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개미와 배짱이, 어느 쪽이 더 현명한 "삶"을 살았다 할것인가?

먹고살기가 쉽지 않았던 시대였기에, 어린아이들에게 근면과 절약의 중요성을 가르치고 열심히 일하고 한 푼이라도 아껴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살아가는 가장 확실한 방법 중 하나였을지도 모른다.

2026-08-17     김시훈 기자
[사진=ai

우리가 어린 시절 국민학교, 지금의 초등학교 국어 시간에 배웠던 이야기 가운데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우화가 있다.

바로 ‘개미와 배짱이’ 이야기다.

이야기 속 개미는 봄부터 여름, 가을까지 쉬지 않고 부지런히 일을 한다. 추운 겨울이 오면 먹을 것이 부족할 것을 알고 미리 양식을 준비한다. 반면 배짱이는 개미가 땀 흘리며 일하는 동안 노래를 부르고 놀면서 세월을 보낸다. 그러다가 겨울이 닥치자 먹을 것이 없어 개미를 찾아가 도움을 청한다는 내용이었다.

어린 시절에는 이 이야기가 너무나 당연하게 느껴졌다. 젊어서 고생하며 부지런히 일해야 한다. 

‘놀기만 하면 훗날 어려움을 겪는다.’

아마도 그 당시의 어른들은 이 이야기를 통해 어린아이들에게 근면과 절약의 중요성을 가르치고 싶었을 것이다. 먹고살기가 쉽지 않았던 시대였기에, 열심히 일하고 한 푼이라도 아껴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살아가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세월이 흘러 어느덧 세상이 크게 변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과연 지금도 개미와 배짱이의 삶을 예전과 똑같은 기준으로 평가해야 할까?”

◆ 일하는 방식이 달라진 시대 

오늘날 우리는 기계와 기술이 사람의 일을 대신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공장에서는 사람이 하던 일을 로봇이 대신하고, 농업에서도 기계가 사람의 노동을 크게 줄여 놓았다. 컴퓨터와 인공지능은 과거에는 상상하기도 어려웠던 일들을 처리하고 있다.

사람이 하루 종일 일을 해야만 생산할 수 있었던 시대에서, 이제는 기계가 24시간 쉬지 않고 일을 할 수 있는 시대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의 노동시간 역시 법으로 제한되어 있다.

그렇다면 이제는 단순히 ‘남들보다 더 많이 일하는 것’만으로 더 나은 삶을 보장받을 수 있는 시대인가?

나는 이 질문에 쉽게 그렇다고 대답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 새로운 시대의 배짱이는 누구인가

어린 시절의 배짱이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노래만 부르며 놀던 존재였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가 바라보는 배짱이는 조금 다르게 해석할 수도 있지 않을까.

가령 젊은 시절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자신의 재능을 세상에 알린 사람이 있다고 하자. 처음에는 그저 놀고 있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자신의 재능을 갈고닦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가수가 되고, 자신이 만든 노래가 오랫동안 사랑받는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젊은 날의 노래 한 곡이 훗날 저작권이라는 이름으로 지속적인 수입을 만들어 주기도 한다. 그렇다면 그 사람은 정말 배짱이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일까?

어쩌면 그는 남들이 생각하지 못했던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고, 그것을 하나의 자산으로 만들어 놓은 것인지도 모른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얼마나 오래 일했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남겼느냐일 수도 있다.

◆ 오늘의 개미들이 맞이하는 겨울 

반대로 우리 주변에는 평생을 성실하게 살아온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건설현장에서 하루하루 땀을 흘린 사람들, 논과 밭에서 허리가 휘도록 일한 농부들, 공장과 일터에서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해온 사람들이다.

그분들의 삶을 결코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들은 우리 사회를 움직여 온 진정한 개미들이었다. 젊은 날에는 가족을 위해, 자녀를 위해, 그리고 자신의 미래를 위해 묵묵히 일하며 받은 임금을 아껴 저축하고, 농사를 지어 수확한 것을 팔아 가족의 생활을 이어갔다. 

그런데 세월이 흘러 인생의 겨울이라 할 수 있는 노년이 찾아오면 또 다른 현실을 만나게 된다.

젊은 날 너무나 열심히 일한 탓에 몸 곳곳에 병이 찾아오기도 한다. 그럼 평생 모았던 돈은 병원비와 약값으로 빠져나가기도 했다.

물론 모든 사람의 삶이 그런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실인 것 또한 부정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우리는 한 가지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

“열심히 일하는 것만으로 과연 행복한 노년까지 보장받을 수 있는가?”

이제는 개미의 근성만으로는 부족하다. 이제 시대가 달라졌다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열심히 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성공의 조건이었다. 물론 지금도 성실함과 노력은 여전히 소중하다. 그러나 이제는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남들과 똑같이 생각하고, 남들과 똑같이 일하고, 남들이 가는 길만 따라간다면 결국 남의 뒤를 따라가는 삶을 살 수밖에 없다.

오늘날에는 생각하는 힘, 아이디어, 창의성, 기술, 그리고 자신만의 재능이 더욱 중요한 가치가 되었다.

하루에 열 시간을 일하는 사람과 하루에 여덟 시간을 일하면서도 새로운 아이디어 하나를 만들어 내는 사람 가운데 누가 더 큰 결과를 만들어 낼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한 사람이 평생 노동으로 벌어들이는 소득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지만, 자신이 만든 좋은 생각과 기술, 작품과 아이디어는 자신이 직접 일하지 않는 순간에도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의 새로운 경제 방식일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모두가 배짱이가 되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물론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이제부터는 일하지 말고 모두 연예인이 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농부도 필요하고, 건설 노동자도 필요하며,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도 필요하다. 

우리 사회는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자리에서 땀 흘려 일하기 때문에 유지되고 있다.

다만 이제는 열심히 일하는 것과 현명하게 살아가는 것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땀을 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디에 땀을 흘릴 것인지 생각하는 것도 중요하다. 

열심히 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어느 방향으로 달리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다.

그리고 때로는 남들이 모두 달려가는 길에서 잠시 벗어나 자신만의 길을 생각해 보는 용기도 필요하다.

어쩌면 그것이 오늘날 우리가 새롭게 해석해야 할 ‘배짱이의 지혜’인지도 모른다.

◆ 인생의 겨울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

개미와 배짱이 이야기는 우리에게 오래도록 하나의 교훈을 가르쳐 왔다. 그러나 세상이 변하면 이야기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도 변해야 한다.

과거에는 열심히 일해서 겨울을 준비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었다면, 오늘날에는 열심히 일하면서 동시에 내가 가진 생각과 재능을 자산으로 만드는 것이 더욱 중요할 수 있다.

젊은 날의 노동만으로 노년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젊은 날의 경험과 지식과 아이디어를 훗날에도 가치를 만들어 내는 것으로 남겨 놓는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지금의 ‘개미와 배짱이’ 이야기를 이렇게 다시 써보고 싶다.

개미처럼 성실하게 살아가되, 배짱이처럼 남들과 다른 생각을 하자.

개미에게는 부지런함을 배우고, 배짱이에게서는 자신의 재능을 세상에 보여주는 용기를 배우자.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남들과 똑같은 삶을 살아야만 잘사는 것이라는 오래된 생각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인생은 한 번뿐이다.

누군가는 평생 땀 흘려 일한 뒤 자신의 삶을 돌아볼 것이고, 누군가는 젊은 날 자신이 가진 재능과 아이디어를 세상에 남겨 놓고 그것으로 또 다른 삶을 이어갈 것이다.

어느 삶이 반드시 옳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시대가 변하면 살아가는 방법도 변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제는 무조건 열심히만 하는 시대에서 벗어나, 무엇을 위해 일하고 무엇을 남길 것인지 생각해야 할 때다.

인생의 마지막 겨울이 찾아왔을 때 통장에 남은 숫자만 바라보는 삶이 아니라, 내가 살아오면서 남긴 생각과 작품과 사랑과 추억을 바라보며 웃을 수 있는 삶. 그것이 우리가 새롭게 꿈꾸어야 할 인생의 겨울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날이 왔을 때 “나는 남들과 똑같이 살지는 않았지만, 나만의 생각과 노력으로 참 잘 살았다.” 라고 말하며 편안한 미소로 인생의 마지막 길을 걸어갈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으로 잘 살아온 삶이 아닐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