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철 칼럼 연속⑦] 박관열 시장의 ‘직통광주’…시민의 목소리가 정책과 예산이 된다
직통시장실·현장행정·복지 내비게이션 연결…민원 처리 결과 공개가 관건 민선 9기 5대 목표·70개 공약·재원 3천250억 원…시민 체감성과로 평가해야 개발·교통·경제·교육·복지를 하나로…우선순위와 재원, 부서 협업이 최종 조건
[뉴스타운/김병철 기자] 지방정부의 혁신은 새로운 조직을 만들거나 디지털 장비를 도입하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시민이 제기한 문제가 어느 부서에서 검토되고 있는지, 언제까지 처리되는지, 해결하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인지, 시민의 제안이 정책과 예산에 어떻게 반영됐는지를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을 때 비로소 행정혁신은 시민의 삶으로 이어진다.
민선 9기 박관열 광주시장이 내세운 시정 구호는 ‘바로 통하는 나의 삶, 직통광주’다. 시민과 함께 만드는 혁신행정과 기본사회도시, 배움과 돌봄이 일상이 되는 시민행복도시, 인공지능·에너지·문화관광이 융합된 미래경제도시, 스마트 기술 기반 혁신교통도시, 역세권 중심 3만 호 인공지능 스마트 자족도시라는 5대 시정 목표의 출발점에도 시민과 행정의 직접적인 연결이 놓여 있다.
박 시장은 보고만 받는 시장이 아니라 시민과 바로 연결되는 시장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시장이 사무실에 앉아 부서의 정리된 보고만 듣는 것이 아니라 시민이 생활하는 현장에서 문제를 확인하고 정책의 답을 찾겠다는 뜻이다. 민선 9기 대표 정책으로 제시된 ‘직통시장실’과 현장행정, 생애주기별 ‘복지 내비게이션’도 이러한 방향을 구체화하기 위한 수단이다.
시민의 목소리를 직접 듣겠다는 약속은 지방행정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행정 내부에서 정상적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평가한 사업도 시민의 생활현장에서는 교통 혼잡과 소음, 안전, 이용 불편으로 나타날 수 있다. 통계와 보고서만으로는 확인하기 어려운 문제를 현장에서 발견하고 정책을 조정할 수 있다는 것이 현장행정의 장점이다.
그러나 시장이 현장을 많이 방문하고 시민을 자주 만났다는 사실만으로 혁신행정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현장에서 접수한 의견을 담당 부서가 검토하고 처리하며, 해결 결과를 시민에게 설명하고 유사한 문제를 제도적으로 개선하는 과정까지 이어져야 한다. 만남이 행사로 끝나면 소통은 기록으로 남지만 시민의 삶은 달라지지 않는다.
박 시장의 첫 직통시장실은 2026년 7월 15일 경안시장 상인회 사무소에서 운영됐다. 광주시는 시장이 시민과 상인을 직접 만나 전통시장 현안과 생활불편을 듣고 해결방안을 찾기 위해 직통시장실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시청 회의실이 아니라 시민이 생활하고 경제활동을 하는 전통시장으로 시장실을 옮겼다는 점은 현장 중심 행정의 상징성을 보여준다.
경안시장에서 출발한 직통시장실은 신현·능평과 태전·고산, 초월·곤지암, 퇴촌·남종, 도척·남한산성 등 광주시의 다양한 생활권으로 이어져야 한다. 지역마다 문제의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도심과 역세권은 교통과 상권, 주차, 도시개발 문제가 크고 공동주택 밀집지역은 학교와 돌봄, 도로, 공공시설 수요가 높다. 농촌과 외곽지역은 대중교통과 의료·복지 접근성, 고령화, 생활 기반시설 부족이 더 절실할 수 있다.
직통시장실이 성공하려면 운영 장소와 참석자, 접수 건수뿐 아니라 사후 처리과정을 공개해야 한다. 현장에서 어떤 건의가 나왔는지, 담당 부서는 어디인지, 수용·일부 수용·장기 검토·수용 곤란 중 어떤 판단을 내렸는지, 예산이 필요한 사업은 어느 시기에 반영할 것인지를 시민이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민원을 수용하지 못하는 경우에도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법령과 재정, 토지 소유권, 관계기관 협의 때문에 즉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도 많다. 모든 요구를 들어주는 것이 소통행정은 아니다. 가능하지 않은 사안은 근거를 제시하고 대안을 설명하는 것이 책임 있는 행정이다. 답변을 미루거나 모호한 표현으로 끝내는 것이 시민의 불신을 키운다.
직통시장실은 기존 민원행정을 대체하는 통로가 아니라 복잡하거나 장기간 해결되지 않은 문제를 조정하는 창구로 기능해야 한다. 시장에게 직접 말해야만 문제가 해결되는 구조는 오히려 정상적인 행정체계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뜻이 될 수 있다. 일반 민원은 담당 부서에서 신속하게 처리하고 여러 부서와 기관이 얽힌 사안은 직통시장실이 조정하는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
특정 시민이나 단체가 시장을 만났다는 이유로 우선 처리되는 것처럼 비치지 않도록 운영 기준도 분명해야 한다. 상담 신청과 대상 선정, 처리 순서, 답변 기한을 공개하고 동일하거나 유사한 민원은 통합 관리해야 한다. 시장과의 개인적 접촉 가능성이 행정서비스의 차이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현장행정도 방문 횟수보다 문제 해결의 질로 평가해야 한다. 현장을 둘러보고 관계자의 설명을 듣는 것과 사업의 지연 원인을 찾아 예산과 행정절차를 조정하는 것은 다르다. 현장방문 후 개선된 사항과 남은 문제, 조치기한을 기록하고 다음 방문에서 이행 여부를 확인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민선 9기 출범 전 박 시장은 동부권 노인복지타운과 삼동역세권 개발사업, 성남~광주 간 지방도 338호선 확장 현장 등을 방문해 추진 상황을 점검했다. 이들 사업은 복지와 도시개발, 교통이라는 서로 다른 분야에 속하지만 시민 생활과 직결된다는 공통점이 있다. 현장점검이 의미를 가지려면 각 사업의 공정률과 재원, 지연 원인, 시민 불편 해소대책이 이후 시정 운영에 반영돼야 한다.
현장 중심 행정은 시장 한 사람의 일정만으로 지속될 수 없다. 부시장과 국·소·본부장, 과장, 읍·면·동장까지 현장을 책임지는 조직문화로 확산돼야 한다. 시장이 방문한 현장만 관심을 받고 나머지 민원은 뒤로 밀리는 방식이라면 행정의 형평성과 지속성이 떨어진다.
읍·면·동 행정복지센터의 역할이 특히 중요하다. 시민이 가장 가까이에서 만나는 행정기관이면서 지역의 인구와 복지, 안전, 생활환경을 가장 잘 파악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읍·면·동장이 단순히 민원을 접수해 본청에 전달하는 역할에서 벗어나 지역문제를 조정하고 필요한 서비스를 연결할 수 있도록 권한과 예산을 보완해야 한다.
시민참여도 의견을 듣는 단계에서 정책과 예산을 공동으로 결정하는 단계로 발전해야 한다. 공청회와 설명회, 설문조사, 주민참여예산 제도가 운영되더라도 시민의 제안이 실제로 반영되지 않으면 참여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다. 같은 의견을 반복해서 제출해도 처리 결과를 알 수 없다면 시민은 행정을 일방적인 홍보로 받아들일 수 있다.
광주시는 시민 제안을 접수하는 데서 끝내지 말고 정책 반영 과정을 공개해야 한다. 제안의 검토 부서와 판단 기준, 채택 여부, 예산 반영 규모, 추진 일정을 공개하고 채택되지 않은 제안도 사유를 설명해야 한다. 시민의 의견이 행정 내부에서 사라지지 않도록 온라인에서 처리 단계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도 필요하다.
주민참여예산은 시민참여를 실질화할 중요한 수단이다. 다만 소규모 시설 개선과 마을 편의사업에만 머물면 도시의 큰 방향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시민의 역할은 제한된다. 교통과 돌봄, 환경, 청년, 도시재생처럼 생활권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에도 시민이 우선순위를 제안하고 논의할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
예산정보도 시민이 이해하기 쉬운 방식으로 제공해야 한다. 전체 예산서와 사업설명서를 공개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사업별 총사업비와 연도별 투자계획, 국·도비와 시비 부담, 공정률, 예상 수혜자, 성과지표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정리해야 한다. 사업비가 늘거나 일정이 지연되면 변경 사유도 함께 공개해야 한다.
시민참여의 대표성 문제도 살펴야 한다. 회의와 공청회에 항상 참여하는 일부 단체와 인사들의 의견만 반복해서 반영되면 청년과 맞벌이 가정, 장애인, 이주민, 영세상인, 외곽지역 주민의 목소리는 상대적으로 작아질 수 있다. 시간과 장소, 참여방식을 다양화하고 온라인과 현장 참여를 병행해야 한다.
청소년과 청년도 정책의 수혜자가 아니라 정책을 함께 만드는 시민으로 참여해야 한다. 학교와 청소년시설, 청년공간을 찾아가 의견을 듣고 청소년·청년이 직접 제안한 사업을 예산과 연결할 수 있어야 한다. 위원회에 청년 몇 명을 위촉하는 형식적 참여를 넘어 제안이 실제로 반영된 사례를 만들어야 한다.
기본사회도시의 핵심은 시민이 최소한의 삶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돌봄과 의료, 교육, 이동, 안전을 개인의 능력이나 운에만 맡기지 않는 데 있다. 박 시장이 제시한 생애주기별 복지 내비게이션과 스마트 통합돌봄, 다함께돌봄센터, 달빛어린이병원·공공심야약국 확대, 치매안심케어 등은 이러한 기본생활을 뒷받침하는 정책으로 볼 수 있다.
광주시가 공개한 민선 9기 공약 목록에는 생애주기별 복지 내비게이션 서비스와 어르신 스마트 통합돌봄, 초등 다함께돌봄센터 확대, 국공립어린이집 확충, 달빛어린이병원과 공공심야약국 확대, 치매안심케어, 종합사회복지관 건립, 광주형 통합돌봄 체계 구축 등이 포함돼 있다. 공개자료상 상당수 사업은 출범 초기인 만큼 ‘추진 준비 중’ 단계다. 따라서 지금은 이행률을 성급하게 평가하기보다 사업별 대상과 재원, 시행 시기, 성과기준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마련하는지가 중요하다.
복지 내비게이션은 시민이 여러 부서를 찾아다니지 않도록 필요한 서비스를 맞춤형으로 안내하고 연결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출산가정에는 산후조리와 보육, 의료, 돌봄 정보를, 청년에게는 교육과 취업, 주거, 정신건강 지원을, 노인과 장애인에게는 건강관리와 이동, 생활돌봄, 문화활동 정보를 한 번에 제공하는 방식이다.
공약 목록에는 복지 내비게이션이 비예산 또는 재원 미정으로 표시된 자료가 확인된다. 별도의 대규모 시설비가 들지 않는 행정협업형 사업이라 하더라도 정보연계와 상담인력, 시스템 개선, 개인정보 보호에는 행정 역량이 필요하다. ‘비예산’이라는 표현이 비용과 인력이 전혀 필요하지 않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져서는 안 된다.
새로운 플랫폼을 만드는 것보다 기존 시스템과 기관을 제대로 연결하는 것이 우선이다. 광주시청과 읍·면·동 행정복지센터, 보건소, 복지관, 학교, 일자리센터, 돌봄기관이 가진 정보를 시민 중심으로 재구성해야 한다. 상담 이후 해당 기관에 의뢰하고 실제 서비스 이용까지 확인하는 사례관리도 필요하다.
신청주의의 한계를 보완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정보를 알고 행정기관을 방문할 수 있는 시민은 서비스를 이용하지만 혼자 사는 노인과 중증장애인, 위기가정, 고립청년은 자신이 대상이라는 사실조차 모를 수 있다. 행정과 복지기관이 위기 징후를 발견하고 먼저 연락해 필요한 지원을 안내해야 한다.
다만 데이터에 의존한 복지 발굴은 개인정보와 인권을 존중해야 한다. 전기·가스·수도 체납이나 의료·복지정보를 활용하더라도 목적과 범위를 명확히 하고 최소한의 정보만 사용해야 한다. 지원을 위한 데이터가 시민을 낙인찍거나 감시하는 수단으로 변질돼서는 안 된다.
복지 내비게이션의 성과는 안내 건수가 아니라 연결과 변화로 평가해야 한다. 상담을 받은 시민 가운데 실제 서비스를 이용한 비율, 신청에서 지원까지 걸린 시간, 중도 탈락과 미이용 사유, 사각지대 발굴 건수, 이용자의 생활 개선 정도를 관리해야 한다.
디지털 행정혁신도 시민의 편의를 높이는 방향이어야 한다. 광주시 홈페이지에는 민원신청과 처리공개, 옴부즈만, 청원, 민원창구별 대기현황, 방문상담 사전예약 등 다양한 기능이 마련돼 있다. 이러한 기능이 각각 존재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시민이 하나의 창구에서 자신의 민원과 신청 상황을 확인할 수 있도록 연결해야 한다.
인공지능을 활용해 시민의 질문에 필요한 행정정보를 안내하거나 반복 민원을 분석하고, 교통·환경·안전 데이터를 정책에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나 인공지능이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거나 복잡한 사안을 획일적으로 판단할 가능성도 있다. 중요한 복지와 인허가, 권리구제 사안에는 담당 공무원의 검토와 이의제기 절차가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
디지털 전환은 종이서류를 온라인 화면으로 옮기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시민이 같은 정보를 여러 부서에 반복 제출하지 않도록 행정정보 공동이용을 확대하고 신청 절차와 서류 자체를 줄여야 한다. 처리기간을 단축하고 진행상황을 실시간으로 알리는 것이 체감할 수 있는 혁신이다.
디지털 취약계층을 배려하지 않은 행정은 또 다른 불평등을 만들 수 있다. 고령자와 장애인, 외국인, 스마트폰이나 인터넷 사용이 어려운 시민을 위해 방문·전화·대면 서비스를 유지해야 한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가운데 시민이 편한 방식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외국인 주민을 위한 다국어 안내와 장애인을 위한 웹 접근성, 시각·청각 정보 제공도 강화해야 한다. 시민에게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만으로 공정한 것은 아니다. 이용 조건이 다른 시민이 실제로 접근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기본사회 행정이다.
행정혁신은 공직사회 내부의 변화 없이는 지속되기 어렵다. 시민의 문제는 여러 부서에 걸쳐 있지만 행정조직은 기능별로 나뉘어 있다. 교통민원 하나에도 도로와 대중교통, 도시계획, 경찰이 관련될 수 있고 돌봄은 복지와 보건, 교육, 주거, 일자리 부서의 협력이 필요하다.
민원인이 담당 부서를 찾아다니는 구조에서 벗어나 최초 접수 부서가 관련 부서와 기관을 연결하고 결과까지 책임지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부서 간 협조 요청만 보내고 서로 답변을 기다리는 행정으로는 복합적인 시민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박 시장이 국·소·본부장과 정기적으로 주요 현안을 점검하더라도 회의가 보고 중심으로 운영되면 변화는 제한된다. 사업별 장애 요인과 해결책, 책임자, 완료기한을 정하고 다음 회의에서 이행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보고서의 분량보다 해결된 문제의 숫자와 질이 중요하다.
공무원이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조직문화도 필요하다. 감사와 책임을 우려해 기존 관행만 따르는 행정에서는 새로운 정책을 만들기 어렵다. 법과 원칙 안에서 합리적으로 판단한 적극행정을 보호하고 성과를 인정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동시에 행정혁신이 시장의 지시를 빠르게 수행하는 것으로만 이해돼서는 안 된다. 공무원은 시장뿐 아니라 시민 전체에 책임을 지는 공적 조직이다. 전문적인 검토가 필요한 사안은 문제와 위험을 솔직하게 보고하고 무리한 일정이나 재원 없는 공약에는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정책 결정과 계약, 보조금, 인허가 과정의 투명성도 혁신행정의 기본이다. 시민과 직접 소통하는 행정일수록 특정 이해관계자의 요구가 과도하게 반영되지 않도록 공정한 기준을 세워야 한다. 주요 사업의 심의 과정과 평가기준, 계약 결과, 보조금 성과를 공개해야 한다.
시민 옴부즈만과 감사, 의회의 견제 기능도 존중해야 한다. 시민의 목소리를 듣는다는 이유로 시장에게 모든 결정이 집중되면 행정의 객관성과 지속성이 약해질 수 있다. 다양한 기관이 서로 견제하고 협력하는 구조가 시민의 권리를 보호한다.
민선 9기 70개 공약과 3천250억 원 규모의 제시 재원을 실제 성과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모든 사업을 동시에 추진하겠다고 하면 재정과 행정력이 분산될 수 있다. 시민의 안전과 생활에 긴급한 사업, 법적 절차와 재원 확보가 완료된 사업, 파급효과가 큰 사업을 구분해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공약 재원 3천250억 원은 숫자 자체보다 구성과 확보 가능성이 중요하다. 시비와 국·도비, 민간자본이 각각 얼마나 필요한지, 이미 확보된 재원과 앞으로 확보해야 할 재원을 구분해야 한다. 사업비가 미정이거나 민간투자와 기부채납을 검토하는 공약은 불확실성과 위험도 함께 공개할 필요가 있다.
임기 안에 완료할 사업과 장기적으로 기반을 마련할 사업도 구분해야 한다. 철도와 대규모 도시개발, 복지관 건립처럼 여러 행정절차와 장기간이 필요한 사업을 임기 내 완공만으로 평가하면 무리한 추진이 발생할 수 있다. 장기사업은 계획 승인과 부지 확보, 재원 마련, 착공 등 단계별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공약이행률 역시 단순히 완료·추진 중이라는 분류로만 제시해서는 안 된다. 예산을 편성하거나 용역을 발주한 것을 시민의 삶이 개선된 성과와 동일하게 볼 수 없다. 투입과 과정, 결과, 시민 체감을 구분해 공개해야 한다.
예를 들어 교통정책은 도로 준공률과 함께 평균 통행시간과 대중교통 대기시간을, 복지정책은 시설 수와 함께 사각지대 발굴과 서비스 대기기간을, 경제정책은 투자협약액과 함께 실제 투자와 고용을, 관광정책은 방문객 수와 함께 체류시간과 지역 소비액을 측정해야 한다.
연속 칼럼을 통해 살펴본 민선 9기 광주시정의 과제는 서로 분리돼 있지 않다. 역세권 중심 3만 호 스마트 자족도시는 교통과 학교, 돌봄, 일자리 기반이 함께 갖춰져야 성공할 수 있다. 수서~광주 복선전철과 중부권 광역급행철도, 도로망 확충은 도시개발과 생활권을 연결해야 한다.
인공지능·에너지·물 산업·문화관광을 중심으로 한 미래경제도시는 기업 유치와 연구개발, 지역인재 양성, 환경보전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 배움과 돌봄이 일상이 되는 시민행복도시는 시설 건립을 넘어 시민이 필요한 순간에 실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모든 정책을 연결하는 마지막 조건이 혁신행정이다. 부서별 사업을 조정하고 중앙정부와 경기도, 교육청, 의회, 기업, 시민사회와 협력하며 재원과 일정을 관리할 행정력이 없다면 좋은 공약도 개별 사업의 나열에 머물 수 있다.
박관열 시장의 가장 큰 강점은 시민과 직접 만나 현장에서 답을 찾겠다는 의지를 시정의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이다. 첫 직통시장실을 경안시장에서 시작한 것도 시민의 생활과 지역경제를 현장에서 확인하겠다는 상징적인 행보다. 이러한 방식이 민선 9기 내내 지속되고 처리 결과까지 투명하게 공개된다면 직통광주는 광주시 행정문화를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반대로 직통시장실이 시장의 일정과 사진을 중심으로 홍보되고 현장에서 나온 건의의 처리 결과가 공개되지 않는다면 지속적인 신뢰를 얻기 어렵다. 소통의 가치는 얼마나 많이 들었느냐가 아니라 들은 내용을 어떻게 바꿨느냐에서 확인된다.
민선 9기 광주시정은 이제 출범의 기대를 실행의 성과로 전환해야 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공약의 규모와 정책 이름보다 시민이 체감하는 변화를 중심에 둬야 한다. 상습 정체가 줄고, 아이를 맡길 곳이 늘고, 청년이 지역에서 일자리를 찾으며, 어르신과 장애인이 가까운 곳에서 돌봄을 받고, 시민의 제안이 정책과 예산에 반영돼야 한다.
‘바로 통하는 나의 삶, 직통광주’는 시장과 시민 사이의 거리를 줄이는 것에서 출발하지만 최종 목적은 시민과 행정의 신뢰를 높이는 데 있다. 빠른 답변도 중요하지만 정확한 처리와 충분한 설명이 더 중요하다. 들어줄 수 없는 요구에는 이유와 대안을 제시하고 시간이 필요한 사업에는 일정과 진행상황을 알려야 한다.
박 시장이 다음 선거보다 다음 세대를 준비하는 시장이 되겠다는 약속을 실현하려면 단기간의 눈에 보이는 성과뿐 아니라 지속 가능한 행정체계를 남겨야 한다. 시장이 현장을 찾지 않아도 공무원이 시민의 문제를 먼저 발견하고, 담당자가 바뀌어도 정책이 일관되게 이어지며, 시민이 행정정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
민선 9기 광주시정의 최종 실행조건은 다섯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는 공약과 현안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선택과 집중, 둘째는 시비·국도비·민간자본을 구분한 현실적인 재원계획, 셋째는 부서와 기관의 칸막이를 넘는 협업, 넷째는 과정과 결과를 공개하는 투명성, 다섯째는 시민 체감성과에 대한 지속적인 평가다.
이 다섯 조건이 갖춰진다면 도시개발과 교통, 미래산업, 교육과 돌봄, 기본사회 정책은 하나의 광주 미래전략으로 연결될 수 있다. 반대로 어느 하나라도 빠지면 공약은 많지만 시민이 체감하는 변화는 부족한 시정으로 남을 수 있다.
박관열 시장의 민선 9기는 이제 막 출발선을 지났다. 현재 공개된 공약 상당수가 추진 준비 단계인 것은 출범 초기라는 점을 고려하면 자연스럽다. 중요한 것은 준비 기간에 사업의 설계를 얼마나 정교하게 하고 시민과 정보를 얼마나 투명하게 공유하느냐다. 초기 계획이 분명해야 향후 성과도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다.
광주시는 오랫동안 중첩규제와 난개발, 교통 혼잡, 지역별 기반시설 격차라는 어려움을 겪었지만 동시에 수도권 접근성과 철도망, 수자원과 자연환경, 역사문화, 성장하는 인구라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민선 9기가 이러한 자산을 연결하고 시민의 삶으로 돌려준다면 광주는 단순한 서울의 배후도시가 아니라 일하고 배우고 돌봄을 받으며 오래 머물고 싶은 자족도시로 성장할 수 있다.
결국 행정의 답은 시민에게 있다. 그러나 시민의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 목소리를 정책으로 만들고 예산을 배정하며 결과를 공개하고 다시 평가받을 때 비로소 시민주권이 실현된다. 박관열 시장의 직통광주가 성공하기 위한 핵심도 바로 여기에 있다.
직통시장실의 문을 여는 것은 시작이다. 민원을 끝까지 책임지고 시민이 결과를 확인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완성이다. 민선 9기 광주시가 현장과 시민, 정책과 예산, 약속과 실행을 바로 연결한다면 ‘시민과 함께 만드는 혁신행정과 기본사회도시’는 구호를 넘어 광주시의 새로운 행정 기준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본지는 이번 [김병철 칼럼 연속⑦]을 끝으로 박관열 시장의 민선 9기 광주시정 구상을 종합적으로 살펴봤다. 앞으로도 도시개발과 교통, 미래산업, 교육·복지, 공약 재원과 이행 상황을 지속해서 확인하고, 약속이 시민의 삶에서 어떤 변화로 나타나는지 정책의 추진 과정과 성과를 객관적으로 점검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