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6년 문 연 능내역, 폐역 18년 만에 체류형 문화공간으로

근대 철도 유산에 전시·체험·휴식 기능 더해 관광명소로 조성

2026-08-04     이정애 기자
능내역사전시관

남양주시가 열차 운행이 중단된 옛 능내역을 역사·문화 체험과 휴식 기능을 갖춘 관광공간으로 재정비했다. 전국적으로 관광 수요가 회복되는 가운데 철도 기능을 잃은 폐역을 철거하지 않고 지역의 역사와 기억을 담은 문화자산으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남양주시는 지난 4일 조안면 능내역사문화공원 내 능내역사와 열차라운지를 새롭게 단장해 재개관했다.

능내역은 1956년 5월 1일 중앙선 무배치간이역으로 영업을 시작했다. 1967년 보통역으로 승격됐고 이후 간이역과 신호장으로 운영되다가 2008년 12월 중앙선 선로 이설과 운길산역 신설에 따라 문을 닫았다. 약 52년 동안 철도역 기능을 수행한 뒤 폐역이 된 셈이다.

폐역 이후에도 대합실과 철길 일부가 남아 옛 기차역의 모습을 유지했고, 오래된 나무의자와 매표소, 사진 등 철도역 특유의 분위기로 방문객의 사진 촬영 장소로 이용돼 왔다. 역 앞으로 자전거길이 지나고 인근에는 정약용유적지가 자리해 주변 관광자원과 연계할 수 있는 입지도 갖추고 있다.

남양주시는 이번 재정비 과정에서 기존 역사 건물의 형태와 옛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관람객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콘텐츠를 추가했다. 내부에는 과거 신문기사를 활용한 능내역 역사 전시와 레트로 포토존을 마련하고, 3면 영상관에서는 남양주의 주요 관광지를 영상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과거 역무원의 모습을 경험할 수 있는 의상 체험 프로그램도 도입했다.

공원에 놓여 있던 폐열차는 방문객이 머물며 휴식할 수 있는 열차라운지로 바뀌었다. 기존 철도시설을 단순한 전시물로 보존하는 데서 벗어나 휴게공간과 사진 촬영 공간으로 활용해 방문객의 체류시간을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능내역의 관광자원화는 폐선 이후부터 단계적으로 추진돼 왔다. 남양주시는 2015년 중앙선 복선전철화로 발생한 폐선과 옛 역사를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능내리 일대를 문화공원으로 조성하는 도시계획시설사업 실시계획을 인가했다. 폐철도 자산을 지역 문화공간으로 활용하려는 사업이 10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좌)

최근에는 폐역이 관광뿐 아니라 지역 문화예술 활동 공간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남양주시 청년예술인 지원사업으로 선정된 공연이 능내역 앞에서 열리는 등 기존 철도시설을 공연과 문화활동에 활용하는 사례도 나타났다.

이 같은 공간 재활용은 국민의 높아진 관광 수요와도 맞물린다. 국가데이터처의 ‘2025년 사회조사’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 국내관광을 경험한 국민은 70.2%로 조사됐다. 향후 하고 싶은 여가활동에서도 관광이 주요 분야로 꼽혔다. 관광객이 유명 관광지를 짧게 둘러보는 방식에서 벗어나 지역의 역사와 문화, 체험을 함께 소비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지자체 관광정책의 과제가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가철도공단도 폐선부지를 지역개발 자산으로 활용하는 방향을 철도정책에 반영하고 있다. 2025년 업무계획에서는 지방소멸에 대응한 철도와 지역의 동반성장 모델 가운데 ‘철도사업+역세권 개발+폐선부지 개발’을 제시했다. 철도 기능이 사라진 부지를 방치하기보다 관광과 생활문화, 지역경제 공간으로 다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전국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셈이다.

능내역은 인근 정약용유적지와 자전거길 등 기존 관광자원을 연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활용 가능성이 있다. 남양주시가 지난해 정약용유적지에서 다도와 국궁, 서예, 회화 등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조안면 일대를 단순 유적 관람에서 체험형 관광지역으로 전환하려는 사업을 추진해 온 것도 같은 흐름이다.

남양주시 관계자는 능내역사문화공원이 옛 철도역을 보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직접 경험하면서 머물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운영과 시설관리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향후 과제는 재개관 자체보다 실제 관광 효과를 확인하는 데 있다. 방문객 수와 평균 체류시간, 열차라운지 이용률뿐 아니라 인근 정약용유적지와 지역 음식점·카페 등으로 관광객 이동이 얼마나 이어지는지를 분석할 필요가 있다. 2008년 열차 운행이 멈춘 능내역이 철도교통의 기억을 보존하면서 지역 소비와 문화활동을 만들어내는 관광거점으로 자리 잡을지가 폐역 재생사업의 성과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