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20대 생성형 AI 이용자의 약 70%는 글쓰기 목적으로 AI를 활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불과 몇 년 사이 생성형 AI가 검색을 넘어 문서와 콘텐츠를 직접 생산하는 도구로 자리 잡고 있다는 의미다.

AI는 기사 초안 작성이나 자료 요약, 제목 아이디어 도출 등에서 생산성을 높일 수 있지만 시민기자에게는 결과물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보다 사실관계를 다시 확인하는 능력이 더욱 중요하다. 생성형 AI가 존재하지 않는 인물이나 통계, 발언을 사실처럼 만들어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시민기자 교육의 필요성은 언론 신뢰도에서도 확인된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참여한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5’에 따르면 한국인의 뉴스 전반에 대한 신뢰도는 31%로 조사 대상 48개국 가운데 37위였다. 48개국 평균 40%보다 9%포인트 낮았다.

같은 조사에서 한국의 유튜브 뉴스 이용률은 50%로 세계 평균 30%를 크게 웃돌았다. 최근 일주일 동안 포털과 검색엔진, 뉴스 수집 서비스를 통해 디지털 뉴스를 이용했다는 비율도 63%에 달했다. 전통적인 신문이나 방송뿐 아니라 플랫폼과 개인 콘텐츠 생산자를 통해 뉴스를 접하는 비중이 커졌다는 뜻이다.

뉴스를 의도적으로 피하는 현상도 확대되고 있다.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5 한국’을 토대로 한 분석에서는 한국인의 뉴스 회피 경험이 2024년 50%에서 2025년 63%로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뉴스 공급량이 늘어나는 것과 별개로 이용자가 신뢰할 만하고 자신의 생활과 관련 있다고 느끼는 정보를 제공하는 문제가 중요해지고 있다.

이 같은 환경에서 시민 저널리즘은 기존 언론이 모두 다루기 어려운 생활권 단위의 문제를 취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골목상권과 지역 교통, 문화시설, 학교 주변 안전, 복지 사각지대처럼 전국 단위 매체에서는 상대적으로 비중 있게 다뤄지기 어려운 사안을 실제 주민의 시각에서 기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시민이 기사를 작성한다는 이유만으로 보도의 공익성과 신뢰성이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이해관계자와의 관계를 밝히고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며 당사자에게 반론 기회를 제공하는 등 기본적인 취재 원칙이 필요하다. 통계와 온라인 자료 역시 최초 출처와 조사 시점, 표본 등을 확인하지 않으면 잘못된 정보가 기사 형태로 다시 확산될 수 있다.

이화복

특히 정치·사회 분야는 시민기자의 개인적 판단과 사실 보도가 섞일 가능성이 높은 영역이다. 이번 교육 과정에 정치사의 흐름과 ‘기자적 시각’을 별도로 포함한 것도 현상을 단편적으로 전달하기보다 배경과 맥락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지역문화와 관광 분야 역시 홍보자료를 그대로 전달하기보다 실제 관광객과 주민에게 어떤 효과가 발생했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요구된다. 방문객 수와 예산, 지역경제 효과 등 검증 가능한 수치를 활용하고 사업 주체의 주장과 실제 성과를 구분해야 시민기자 기사도 지역 공론장의 자료로 기능할 수 있다.

대한기자연합회는 교육 수료자를 대상으로 별도의 시험을 진행한 뒤 합격자를 정식 기자로 임명할 계획이다. 교육을 이수한 예비 기자들은 오는 9월 4일 인천 하버파크호텔에서 열리는 출범식과 임명식을 거쳐 시민기자로 활동할 예정이다.

협회 관계자는 학생과 주부 기자들이 각자의 생활 경험과 현장 접근성을 활용해 인천지역의 다양한 이야기를 발굴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팩트와 정론직필의 가치를 중심으로 기자단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30명 규모의 시민기자단이 지역 언론 생태계에 실제 변화를 만들어낼지는 활동 이후 확인해야 한다. 기사 생산량보다 정정·오보 여부와 현장 취재 비율, 공공데이터 활용 수준, 지역 현안 후속보도와 같은 질적 지표가 더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될 수 있다.

생성형 AI 이용자가 국민의 절반을 넘어섰고 뉴스 신뢰도는 31%에 머무는 상황에서 시민기자에게 요구되는 역할도 달라지고 있다. 빠르게 기사를 만드는 기술보다 AI가 제시한 정보를 검증하고 현장을 직접 확인하며 지역 주민에게 필요한 사실을 구분해 전달하는 능력이 시민 저널리즘의 지속 가능성을 가르는 기준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