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화학물질 안전신호등 국가표준 도전
공공시설 적용 성과 바탕으로 민간사업장 확대 추진 색상 표시·전용 연결장치로 오주입 사고 예방 강화 현장 실증 축적해 국가 화학물질 안전관리 표준 제안
인천시가 화학사고 예방을 위해 공공시설에서 운영 중인 '화학사고 안전신호등'을 민간 유해화학물질 취급사업장으로 확대한다. 축적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표준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국가 안전관리 체계로 확산시키겠다는 계획이다.
화학사고 안전신호등은 화학물질마다 고유 색상을 부여해 저장탱크와 배관, 밸브, 주입구까지 동일한 색으로 표시하고, 서로 다른 화학물질은 전용 연결장치로 물리적으로 연결되지 않도록 하는 예방 시스템이다. 작업자의 순간적인 착오가 오주입이나 혼입 사고로 이어지지 않도록 작업환경 자체를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번 사업은 지난해 인천에서 잇따라 발생한 화학물질 오주입 사고를 계기로 추진됐다. 공촌사업소에서는 차아염소산나트륨이 황산알루미늄 저장탱크에 잘못 주입돼 작업자 4명이 다쳤고, 미추홀구의 한 반도체 제조공장에서는 염소산나트륨이 염산 저장탱크에 들어가 25명이 부상을 입었다. 인천시는 이러한 사고가 작업자의 부주의만이 아닌 작업환경의 한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예방체계를 새롭게 설계했다.
화학물질종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25년까지 인천에서는 모두 49건의 화학사고가 발생해 5명이 숨지고 92명이 다쳤다. 사고 원인은 시설 결함과 안전기준 미준수가 각각 23건으로 전체의 93.9%를 차지했으며, 2025년에는 최근 12년 가운데 가장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인천시는 지난해 인천환경공단 13개 사업장, 103개 화학물질 취급시설에 안전신호등 체계를 적용했다. 차아염소산나트륨과 황산알루미늄, 수산화나트륨 등 15종 화학물질을 대상으로 저장탱크와 주입구에 색상과 명칭을 표시하고, 명패와 시건장치, 물질안전보건자료(MSDS) 보관함, 회전경고등 등을 설치해 안전관리를 강화했다.
올해부터는 민간 유해화학물질 취급사업장으로 사업을 확대한다. 지난 7월 관내 사업장을 대상으로 제도를 소개하는 안전교육을 실시했으며, 참여를 희망하는 사업장에는 전문가가 현장을 방문해 취급물질과 공정을 분석하고 시설별 맞춤형 색상표시와 전용 연결장치 적용 방안을 제시하는 컨설팅도 지원할 예정이다.
시는 2026년부터 2027년까지 현장 적용 사례를 축적해 업종별 적용기준과 유지관리 기준을 마련하고, 이후 관계기관과 협의를 거쳐 표준 가이드라인을 구축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인천에서 검증된 예방모델이 법령과 국가 안전관리 지침에 반영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도 건의한다는 방침이다.
윤은주 인천시 환경안전과장은 "화학사고 안전신호등은 작업자의 주의를 강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수가 사고로 이어지지 않도록 작업환경과 안전관리체계를 함께 개선하는 정책"이라며 "공공시설에서 확인한 성과를 민간으로 확산하고, 인천의 경험이 국가 화학물질 안전관리의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