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바이오, '제프티' 인간 폐포 오가노이드서 H1N1 99.2% 억제 확인

실제 투여하는 용량 내에서 확인... 세포·동물·사람 조직서 유효약물농도가 같은 범위로 확인

2026-07-30     윤민아 기자

현대바이오사이언스는 범용 항바이러스제 후보물질 '제프티(XAFTY)'의 유효성분 니클로사마이드(Niclosamide)가 인간 폐포 오가노이드 모델에서 인플루엔자 A(H1N1) 바이러스 증식 지표를 99.2% 억제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30일 밝혔다.

■ 국책 전임상 지원사업으로 수행

이번 시험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국가 전임상 지원체계 사업' 일환으로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국가전임상시험지원센터(KPEC)에서 수행됐다.

인간 배아줄기세포에서 분화시킨 3차원 폐포 오가노이드에 인플루엔자 A 바이러스(A/Korea/01/09)를 감염시킨 뒤 시험물질을 농도별로 처리하고, 감염 3일차에 바이러스 증식 지표인 HA mRNA 상대 발현량을 측정했다. 각 농도당 4회 반복했으며, 기존 인플루엔자 치료제를 비교군으로 함께 평가해 시험이 정상적으로 작동함을 확인했다.

약물을 처리하지 않은 감염 대조군의 평균값은 12,858.439였다. 제프티 유효성분 처리군에서는 101.692로 감소했고, KPEC은 해당 농도에서 유의한 바이러스 억제(99.2% 억제) 효과가 확인됐다고 판정했다.

■ 세포·동물·사람의 조직에서 같은 유효약물농도 확인

세포실험에서 도출된 제프티의 유효약물농도는 코로나19와 H1N1 동물효능시험, 그리고 이번 인체 유래 폐포 오가노이드에서 같은 범위로 확인됐다. 글로벌 CRO 찰스리버(Charles River)가 수행한 복수의 호흡기 바이러스 시험에서도 같은 농도 범위의 항바이러스 활성이 확인된 바 있다.

■ 계열이 다른 바이러스를 같은 농도에서 억제

H1N1(오소믹소바이러스), 코로나19(코로나바이러스), 뎅기(플라비바이러스)는 유전 구조와 세포 내 복제 방식이 서로 완전히 다른 계열이다. 이처럼 이질적인 바이러스들이 유사한 농도 범위에서 억제된다는 것은, 약물이 바이러스 자체가 아니라 각 바이러스가 공통으로 이용하는 숙주세포 경로를 차단하고 있음을 뒷받침한다.

■ 효력과 안전성이 같은 용량 구간에서 성립

동물 약동학(PK) 시험에서 경구 투여 후 폐 조직 내 약물 농도는 혈중 농도를 크게 상회했으며, 임상 계획 용량에 해당하는 투여 구간에서 유효약물농도를 넘어섰다. 세포에서 확인한 농도가 실제 투여할 용량으로 표적 장기에 도달한다는 정량적 근거다. 조직 내 약물은 시간에 따라 감소해 체내 축적은 관찰되지 않았다.

현대바이오는 지난 22일 GLP 소핵시험 유전독성 '음성' 판정과 13주 반복투여 독성시험 무해용량(NOAEL) 확보를 발표한 바 있다. 임상 계획 용량은 무해용량 이내로 설정돼 있다. 효력이 확인된 농도와 안전성이 확인된 용량이 같은 구간에서 만난다.

■ 세계 최초 선제투약 바스켓 임상

지금까지 항바이러스제 임상은 원인 바이러스를 확진한 뒤 해당 바이러스 전용 약물을 투여하는 방식으로 설계돼 왔다. 그러나 항바이러스제는 증상 발생 직후 투약할수록 효과가 크고, 호흡기 감염증은 발열·기침·인후통 등 초기 증상이 유사해 확진에 이르는 사이 유효 투약 시점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현대바이오가 추진하는 미국 호흡기 바이러스 바스켓 임상(AIR-V)은 순서를 뒤집는다. 유사 증상이 나타나면 확진 전에 먼저 투약하고, 이후 검사 결과에 따라 인플루엔자·코로나19·RSV 각각에서 치료 효과를 평가한다. 복수의 호흡기 바이러스를 대상으로 확진 전 단일 약물을 투여하는 임상 설계는 세계적으로 전례가 없다. 바이러스 종류와 무관하게 작용하는 약물이라야 성립하기 때문이다.

이 설계는 미국 국립보건원(NIH) ACTIV-2 연구의 국제 프로토콜 공동의장으로 참여한 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UCSD) 데이비드 스미스(Davey Smith) 교수가 제안했다. 현대바이오는 스미스 교수와 임상 추진을 협의하고 있다.

■ 베트남 뎅기열 임상 2/3상 순항

베트남 뎅기열 임상 2/3상은 프로토콜 변경이나 용량 조정 없이 진행되고 있으며, 시험책임자 보고 기준으로 현재까지 중대한 이상반응(SAE)이나 약물 관련 투여 중단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다. 뎅기 바이러스에 대한 유효약물농도도 이미 확립돼 있어 이번 인간 폐포 오가노이드 시험 결과는 향후 뎅기열 임상 유효성을 해석하는 기준이 된다.

제프티는 앞서 코로나19 환자를 대상으로 한 무작위·이중눈가림·위약대조 임상 2상에서 바이러스 부하 감소와 관련한 통계적 유의성을 확인했으며, 해당 결과는 국제 학술지 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다.

진근우 현대바이오 대표이사는 "범용 항바이러스제는 바이러스가 바뀔 때마다 새로 개발해서는 실현할 수 없다"며 "세포, 동물, 사람의 조직처럼 조건이 달라져도 같은 유효약물농도가 일관되게 확인돼야 한다. 이번 결과는 그 일관성을 확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배병준 현대바이오 사장은 "스미스 교수의 제안을 받고 곧바로 임상에 들어가는 대신, 성공 가능성을 확인한 뒤 임상 진행을 결정하기로 했다"며 "베트남 뎅기열 임상에서의 안전성 확인과 함께 유전독성 시험, 이번 오가노이드 시험이 그 과정이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