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철 칼럼] 이재준 수원시장의 ‘시민 체감 행정’...민선 9기 좋은 정책의 기준을 세우다
반값생활로 민생을 지키고 문화관광·첨단과학으로 미래 경쟁력 확보 157건의 시민 아이디어 수렴…8월 최종보고 거쳐 9월 비전 공개
[뉴스타운/김병철 기자] 좋은 정책은 시민의 일상을 바꾼다. 발표 당시 관심을 끄는 정책보다 시민이 실제 생활에서 효과를 느끼고, 시간이 지나도 안정적으로 이어지는 정책이 좋은 평가를 받는다. 그런 점에서 “민선 9기의 성공은 공약을 얼마나 많이 추진했는지가 아니라 시민이 일상에서 얼마나 변화를 체감했는지로 평가받을 것”이라는 이재준 수원특례시장의 말은 주목할 만하다.
공약의 숫자나 이행률보다 시민 삶의 변화를 우선하겠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자칫 공약 개수를 채우는 데 그칠 수 있는 지방행정의 평가 기준을 시민의 생활과 정책 효과로 돌려놓겠다는 방향도 담겼다. 민선 9기 수원시정이 지향해야 할 기준을 시장이 직접 제시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작지 않다.
수원특례시는 지난 29일 시청 중회의실에서 ‘민선 9기 수원대전환추진단 중간보고회’를 열었다. 이재준 시장과 추진단 공동단장 및 위원, 관계 공직자 등 53명이 참석해 공약과 정책 제안의 검토 결과를 공유하고 향후 시정 운영 방향을 점검했다.
수원대전환추진단은 민선 9기 공약과 시민 정책 제안을 실행 가능한 시정 과제로 구체화하기 위해 구성된 민관 협력기구다. 위원 70명이 반값생활 민생도시, 문화관광 허브도시, 첨단과학 연구도시 등 3개 분과와 9개 소분과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번 추진단 운영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공약을 무조건 시행하겠다고 앞세우지 않았다는 점이다. 추진단은 정책 제안을 추진 가능 사업과 추가 검토 사업, 장기과제로 나누고 재정 여건과 수혜 대상, 정책 효과, 지속가능성을 함께 살피고 있다.
정책은 필요성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시민에게 도움이 되는 사업이라도 재원이 불안정하거나 시행 기준이 모호하면 오래 유지하기 어렵다. 사업의 취지가 좋아도 기존 정책과 중복되거나 혜택이 일부 대상에게만 집중되면 기대했던 효과를 거두기 힘들다.
수원특례시가 정책을 본격적으로 시행하기 전에 실현 가능성과 재정 부담을 점검하는 것은 책임 있는 행정의 출발점이다. 좋은 정책을 선정하는 것만큼 지속할 수 있는 사업으로 설계하는 일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충분한 검토 없이 사업을 시작한 뒤 예산 부족을 이유로 축소하거나 중단하는 것보다 사전에 재정과 효과를 따지는 것이 시민 신뢰를 높이는 길이다.
이재준 시장이 민선 9기의 첫 번째 방향으로 제시한 반값생활 민생도시는 시민의 생활비 부담을 낮추는 정책이다. 고물가와 주거비, 교통비, 돌봄 비용 등 시민이 일상에서 마주하는 경제적 부담을 행정이 함께 나누겠다는 구상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생활비 부담은 통계보다 시민이 먼저 체감하는 문제다. 소득이 늘더라도 주거와 교통, 교육, 돌봄에 들어가는 비용이 함께 증가하면 삶이 나아졌다고 느끼기 어렵다. 지방정부가 시민의 지출 구조를 세밀하게 살피고 생활 속 부담을 낮출 수 있는 분야를 찾는다면 정책 효과는 곧바로 시민 체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반값생활 정책이 성공하려면 지원 대상과 방법을 구체적으로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모든 시민에게 일률적으로 지원하는 방식과 도움이 절실한 계층을 우선하는 방식은 각각 장단점이 있다. 수원시는 사업별 특성에 따라 지원 범위를 설계하고, 중앙정부와 경기도 정책을 보완하는 수원형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일시적인 현금성 지원에 머무르기보다 교통과 돌봄, 문화, 공공시설 이용 등 생활 전반에서 시민 부담을 구조적으로 줄이는 방안도 필요하다. 정책 효과를 정기적으로 분석해 만족도가 높고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사업은 확대하고, 효과가 낮은 사업은 보완한다면 반값생활 정책은 수원을 대표하는 민생정책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문화관광 허브도시 구상은 수원이 보유한 역사와 문화 자원을 새로운 도시 경쟁력으로 발전시키려는 정책이다. 수원은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을 비롯해 역사적 가치와 문화적 상징성을 갖춘 도시다. 이러한 자원을 관광과 지역경제, 시민 문화생활로 연결하면 도시의 매력을 높이고 골목상권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문화관광정책은 대규모 행사 하나로 완성되지 않는다. 관광객이 수원에 오래 머물고 지역 상점과 전통시장, 음식점과 문화시설을 자연스럽게 이용하도록 연결해야 한다. 수원화성 방문이 행궁동과 전통시장, 지역 축제와 공연, 체험 프로그램으로 이어지는 체류형 관광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시민에게도 문화관광정책의 혜택이 돌아가야 한다. 관광객을 위한 도시가 아니라 시민이 일상에서 문화를 누리고 지역에 대한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문화예술인과 소상공인, 청년 창작자에게 참여 기회를 넓힌다면 문화관광은 단순한 방문객 유치를 넘어 지역의 새로운 일자리와 소득을 만드는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
첨단과학 연구도시 구상은 수원의 미래 먹거리를 준비하는 장기 전략이다. 민생정책이 시민의 오늘을 지키는 역할이라면 첨단과학정책은 시민의 내일을 준비하는 분야다. 연구개발과 첨단산업 기반을 확충하고 기업과 대학, 연구기관을 연결하면 양질의 일자리와 청년 인재가 모이는 도시로 발전할 수 있다.
수원은 수도권 남부 첨단산업권과 연결할 수 있는 입지적 가능성을 갖고 있다. 이를 실제 경쟁력으로 발전시키려면 기업 유치뿐 아니라 교통과 주거, 교육, 문화 등 정주 여건을 함께 개선해야 한다. 기업이 투자하고 연구 인력이 정착하려면 일터와 생활환경이 동시에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지역 청년이 첨단산업 성장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대학과 기업이 참여하는 인재 양성 체계를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취업과 창업으로 연결한다면 첨단과학 연구도시 정책은 청년 유출을 줄이고 지역경제의 성장 기반을 넓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반값생활 민생도시와 문화관광 허브도시, 첨단과학 연구도시는 서로 떨어진 정책이 아니다. 민생 안정은 시민이 수원에 계속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이고, 문화관광은 도시의 매력과 지역경제를 키우는 동력이며, 첨단과학은 지속 가능한 일자리와 세수를 확보하는 미래 전략이다.
세 정책이 균형 있게 추진된다면 시민의 오늘을 돌보면서 수원의 미래를 준비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첨단산업을 통해 확보한 성장 기반을 시민 생활과 문화, 복지에 다시 투자하고, 살기 좋은 도시환경이 다시 기업과 인재를 끌어들이는 구조다. 이재준 시장이 제시한 수원대전환의 핵심도 이 같은 연결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민선 9기 정책을 시민과 함께 설계하려는 시도도 긍정적이다. 수원시 시정참여 플랫폼 ‘새빛톡톡’을 통해 진행한 시민 아이디어 공모에는 157건이 접수됐고, 이 가운데 28건이 선정됐다. 주요 단체 59곳을 대상으로 한 정책 제안 간담회도 현재까지 34개 단체와 진행됐다.
시민의 제안은 행정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생활 현장의 문제를 보여준다. 공직자의 시선에서는 작은 불편으로 보일 수 있지만 시민에게는 매일 반복되는 중요한 문제일 수 있다. 시민 아이디어를 정책 설계 단계부터 반영하면 행정과 현장 사이의 간격을 좁힐 수 있다.
선정된 28건의 시민 제안이 실제 정책으로 이어진다면 새빛톡톡은 단순한 의견 수렴 창구를 넘어 시민이 시정에 참여하는 대표적인 플랫폼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제안별 검토 결과와 추진 일정을 공개하고 사업 진행 상황을 시민이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면 참여의 신뢰도도 높아질 것이다.
주요 단체와의 정책 간담회 역시 다양한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통로다. 경제와 복지, 문화, 청년, 여성, 소상공인 등 분야별 단체는 정책 수요와 현장 문제를 구체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다만 조직화된 단체뿐 아니라 정책 참여 기회가 적은 시민과 취약계층의 목소리까지 균형 있게 반영해야 한다.
오는 8월 10일 열리는 시민원탁토론회는 이러한 시민 참여를 한 단계 더 확장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수원의 미래상과 생활밀착형 정책을 시민이 직접 논의하고, 행정이 그 결과를 실천계획에 반영하는 과정은 민선 9기 시정의 민주성과 현장성을 높일 수 있다.
원탁토론회에서는 거창한 구호보다 시민이 일상에서 겪는 구체적인 문제를 중심으로 논의해야 한다. 출퇴근 교통과 주차, 주거비, 아이 돌봄, 노인 돌봄, 골목상권, 청년 일자리, 문화시설 접근성 등 시민이 체감하는 과제가 충분히 다뤄져야 한다.
토론회에서 나온 의견이 최종계획에 어떻게 반영됐는지도 공개할 필요가 있다. 시민 참여는 의견을 듣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정책에 반영된 결과를 시민에게 다시 설명할 때 완성된다. 이러한 환류 체계가 정착되면 시민은 정책의 대상에서 시정을 함께 설계하는 주체로 바뀐다.
추진단은 분과별 검토 결과와 시민 의견을 종합해 8월 말 최종보고회에서 공약사업 실천계획을 구체화할 예정이다. 이어 9월 비전선포식을 열어 민선 9기 비전과 목표를 시민과 공유한다.
최종보고회에서는 정책의 방향뿐 아니라 사업별 시행 일정과 소요 예산, 수혜 대상과 기대 효과가 구체적으로 제시돼야 한다. 국비와 도비, 시비의 분담 구조와 담당 부서, 연차별 목표도 함께 공개하면 시민이 공약 추진 상황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정책의 성과지표도 시민 체감에 맞춰 설계해야 한다. 회의 개최 횟수나 참여 인원, 협약 건수보다 시민의 생활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보여주는 지표가 중요하다. 교통정책은 이동시간과 비용 절감 효과로, 민생정책은 가계 부담 감소로, 기업정책은 실제 투자와 일자리 창출로 평가해야 한다.
문화관광정책 역시 단순 방문객 수를 넘어 관광객의 체류시간과 지역 내 소비, 골목상권 파급효과를 살펴야 한다. 첨단과학정책은 업무협약보다 기업의 실제 투자액과 연구인력 유입, 지역 청년 채용 실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재준 시장이 강조한 시민 체감 행정은 이러한 성과 중심의 시정 운영과 맞닿아 있다. 행정이 무엇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를 설명하기보다 시민에게 어떤 변화가 나타났는지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이는 공약 이행률 중심의 평가를 시민 삶의 질 중심으로 전환하는 의미 있는 시도다.
물론 정책이 좋은 취지만으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안정적인 재원과 행정의 실행력, 시민과의 지속적인 소통이 함께해야 한다. 추진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발생하면 계획을 보완하고, 효과가 낮은 사업은 과감히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
정책을 수정하는 것도 책임 행정의 한 부분이다. 사회·경제적 환경이 바뀌었는데도 최초 계획만 고집하면 오히려 시민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변경이 필요한 경우 그 이유와 대안을 충분히 설명한다면 시민도 정책 조정을 합리적인 선택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민선 9기 수원시는 민생과 문화, 첨단산업을 세 축으로 도시의 새로운 방향을 설계하고 있다. 여기에 시민 정책 제안과 원탁토론을 결합한 것은 행정이 일방적으로 정책을 결정하지 않고 시민과 함께 답을 찾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좋은 정책은 시민에게 필요한 사업을 정확히 찾아내는 데서 시작한다. 더 좋은 정책은 그 사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재정과 실행계획을 갖추는 것이다. 가장 좋은 정책은 시행 결과를 시민에게 공개하고 부족한 부분을 다시 고쳐나가는 정책이다.
이재준 시장의 민선 9기가 이러한 과정까지 충실하게 이어간다면 수원대전환은 단순한 시정 구호에 머물지 않을 것이다. 반값생활 정책은 시민의 부담을 줄이고, 문화관광 정책은 지역경제에 활력을 더하며, 첨단과학 정책은 수원의 미래 일자리를 만드는 구체적인 변화로 나타날 수 있다.
시민이 체감하는 변화는 멀리 있지 않다. 출퇴근길이 편리해지고 생활비 부담이 줄어드는 것, 가까운 곳에서 문화를 누리고 지역 청년이 수원에서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는 것이 바로 변화다. 돌봄이 필요한 시민이 제때 도움을 받고 소상공인이 지역경제의 활력을 느끼는 것도 정책이 만들어야 할 성과다.
이재준 시장은 민선 9기의 성공 여부를 시민의 체감으로 평가받겠다고 했다. 좋은 방향이다. 이제 수원시는 그 약속을 사업계획과 예산, 일정과 성과로 보여줘야 한다. 시민이 제안하고 행정이 검토하며 민관이 실행 과정을 함께 점검한다면 정책의 완성도와 신뢰도는 더욱 높아질 수 있다.
민선 9기 수원대전환은 공약을 많이 만드는 경쟁이 아니라 시민에게 꼭 필요한 정책을 제대로 실행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시민의 오늘을 지키면서 도시의 내일을 준비하는 것, 그것이 이재준 시장이 추진해야 할 좋은 정책의 기준이다.
수원시가 시민의 목소리를 끝까지 듣고 약속한 정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한다면 민선 9기는 시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바꾼 시정으로 기록될 수 있다. 수원대전환의 중심에는 정책의 이름도, 공약의 숫자도 아닌 시민이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