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 많이 달리는 화제의 ‘프란체스카 홍’
프란체스카 홍(Francesca Hong, 한국이름 ‘홍윤정’)은 미국 위스콘신 주지사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인물로, 37세의 전직 요리사이자 현재 주 의원이다.
그녀는 과거 ‘추수감사절’을 비판하는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으며, 사회주의적 입장을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녀는 ‘민주사회주의자’(Democratic Socialist)로서 조란 맘다니 뉴욕 시장,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등과 노선을 같이하는 인물로 DSA(Democratic Socialists of America) 그룹이다.
프란체스카 홍은 위스콘신 주 역사상 최초의 아시아계(한국계) 미국인 주 의원으로, 진보적인 정책을 꾸준히 옹호하고 있으며, 이번 선거에서 공화당의 티파니 하원의원과 맞붙을 예정이다.
37세의 전직 요리사인 그녀는 과거 미국의 추수감사절을 ‘취소’하고 경찰을 ‘폐지’해야 한다고 급진적, 정치적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 위스콘신 민주당 주지사 후보 유력
민주사회주의자인 프란체스카 홍이 위스콘신 주지사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 지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번 선거는 오는 11월 미국에서 가장 치열한 주지사 선거 중 하나로 예상된다. 경선 전까지는 비교적 무명이었던 주 의원인 홍은 기성 경쟁자들을 꾸준히 앞서 왔으며, 오는 11일 경선(Primary)에서 당의 후보 지명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는 게 일반적 전망이다.
만약 그녀가 당선된다면, 위스콘신주 최고위직에 오르는 최초의 여성이자 최초의 아시아계(한국계) 미국인이 될 것이다. 나아가 미국 역사상 어느 주에서도 최초로 스스로를 ‘사회주의자’라고 밝힌 주지사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미국 전국적인 인물로 부상하고 있다.
프란체스카 홍이 전국적인 정치 인물로 부상하면서 그녀를 둘러싼 논의는 그녀의 배경이나 진보적인 정책 입장과는 거의 관련이 없는 의외의 주제, 바로 ‘추수감사절’에 집중되고 있다.
지난 2021년, 홍 지사는 현재 삭제된 X의 게시물에서 미국이 “추수감사절을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추수감사절을 “식민주의를 기념하는 행사”(celebrating colonialism)라고 규정했다.
프란체스카 홍은 최근 CNN이 ‘여전히 그러한 견해를 갖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그녀는 요리사였던 자신의 이전 경력을 언급하며 추수감사절이 많은 공동체에게 ‘엄청나게 고통스러운’(incredibly painful) 명절이 될 수 있다고 장황하게 답변했다. 이후 그녀는 정치 전문 매체인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추수감사절이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명절”이라고 농담하기도 했다.
추수감사절(Thanksgiving Day)은 1619년 버지니아로 건너온 영국 이민자들이 인디언 원주민들과 함께 ‘한해의 결실’을 나누던 것에서 시작됐다.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 5일(현지시간) 라스베이거스에서 행한 연설에서 프란체스카 홍을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공산주의자들이 내세운 여자는 추수감사절이 폐지돼야 한다고 한다. 경찰이 백인우월주의 유지를 위해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사람들은 위험하고 제정신이 아니며 미친 사람들”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프란체스카 홍의 과거 게시물들이 그녀가 위스콘신 주지사가 될지 여부를 결정짓지는 않겠지만, 이례적인 방식으로 유권자들에게 그녀를 소개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그녀는 유력한 공화당 후보인 톰 티파니(Tom Tiffany) 하원의원과 총선에서 맞붙을 준비를 하고 있다.
홍 후보에 대해 알아야 할 것은 그녀의 과거 소셜 미디어 게시물에서 찾을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많다. 그녀의 배경, 그녀가 추구하는 가치, 그리고 중요한 경합주(swing state)에서 민주당이 주지사 자리를 유지하는 데 그녀는 어떤 일을 할까?
* 프란체스카 홍은 누구?
홍 씨(37세)는 1988년 11월 4일생으로 아들 하나의 싱글맘이다. 그녀는 1980년대 한국에서 이민 온 부모님 밑에서 위스콘신주 매디슨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그녀는 위스콘신대학교 매디슨 캠퍼스에서 저널리즘과 스페인어를 전공했지만, 전문 요리사의 길을 걷기 위해 학교를 중퇴했다. 23세에 그녀는 매디슨의 유명 고급 레스토랑에서 총괄 셰프가 되었고, 이후 자신의 레스토랑인 모리스 라멘(Morris Ramen)을 열었다. 모리스 라멘은 아면 전문점으로 그녀가 정계에 입문하기 전 ‘셰프’이자 ‘소상공인’으로서 활동했던 배경을 상징한다.
2020년 코로나19로 인해 레스토랑이 일시적으로 문을 닫아야 했을 때, 그녀는 팬데믹 기간 동안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비영리 단체인 “쿡 잇 포워드(Cook It Forward)” 를 공동 설립했다. 요리를 통해 선행을 이어 온 프란체스카 홍은 당시 위스콘신 주가 주민들을 제대로 돌보지 않는 모습에 불만을 느껴 정계에 입문하게 되었다고 한다. 2021년, 그녀는 위스콘신주 의회 의원으로 선출되어 주 역사상 최초의 아시아계 미국인 의원이 됐다.
홍 씨는 2020년 말 캡 타임즈(the Cap Times)와의 인터뷰에서 “무력한 상태로 있는 것이 나를 파멸로 이끌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출마가 나를 구해줬다. 출마를 통해 삶의 목적의식을 갖게 되었고, 외식업계 종사자들에게도 방향을 제시해 주었다. 어쩌면 이제야 비로소 우리 업계에 실제 경험을 가진 사람들의 목소리가 반영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홍 씨는 주 의회에서 5년 동안 진보적인 정책을 꾸준히 옹호해 왔다. 팁을 받는 근로자의 최저 임금을 인상하고, 주 내에 모든 시민의 경제적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법적/정치적 선언이라 할 ‘경제 정의 권리 장전’(Economic Justice Bill of Rights)을 제정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또한 위스콘신주 학교에서 몽족(Hmong)과 아시아계 미국인 역사를 교육 과정에 포함하도록 하는 법안 통과를 위한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 홍(Hong)은 무엇을 표방하고 있는가?
정책적 입장에 있어서 프란체스카 홍 의원은 뉴욕 시장 조란 맘다니(Zohran Mamdani), 뉴욕주 하원의원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AOC=Alexandria Ocasio-Cortez), 미시간주 상원의원 후보 압둘 엘-사이드(Abdul El-Sayed) 등 당내에서 점점 더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진보적 민주당원들의 흐름에 잘 부합하는 인물이다.
홍 후보의 선거 웹사이트에 따르면, 그녀는 주 차원의 전국민 의료보험 제도 도입(a state-level version of Medicare for All), 유급 휴가 보장(guaranteed paid leave), 임차인 보호 강화(stronger protections for renters), 기업 및 억만장자에 대한 세금 인상(increasing taxes on corporations and billionaires), 성전환 의료 서비스 접근성 확대(expanding access to gender-affirming care), 이민세관단속국(ICE) 폐지를 지지한다.
비록 그녀의 입장은 대부분의 민주당 의원들보다 훨씬 좌파적이지만, 몇 년 전과 비교하면 다른 몇몇 사안에 대해서는 더 온건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 중 하나는 형사 사법 제도다. 2021년, 그녀는 소셜 미디어 게시물을 통해 위스콘신주 경찰의 “예산을 삭감하고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아가 법 집행 기관이 “백인 우월주의를 유지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8월 4일 인터뷰에서 그녀는 더 이상 그러한 견해를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대신 그녀는 “법을 준수하지 않는 법 집행 기관”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는 동시에 폭력 예방 전략과 지역 사회 프로그램에 더 많은 투자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프란체스카 홍은 지난 5월 감옥이 없는 세상을 자신의 ‘이상적인 세상’이라고 묘사한 발언으로 질문을 받기도 했다. 이후 그녀는 해당 발언이 미래에 대한 ‘이상적인 비전’이었다고 해명하며, 공공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현재 시행 중인 시스템’을 해체할 의도는 없다고 명확히 밝혔다.
* 홍은 기득권층이 지지하는 후보는 아니다
위스콘신주는 퍼플주(purple state)로 표현되고 있다. 민주당 우세의 파란주, 공화당 우세의 빨간주도 아닌 ‘경합주’란 의미이다. 이웃 미시건도 퍼플주인데 좌파 민주사회 진영의 ‘압둘 엘 사예드’가 민주당 후보로 결정되었다. 경합주 승리 여부가 전체 선거의 성패를 좌우한다. 지난 4번의 대선에서 민주당과 공화당 후보에게 번갈아 표를 던졌다. 주지사직 역시 2000년 이후 세 번이나 당적을 바꿨다.
이 때문에 위스콘신주 민주당의 많은 기득권층은 홍 후보가 주 전체 선거에서 승리하기에는 너무 좌파적이라 주장하며, 그녀가 압도적인 승리 후보였음에도 불구하고 경선에서 그녀의 경쟁자들을 지지했다.
일부 민주당원들은 ‘공화당이 그녀의 경선 승리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수백만 달러를 들여 ‘네거티브 광고’를 내보냈다. 이 광고들은 그녀가 젊은 유권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보이도록 은밀하게 기획되었다는 것이다.
민주당 전략가인 조 제페키(Joe Zepecki)는 위스콘신 공영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그들은 자신들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상대를 고르려고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홍의 주장에 가장 회의적인 인물은 위스콘신 주지사 토니 에버스(Tony Evers)이다. 에버스는 치열한 민주당 경선 기간 내내 어느 후보도 지지하지 않다가 7월 중순에 밀워키 카운티 행정관 데이비드 크롤리(David Crowley)를 지지하며, 약 2주 전에 경선에서 하차했다가 다시 복귀한 크롤리의 선거 운동을 되살리는 데 일조했다.
그는 밀워키 저널 센티넬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결정에 대해 설명하며 “민주당이 11월 선거에서 승리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이 위스콘신을 이끌 때 좋은 사람이 이끌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물론 그녀는 매우 유능한 사람이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정책 문제였다.”고 말했다.
홍 후보가 11월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를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직접적인 질문을 받자 에버스는 "아마 아닐 것“이라고 답했다. 에버스 주지사의 늦은 지지 표명은 일부 위스콘신 민주당원들의 불만을 샀는데, 그들은 지지 표명이 너무 늦었고 홍 후보 지지자들이 당 전체에 등을 돌릴 위험이 있다고 주장한다. 오랫동안 민주당에 기부해 온 한 인사가 폴리티코에 ”이런 종류의 꼼수가 중요한 선거에서 패배를 초래하는 원인“이라고 말했다.
주지사의 지지가 예비선거에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칠지는 불분명하며, 설령 영향을 미친다 하더라도 크롤리가 경쟁 구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여론조사에서 상당한 격차를 좁혀야 할 것이다.
최근 실시된 총선 예상 대결 구도 조사에서 에버스 주지사 시절 부지사를 역임했던 사라 로드리게스와 만델라 반스가 공화당 유력 후보인 티파니를 상대로 유력 유권자들 사이에서 근소한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홍 후보는 몇 퍼센트 포인트 차이로 뒤처지며 티파니와 접전을 벌이고 있다.
위스콘신 민주당원들은 당의 이념적 방향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지만, 티파니 같은 공화당 의원에 대한 반대에는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티파니는 대부분의 낙태를 전국적으로 금지하는 법안을 공동 발의했고, 2020년 대선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허위 주장을 지지한 보수적인 하원의원이다. 과연 공통의 상대가 있다는 사실이 11월 선거에서 다양한 민주당 지지층을 홍 후보 중심으로 결집시키는 데 충분할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