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철 칼럼] 사격장 소음 넘어 경마공원으로…양평군의 선택, 군민의 뜻이 성패 가른다
13만 군민의 염원을 실행력으로 바꾸려면 구체적인 유치 전략이 필요하다
[뉴스타운/김병철 기자] 오랜 사격장 소음에 시달려온 양평군이 새로운 선택지를 꺼내 들었다. 용문산사격장을 폐쇄·이전하고 그 자리에 경마공원인 렛츠런파크를 유치하겠다는 구상이다. 양평군은 오는 8월부터 경마공원 유치를 위한 범군민 서명운동을 온·오프라인에서 동시에 진행한다. 군청과 읍·면사무소에 서명소를 마련하고 홈페이지와 QR코드를 통한 온라인 참여도 받는다.
이번 서명운동은 단순히 시설 하나를 유치하기 위한 주민 참여 행사가 아니다. 수십 년간 이어진 군사시설 소음 문제를 해결하고, 그 공간을 지역의 새로운 성장 기반으로 전환하려는 양평군의 정책적 선택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사격장으로 인한 주민 피해를 줄이는 동시에 경마와 관광, 휴식, 체험 기능을 결합한 복합 레저공간을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양평군이 그동안 감내해 온 부담을 생각하면 변화의 필요성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국가 안보를 위해 군사시설이 필요하다는 점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특정 지역 주민들이 장기간 소음과 개발 제한, 생활 불편을 감수해 왔다면 그에 상응하는 대책과 책임도 뒤따라야 한다. 국가 안보라는 명분이 주민의 일상적인 희생을 당연하게 만드는 논리가 돼서는 안 된다.
용문산사격장 문제는 군사시설 하나를 이전하느냐의 문제를 넘어선다. 주민의 재산권과 생활권, 지역발전 가능성이 오랫동안 군사시설의 영향 아래 놓여 있었다는 점을 살펴야 한다. 사격장 주변 주민들이 겪은 소음과 불안, 생활 불편이 어느 정도였는지 객관적으로 조사하고 공개하는 일도 필요하다. 피해가 장기간 반복됐다면 이를 해결하기 위한 중앙정부와 군 당국의 책임 있는 협의가 이뤄져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양평군이 제시한 경마공원 유치는 수동적인 피해 대응에서 벗어나 지역의 미래를 능동적으로 설계하겠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사격장 폐쇄·이전만 요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전 부지의 활용 방안까지 함께 제시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군민에게 새로운 일자리와 관광 수요, 지역경제 활성화 가능성을 보여주면서 이전의 필요성을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마공원이 들어설 경우 기대할 수 있는 효과는 적지 않다. 방문객 증가에 따른 음식·숙박·교통·관광 소비 확대를 비롯해 시설 운영과 유지·관리 분야에서 새로운 고용이 발생할 수 있다. 지역 농특산물 판매와 관광 프로그램을 연계하면 경마공원 방문객을 양평 전역으로 분산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용문산과 두물머리, 세미원, 전통시장, 농촌체험마을 등 기존 관광자원과의 연결도 검토할 수 있다.
양평은 수도권과 가까우면서도 산과 강, 농촌경관을 갖춘 지역이다. 이런 특성은 대규모 산업단지나 제조업 중심 개발과는 다른 방향의 성장 전략을 요구한다. 자연환경과 관광, 체험, 휴양산업을 결합하는 방식이 양평의 정체성에 더 적합할 수 있다. 경마공원을 단순한 경주 관람시설이 아니라 가족 단위 방문객이 머물 수 있는 복합문화·레저공간으로 설계한다면 양평 관광의 체류시간을 늘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기대만으로 사업의 성공을 장담할 수는 없다. 경마공원 유치는 상당한 규모의 재정과 부지, 교통망, 관계기관 협의가 필요한 사업이다. 무엇보다 한국마사회와 중앙정부, 군 당국을 설득할 수 있는 사업 타당성과 입지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범군민 서명은 출발점이 될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 유치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양평군은 군이 강점으로 제시한 부지 확보 가능성과 국·공유지 활용 여건을 객관적인 자료로 입증해야 한다. 가용 부지의 면적과 소유권, 토지 이용 규제, 진입도로, 상하수도와 전력 공급, 환경 영향 등을 구체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사격장이 실제 이전할 수 있는지, 이전 대상지는 어디인지, 군 당국과 협의를 어느 단계까지 진행했는지도 향후 군민에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
사격장 폐쇄·이전과 경마공원 유치는 서로 연결돼 있지만 동일한 행정 절차로 움직이는 사업은 아니다. 사격장 이전이 먼저 해결돼야 활용 가능한 부지가 마련될 수 있고, 한국마사회의 사업 판단과 정부 협의가 뒤따라야 경마공원 조성이 현실화될 수 있다. 어느 한쪽이 지연되면 전체 구상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양평군은 두 사업을 하나의 구호로만 묶어서는 안 된다. 사격장 폐쇄·이전을 위한 협의 절차와 경마공원 유치를 위한 타당성 검토를 각각 구체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단계별 목표와 추진 일정, 담당 기관, 예상되는 쟁점, 대응 방안을 공개해야 군민도 사업의 진행 상황을 정확히 판단할 수 있다.
경제적 효과에 대한 분석도 냉정해야 한다. 경마공원이 들어오면 많은 방문객이 찾고 지역경제가 살아날 것이라는 설명만으로는 부족하다. 예상 방문객 수와 소비 규모, 직접·간접 고용 효과, 지방세 수입, 시설 운영에 따른 비용과 수익을 객관적으로 따져야 한다. 방문객이 시설 안에서만 소비하고 곧바로 빠져나간다면 지역 상권에 돌아가는 효과는 기대보다 제한적일 수 있다.
지역경제와 실질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 구조가 중요하다. 경마공원 안에 지역 농특산물 판매장과 양평 관광안내 기능을 마련하고, 전통시장과 주요 관광지를 오가는 순환 교통망을 운영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지역 숙박업소와 체험마을, 음식점이 참여하는 관광상품을 개발하면 경마공원의 방문 수요를 지역 전체의 소득으로 연결할 수 있다.
고용 창출 역시 숫자보다 내용이 중요하다. 단기 공사 인력이나 제한적인 시설 관리 일자리만 생긴다면 군민이 체감하는 효과는 크지 않을 수 있다. 운영 인력 채용에서 지역 주민의 참여 기회를 넓히고 청년과 경력단절 여성, 중장년층을 위한 직무교육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 지역 대학과 교육기관, 일자리센터를 연계한 인력 양성 계획도 유치 단계부터 포함해야 한다.
경마공원을 바라보는 주민들의 우려도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교통량 증가와 소음, 환경 훼손 가능성, 사행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제기될 수 있다. 유치에 찬성하는 목소리를 모으는 것만큼 우려를 제기하는 주민의 의견을 듣고 대책을 마련하는 과정도 중요하다. 찬성과 반대를 나누기 전에 사업의 내용과 영향을 충분히 공개해야 한다.
특히 양평은 주말과 휴일 교통 정체가 반복되는 지역이다. 대규모 방문객이 찾는 시설이 들어오면 기존 도로망이 감당할 수 있는지 검토해야 한다. 국도와 지방도, 수도권 전철을 포함한 대중교통 접근성, 주차 공간, 교통 분산 대책이 함께 마련되지 않으면 지역 주민의 불편이 오히려 커질 수 있다. 경마공원 유치와 교통 기반시설 확충은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는 문제다.
환경 대책도 선행돼야 한다. 군이 친환경 복합 레저공간을 내세운다면 개발 과정에서 산림과 수질, 생태계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는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친환경이라는 표현을 홍보 문구로 사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녹지 보전 비율과 에너지 사용, 빗물 관리, 폐기물 처리, 대중교통 이용 확대 등을 설계에 반영해야 한다.
사행산업에 대한 사회적 우려에도 답해야 한다. 경마시설 유치에 따른 긍정적인 경제 효과만 강조할 경우 정책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과몰입 예방과 상담, 이용자 보호, 청소년 접근 제한 등 사회적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장치를 한국마사회와 함께 마련해야 한다. 가족과 관광객이 이용할 수 있는 문화·체험 기능의 비중을 높이는 것도 필요하다.
범군민 서명운동의 운영 방식도 투명해야 한다. 누가 참여할 수 있는지, 서명 기간은 언제까지인지, 개인정보는 어떻게 관리하는지, 최종 서명 인원은 어떤 기준으로 집계하는지 분명하게 안내해야 한다. 군민뿐 아니라 유치를 지지하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면 양평군민의 서명과 다른 지역 참여자의 서명을 구분해 공개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13만 군민의 뜻’이라는 표현에 실질적인 설득력이 생긴다. 서명 인원이 많다는 사실만 강조하기보다 읍·면별 참여 현황과 주민 의견, 찬성 이유와 우려 사항을 함께 정리해야 한다. 서명운동 과정에서 수렴한 의견을 사업계획에 반영한다면 단순한 동원형 행사가 아니라 정책 참여의 과정이 될 수 있다.
군의회와의 협력도 중요하다. 앞으로 타당성 조사와 용역, 기반시설 확충 등에 군비가 투입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사업 초기부터 의회에 관련 자료를 충분히 제공해야 한다. 의회 역시 유치 구호에 동참하는 데 머물지 말고 사업의 경제성과 재정 부담, 환경·교통 영향을 면밀하게 검증해야 한다. 집행부와 의회가 각각의 책임을 다할 때 사업의 안정성과 지속성이 높아진다.
전진선 양평군수는 경마공원 유치가 단순한 레저시설 조성을 넘어 지역의 미래 가치를 바꿀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방향은 분명하다. 이제 필요한 것은 선언을 실행으로 옮길 수 있는 구체적인 전략이다. 군수의 의지와 군민의 서명이 실제 유치 성과로 이어지려면 행정의 전문성과 협상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양평군은 한국마사회가 어떤 기준으로 신규 사업이나 시설 입지를 검토하는지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 다른 지역의 유치 사례와 추진 과정, 무산 원인도 살펴야 한다. 양평만의 경쟁력이 무엇인지, 다른 후보 지역과 비교해 어떤 강점을 갖고 있는지를 수치와 자료로 제시해야 한다. 수도권 접근성이나 자연환경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중앙정부와 군 당국, 한국마사회를 각각 설득할 논리도 달라야 한다. 군 당국에는 주민 피해 해소와 군사시설의 효율적인 재배치 필요성을 제시해야 한다. 한국마사회에는 사업성과 접근성, 장기적인 운영 가능성을 보여줘야 한다. 중앙정부에는 지역 균형발전과 군사시설 주변지역에 대한 보상, 관광산업 육성이라는 정책적 가치를 강조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유치 전담 조직과 전문가 참여가 필요하다. 행정 내부의 일부 부서만으로 대규모 복합사업을 추진하기에는 검토해야 할 분야가 많다. 도시계획과 교통, 관광, 환경, 재정, 법률, 군사시설 이전 분야의 전문가가 참여하는 추진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지역 주민과 상인, 농업인, 청년의 의견도 정기적으로 수렴해야 한다.
사업 추진 과정은 가능한 범위에서 공개돼야 한다. 협의 중이라는 이유로 모든 내용을 비공개하면 주민의 기대와 현실 사이에 간극이 커질 수 있다. 확정된 사항과 검토 중인 사항, 아직 협의가 시작되지 않은 사항을 구분해 설명해야 한다. 유치 가능성을 과도하게 낙관하기보다 현재 단계와 남은 과제를 솔직하게 알리는 것이 오히려 행정의 신뢰를 높인다.
경마공원 유치는 양평의 모든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하는 만능 열쇠가 아니다. 그러나 오랜 사격장 소음과 지역발전 제약을 새로운 기회로 전환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는 충분히 평가할 만하다. 피해를 호소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대안을 만들어 관계기관에 제시하겠다는 접근은 지역 현안을 풀어가는 적극적인 행정의 모습이다.
이제 범군민 서명운동이 시작된다. 서명 한 줄에는 사격장 소음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주민의 바람과 양평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고 싶다는 기대가 함께 담길 것이다. 양평군은 그 뜻을 단순한 숫자로 소비해서는 안 된다. 서명에 담긴 요구를 중앙정부와 군 당국, 한국마사회가 외면할 수 없는 정책 자료와 논리로 바꿔야 한다.
사격장 소음 대신 경마공원을 품겠다는 양평군의 선택은 과감하다. 성공한다면 오랫동안 지역을 짓눌러온 갈등의 공간이 관광과 휴식, 일자리의 공간으로 바뀌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 반대로 준비가 부족하다면 서명운동만 남기고 사업은 장기 표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성패는 군민이 얼마나 많이 서명하느냐에만 달려 있지 않다. 군민의 뜻을 모으는 일과 함께 사업의 타당성을 증명하고 관계기관을 설득하며 교통·환경·재정 문제에 답해야 한다. 기대 효과뿐 아니라 예상되는 부작용과 부담까지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그래야 군민의 지지가 일시적인 열기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추진 동력이 될 수 있다.
양평군의 이번 도전은 피해 지역이 자신의 미래를 어떻게 다시 설계할 것인지 묻는 시험대다. 13만 군민의 염원이 행정의 실행력과 만날 때 비로소 변화는 시작된다. 이번 서명운동이 사격장 소음에 대한 오랜 호소를 넘어 양평의 미래를 다시 그리는 첫걸음이 되기를 기대한다.
본지는 후속 보도를 통해 용문산사격장 폐쇄·이전과 경마공원 유치 구상의 실현 가능성을 집중적으로 살펴볼 예정이다. 사격장 이전을 위한 군 당국과의 협의 현황, 후보 부지와 국·공유지 활용 여건, 한국마사회와의 사전 협의 여부, 타당성 조사 및 재원 조달 계획을 점검한다. 아울러 교통·환경 대책과 예상 방문객, 고용 창출, 지역 상권 파급효과가 객관적인 자료로 뒷받침되고 있는지도 확인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