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전쟁의 최대 고민, 사우디의 딜레마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과 이란 간의 전쟁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이란의 드론 공격과 미사일 위협에 직면하여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사우디는 미국과 협력하여 이라크에서 활약하고 있는 이란의 대리 민병대를 공격했으며, 이란의 공격을 억제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이란과의 갈등은 사우디의 핵심 석유 시설을 위협하고 있으며, 이는 사우디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세 무함마드 빈 살만(MBS) 왕세자는 비전 2030을 통해 경제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지역 불안정성이 그 계획에 어려운 도전을 던져주고 있다.
* 딜레마에 빠진 사우디
사우디아라비아는 어려운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합동으로 2월 28일 이란에 대한 전쟁을 시작한 이후, 5개월이 지나고 있는 지금까지 사우디는 대체로 이 전쟁에 개입하지 않으려 노력해 왔다.
하지만 이제 세 곳으로부터 공격을 받은 사우디아라비아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이번 주, 사우디는 미국과 합동으로 이라크 내 이란의 대리 민병대를 공격했다. 사우디는 이들이 사우디 왕국을 향해 드론 공격을 감행해 왔다고 믿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현재 직면한 딜레마는 억지력으로 계속 보복할 것인지, 아니면 적대 세력에게 자금을 지원하는 등의 방법으로 상황을 완화하려 할 것인지이다.
* 이란 세력 vs 미국 세력
그렇다면 누가 누구를 공격하고 있으며, 그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5개월 동안 걸프 지역과 중동 여러 곳을 휩쓸고 있는 이 분쟁에는 크게 두 진영이 있다.
- 이란 세력
한쪽에는 과거 페르시아의 영광을 자랑하는 이란과 강경 노선의 이슬람 혁명 수비대(IRGC)가 있다. 이들과 동맹을 맺은 세력은 2014년 예멘의 상당 부분을 장악한 후티 반군이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또 다른 단체는 이라크의 인민동원군(Popular Mobilization Forces)으로, 이들은 사우디아라비아에 30차례 드론 공격을 감행한 혐의를 받고 있으며, 최근에는 보복 공격을 받기도 했다. 그리고 레바논에는 여전히 강력한 세력이지만 현재는 잠잠한 상태인 ‘헤즈볼라’가 있다.
이슬람 혁명 수비대(IRGC)는 1979년 이란 혁명 이후 이슬람 공화국 체제를 수호하기 위해 창설된 이란의 정예 군부대이다. 일반 정규군과는 별도의 지휘 체계를 가지며, 이란의 정치, 경제, 군사 분야 전반에 걸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란 측의 핵심 세력으로 언급되며, 예멘의 후티 반군이나 이라크의 민병대 등 역내 대리 세력(proxy)을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후티 반군 세력(Houthis)은 예멘에서 활동하는 이란의 지원을 받는 시아파 ‘자이디 분파’의 무장단체이자 정치 조직인 ‘안사르 알라’(Ansar Allah : 신의 조력자들)를 지칭한다. 창시자인 후세인 알 후티(Hussein Badreddin al-Houthi)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후티 반군 세력은 이란의 동맹 세력으로서 2014년 예멘의 상당 지역을 점령하고 현재 중동 정세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주요 세력 중 하나로 지목되어 있다.
특히 인민동원군(알하슈드 알샤비-Al-Hashd al-Sha'abi)은 2014년 무장 세력 이슬람 국가(ISIS)의 공세에 맞서기 위해 이라크에서 결성된 무장 단체들의 연합체이며, 주로 시아파 민병대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란의 군사적 및 정치적 지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이라크 정규군의 일부로 편입되어 국가 안보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으나, 이란과의 밀접한 관계 때문에 중동 정세의 복잡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헤즈볼라(Hezbollah)는 레바논에 기반을 둔 이슬람 시아파 정치 및 군사 조직으로, 1980년대 초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에 대항하여 결성됐다. 이란의 강력한 군사적, 재정적 지원을 받으며, 레바논 내에서 강력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동시에 이스라엘 및 서방 국가들과 대립하는 무장단체로도 잘 알려져 있다.
- 미국 세력
이란 세력의 반대편에는 막강한 미군 중부사령부(Centcom) 병력을 보유한 미국과, 다양한 정도로 참여하는 걸프 아랍 국가들, 그리고 요르단이 있다. 이스라엘은 미국의 긴밀한 동맹국이지만 현재 이 전쟁에 미국과 합동으로 전쟁을 시작했지만, 지속적이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지는 않다.
최근 이란은 드론과 미사일 공격을 요르단, 쿠웨이트, 바레인에 집중하고 있으며, 이란의 새로운 항로 규정을 피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려는 상선도 표적으로 삼고 있다.
예멘에 이라크 민병대와 후티 반군이 개입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현상이며, 이는 미국과 이란 사이에 지속적인 평화 협정이 체결되지 않을 경우, 이 지역이 더욱 심각한 분쟁에 휘말릴 위험이 있음을 보여준다.
* 딜레마 속 사우디
사우디아라비아가 전면적인 분쟁에 휘말리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실질적인 통치자인 비교적 젊은 ‘무함마드 빈 살만’(MBS) 왕세자는 “비전 2030”(Vision 2030)으로 알려진 방향으로 국가를 이끌고 있다. ‘비전 2030’의 핵심은 사우디아라비아가 석유 수출에만 의존하던 기존의 경제 구조에서 탈피해, 관광, 기술, 인프라 등 다양한 산업을 육성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을 이루는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지역 분쟁에 휘말리지 않으려는 주된 이유 중 하나는, 전쟁이 이러한 장기적인 국가 현대화 계획과 경제 발전에 막대한 지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MBS의 목표는 왕국의 석유 수입 의존도를 줄이고, 매년 수십만 명의 졸업생과 고등학교 졸업생들이 노동 시장에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 그들에게 의미 있는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는 활기차고 현대적인 국내 산업을 육성하는 것이며, 비전 2030의 일부는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는 것이지만, 동시에 공격에 취약한 데이터 센터(Data Center)와 같은 시설을 구축하는 것도 포함돼 있다.
만약 사우디아라비아가 예멘의 후티 반군이 남쪽 국경 너머로 발사하는 드론 공격이나 이란이 직접 발사하는 탄도 미사일 공격과 같은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위협에 직면하게 된다면, 이러한 방식은 효과가 없을 것이다.
2019년 9월, 사우디아라비아는 불쾌한 충격을 경험했다. 이란과의 관계가 악화된 상황에서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라크 내 이란의 대리 민병대가 자국의 가장 중요한 석유 시설 두 곳인 아브카이크(Abqaiq)와 쿠라이스(Khurais)에 드론 공격을 감행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당시에는 예멘의 후티 반군이 공격했다는 추측이 있었지만, 공격 직후 현장을 방문한 결과 북쪽을 향한 구조물의 구멍들을 분명히 확인해 이라크 민병대의 소행임을 알 수 있었다. 지난 27일 위성 사진은 이라크 내 이란 대리 민병대가 발사한 드론이 아브카이크 석유 시설을 다시 한번 공격한 모습을 보여줬다.
그 공격으로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 수출량 절반이 며칠 동안 중단되었고, 이는 리야드에게 국가 핵심 기반 시설이 공격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일깨워주는 계기가 됐다.
그리고 석유가 있는데, 이는 여전히 사우디 경제의 생명줄이다.
이란은 지난 2월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전 세계 석유와 액화 천연가스의 20%가 통과하는 이란과 페르시아만 사이의 중요한 해상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했다.
이에 대응하여 사우디아라비아는 동서 송유관을 통해 하루 약 500만 배럴에 달하는 석유를 반대편 홍해 연안 얀부의 수출 터미널로 최대한 많이 실어 날랐다. 그곳에서 생산된 원유는 유조선에 실려 남쪽으로 향했고, 아라비아해를 거쳐 아시아 시장으로 보내졌다.
* 불투명한 미래
하지만 7월 13일, 사우디아라비아는 예멘 수도 사나 외곽에 위치한 사나 공항(Sanaa airport)을 폭격했다. 사우디의 지원을 받는 예멘 정부는 이란 항공기의 착륙을 막기 위해 공격했다고 주장하며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한 보복으로 후티 반군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브하와 지잔(Abha and Jizan) 공항을 공격했다.
사우디에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후티 반군이 홍해에서 사우디 선박을 공격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홍해 남쪽 끝에 있는 호르무즈 해협보다 더 좁은 바브 엘 만데브(Bab El Mandeb)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이 극도로 위험해졌다. 이는 결국 사우디아라비아의 아시아 석유 수출을 차단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호르무즈 해협’의 최대 폭은 약 97km이며, 가장 좁은 폭은 약 33~39km인데, 실제 항로 폭은 양방향으로 각 3km 내외이다. 반면 ‘아브 엘 만데브’ 해협의 전체 폭은 약 26~32km인데, 국제 상선이 통행하는 서쪽 수로 폭은 약 25~26km, 소형 선박이 통행을 하는 동쪽 수로 폭은 약 3km 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7년 동안 후티 반군을 폭격하여 굴복시키려 했지만 실패했다. 예멘을 휩쓴 전쟁은 최악의 인도주의적 재앙 중 하나였으며, 그 여파는 아직도 느껴지고 있다.
2022년 사우디아라비아는 후티 반군과 불안정한 휴전에 합의했고, 자금 지원 의혹도 제기되었지만, 이제 이 지역 최대 부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는 남쪽 이웃 국가로부터의 드론 및 미사일 공격 위협과 북쪽 이라크로부터의 공격 위협에 다시 직면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은 비전 2030 계획에 포함되지 않았던 사항이다. 사우디의 고민이 이 지점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