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연속기획②] 이민근 안산시장 ‘정부 지원 3대 과제’ 제안…반월·시화산단 AI 전환 승부수

기자 한마디 "안산시의 구체적인 준비와 정부의 과감한 지원이 만날 때 반월·시화산단의 AI 전환은 현실이 된다"

2026-07-28     김병철 기자

[뉴스타운/김병철 기자]  지난 기자수첩이 반월·시화국가산업단지의 인공지능 전환 가능성과 제조혁신의 방향을 짚었다면 이번 후속편은 이민근 안산시장이 정부에 제안한 3대 정책과제를 중심으로 실현 조건을 살펴본다. 경기경제자유구역 안산사이언스밸리지구 활성화와 숙련 작업자의 경험을 활용한 인공지능 전환 솔루션 확대, 중소기업형 SDF 연구개발, 안산스마트허브 기반시설 정비는 각각 분리된 사업이 아니다. 연구개발과 현장 실증, 제품 생산과 기업 성장, 전문인력 양성과 청년 일자리 창출을 하나로 연결해 반월·시화산단의 산업구조를 바꾸려는 안산형 제조혁신 전략이다.

반월·시화산단은 기계와 전기·전자, 자동차부품, 금속, 석유화학 등 다양한 업종의 2만2000여 개 기업이 모인 수도권 최대 산업단지다. 입주 제조기업의 96.8%가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파악될 만큼 중소기업 비중이 높다. 대한민국 산업화와 수출을 오랫동안 뒷받침해 온 핵심 생산기지지만 시설 노후화와 인력 부족, 원가 상승, 기술격차라는 과제를 함께 안고 있다. 인공지능 기술의 필요성을 알고도 초기 투자비와 전문인력, 데이터 부족으로 도입하지 못하는 중소기업도 적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추진되는 반월·시화산단 인공지능 전환은 기존 제조업을 첨단산업으로 바꾸는 중요한 기회다. 다만 기술 공급기업 몇 곳을 연결하거나 일부 장비를 설치하는 수준에 머물러서는 산단 전체의 변화를 이끌기 어렵다. 연구개발기관과 생산기업을 연결하고 중소기업이 감당할 수 있는 기술모델을 개발하며, AI 설비가 안정적으로 작동할 산업 기반까지 갖춰야 한다. 이민근 시장이 정부에 3대 정책과제를 제안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첫 번째 과제는 경기경제자유구역 안산사이언스밸리지구의 조기 활성화를 위한 정부 지원이다. 안산시 상록구 사동 일원 1.66㎢ 규모의 안산사이언스밸리는 2026년 1월 경기경제자유구역 신규 지구로 지정·고시됐다. 2032년까지 총사업비 4105억 원을 투입해 글로벌 연구개발 기반의 첨단로봇·제조산업 거점으로 조성하는 계획이다. 개발계획에서는 2조 2000억 원 규모의 생산유발 효과와 1만2000여 명의 고용유발 효과가 제시됐다. 이러한 수치는 사업이 계획대로 추진됐을 때 기대되는 전망인 만큼 앞으로 국내외 기업 유치와 실제 투자, 양질의 일자리 창출로 구체화해야 한다.

안산사이언스밸리의 가장 큰 경쟁력은 이미 구축된 산·학·연 기반이다. 한양대학교 ERICA와 경기테크노파크,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한국산업기술시험원, 한국전기연구원 등이 한 지역에 자리 잡고 있다. 한양대학교 ERICA는 지능형 로봇을 비롯한 첨단산업 연구와 전문인력 양성을 맡을 수 있고,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은 제조로봇 표준공정모델 개발과 실증을 지원할 수 있다. 한국산업기술시험원과 한국전기연구원 역시 시험·인증과 기술지원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연구기관이 개발한 AI와 로봇 기술을 인근 반월·시화산단 기업이 생산현장에서 실증하고, 현장에서 발견된 문제를 다시 연구개발에 반영한다면 안산만의 산업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 기술이 연구실에 머물지 않고 기업의 생산성과 매출 향상으로 이어지고, 기업의 수요가 새로운 연구개발 과제로 연결되는 구조다. 안산사이언스밸리가 연구와 기술을 공급하는 두뇌라면 반월·시화산단은 이를 실제 제품과 산업 성과로 구현하는 생산현장이 되는 셈이다.

경제자유구역 지정은 완성이 아니라 시작이다. 지정 사실만으로 국내외 기업과 연구기관이 저절로 안산에 모이는 것은 아니다. 기업이 투자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토지이용계획과 기반시설 조성 일정, 세제와 입지 혜택, 인허가 지원, 전문인력 확보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기업의 투자계획이 실제 착공과 고용으로 이어질 때 경제자유구역 지정의 효과도 시민이 체감할 수 있다.

정부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안산시와 경기도의 투자유치 노력만으로 글로벌 기업을 유치하고 대규모 산업 기반을 조성하는 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 산업통상부를 중심으로 국가 차원의 투자유치와 연구개발 예산, 규제 특례, 외국인 투자기업 지원을 연계해야 한다. 안산사이언스밸리를 단순한 지역개발 사업이 아니라 수도권 서남부와 국가 제조업의 미래를 이끌 연구개발 거점으로 평가해야 한다.

두 번째 과제는 숙련 작업자의 암묵지를 활용한 AX 솔루션 연구개발 확대와 중소기업형 SDF 지원이다. 반월·시화산단의 숙련 작업자들은 오랜 경험을 통해 기계의 미세한 소리와 진동, 온도, 제품의 색상과 상태를 살펴 설비 이상이나 불량 가능성을 판단한다. 작업지침이나 매뉴얼에 모두 담기 어려운 현장기술이다. 숙련자가 은퇴하거나 사업장을 떠나면 기업의 핵심기술과 경험도 함께 사라질 수 있다.

숙련자의 감각과 판단, 예외 상황에 대한 대처능력을 데이터로 전환하고 AI가 학습하도록 하면 품질관리와 공정 최적화, 설비 고장 예측, 에너지 절감 등에 활용할 수 있다. 숙련자를 기계로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숙련기술을 체계적으로 보존하고 작업자의 판단 능력을 인공지능으로 확장하는 사람 중심의 제조혁신이다.

청년인력 유입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신규 근로자가 숙련자의 경험이 반영된 AI 시스템과 표준화된 작업자료를 활용하면 공정을 익히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위험하고 반복적인 작업은 로봇과 자동화 설비가 담당하고 근로자는 품질관리와 설비운영, 데이터 분석 등 더 전문적인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제조업에 대한 청년층의 인식을 바꾸려면 임금과 채용 확대뿐 아니라 작업 방식과 근로환경 자체가 달라져야 한다.

중소기업형 SDF 연구개발도 반월·시화산단의 현실에 맞게 설계돼야 한다. 대규모 자본과 전문인력이 필요한 완전자동화 공장은 영세·중소기업이 접근하기 어렵다. 기업이 가장 필요로 하는 공정부터 AI와 센서, 로봇을 단계적으로 도입하고 효과가 검증되면 다른 공정으로 확대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다.

불량 판별과 설비 이상 감지, 에너지 관리, 원자재 투입, 제품 운반 등 기업이 개선 효과를 빠르게 확인할 수 있는 공정부터 적용할 수 있다. 한 기업에서 성공한 모델을 동일 업종과 유사 공정으로 확산하면 개별 기업이 처음부터 별도의 시스템을 개발하는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기업들은 적은 비용으로 검증된 기술을 도입하고 정부는 한정된 예산으로 더 많은 기업에 성과를 확산할 수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반월·시화형 AI 제조혁신 실증을 위한 AX 허브 구축사업’은 이 같은 전략을 현실로 옮길 기반이다. 정부는 2028년까지 총 280억 5000만 원을 투입하고 이 가운데 국비 140억 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자동차부품과 인쇄회로기판 분야의 AX 대표 선도공장을 구축하고 제조 AI 오픈랩과 AX 종합지원센터를 중심으로 AI 모델 개발과 실증, 산단 입주기업 확산을 지원한다.

280억 5000만 원 투자는 반월·시화산단 AX 전환의 중요한 출발점이다. 그러나 2만2000여 개 기업이 밀집한 산업단지 규모를 고려하면 한 번의 사업만으로 전체 변화를 완성하기는 어렵다. 자동차부품과 인쇄회로기판 분야에서 성과가 확인되면 기계와 금속, 전기·전자, 석유화학 등 주요 업종으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정부도 이번 사업을 일회성 실증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인 국가산단 제조혁신 사업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지원범위도 기술개발과 장비 설치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기업의 초기 도입비와 소프트웨어 사용료, 장비 유지관리비, 근로자 재교육, 데이터 보안과 전문인력 채용까지 고려해야 한다. 정부 지원으로 시스템을 설치했지만 사업 종료 후 유지비를 감당하지 못해 사용을 중단한다면 제조혁신의 성과는 지속되기 어렵다. 구축과 실증, 확산과 사후관리를 하나의 사업으로 설계해야 한다.

세 번째 과제는 안산스마트허브 기반시설 정비에 대한 정부 지원이다. 인공지능 전환은 첨단장비와 소프트웨어만 설치한다고 완성되지 않는다. 안정적인 전력과 통신망, 원활한 교통과 물류체계, 안전한 도로와 충분한 주차시설, 쾌적한 근로환경이 함께 갖춰져야 AI 기반 제조설비도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

반월·시화산단은 오랜 기간 국가 경제와 수출산업을 떠받쳐 온 국가산단이다. 그 시간만큼 도로와 주차시설, 환경·안전시설의 노후화도 누적됐다. 광범위한 국가산단 기반시설을 지방정부와 입주기업의 재정만으로 정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국가 제조업의 성장을 뒷받침해 온 산업단지라는 점에서 중앙정부가 재정적 책임을 함께 부담해야 한다.

스마트허브 기반시설 정비는 단순한 도로 보수나 시설 교체사업으로 접근해서도 안 된다. AX 허브와 연계된 초고속 통신망과 안정적인 전력체계, 스마트 교통·물류시스템, 재난과 산업안전 관리체계를 함께 구축해야 한다. 주차장과 보행환경, 녹지와 휴게시설, 근로자 편의시설을 개선해 청년들이 일하고 싶은 산업단지를 만드는 도시재생 관점도 필요하다.

청년인력이 반월·시화산단으로 들어오도록 하려면 기업의 생산성 향상과 근로환경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AI 기술을 도입한 기업에서 새로운 직무와 일자리를 만들고 한양대학교 ERICA와 지역 특성화고, 직업교육기관이 맞춤형 인력을 양성해 취업으로 연결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단순히 채용박람회 횟수를 늘리는 방식에서 벗어나 교육과 현장실습, 채용과 장기근속을 하나로 연결할 필요가 있다.

안산시가 2026년 스마트허브 채용박람회를 열어 약 50개 기업과 구직자를 연결한 것도 지역 고용 활성화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앞으로는 AX 도입기업과 로봇·AI 분야 청년인력을 연결하는 특화 채용 프로그램으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기업이 원하는 기술을 교육과정에 반영하고 교육을 마친 청년이 산단 기업에 취업한다면 기업의 인력난과 청년 취업 문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다.

이민근 시장이 제안한 3대 정책과제는 각기 다른 사업이 아니라 서로 맞물린 하나의 산업전략이다. 안산사이언스밸리에서 기술과 인재를 만들고 중소기업형 SDF를 통해 반월·시화산단에서 실증하며 스마트허브 기반시설 정비로 기업 활동과 근로환경을 뒷받침하는 구조다. 세 축이 동시에 움직일 때 연구개발과 생산, 기술 실증과 기업 성장, 청년 일자리 창출이 이어지는 제조혁신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

지난 기자수첩에서도 강조했듯 반월·시화산단의 AX 전환은 선포식의 규모나 참여기관의 숫자가 아니라 생산현장의 변화로 평가받아야 한다. 기업의 생산시간이 단축되고 불량률과 원가가 줄었는지, 근로환경이 안전해졌는지, 매출과 고용이 증가했는지 확인해야 한다. 청년들이 제조업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고 안산에 정착하는지도 중요한 판단 기준이다.

안산시는 정부 지원을 건의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3대 과제별 실행계획을 선제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중소기업형 SDF 연구개발과 스마트허브 기반시설 정비의 대상과 추진 기간, 총사업비, 국비 요구액, 기업 지원 규모와 고용 목표를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기업별 수요조사 결과와 업종별 우선순위를 바탕으로 사업계획을 세워야 정부를 설득할 명분과 실행력도 높아진다.

정부 역시 지방정부와 기업에만 책임을 맡겨서는 안 된다. 안산사이언스밸리 투자유치와 규제 특례를 강화하고 반월·시화 AX 허브 후속 국비를 마련하며 노후 국가산단 기반시설을 책임지는 종합지원계획을 제시해야 한다. 산업통상부와 국토교통부, 중소벤처기업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고용노동부가 참여하는 범정부 협력체계를 통해 기술과 기반시설, 기업 지원과 고용정책을 연결할 필요가 있다.

반월·시화산단은 낡은 산업단지라는 한 단어로 설명할 수 없는 곳이다. 2만2000여 개 기업과 수많은 숙련 작업자, 다양한 업종과 제조공정이 축적된 대한민국 제조업의 살아 있는 현장이다. 이곳에 안산사이언스밸리의 연구 역량과 AI·로봇 기술, 정부의 재정 지원이 더해진다면 대기업 중심이 아닌 중소기업 중심의 새로운 제조혁신 모델을 만들 수 있다.

이제 정부가 답할 차례다. 이민근 시장이 제안한 3대 정책과제는 안산시만을 위한 지역사업이 아니라 대한민국 제조업의 미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국가적 제안이다. 안산사이언스밸리를 조기에 활성화하고 중소기업형 SDF 연구개발을 확대하며 안산스마트허브의 기반시설을 국가가 책임 있게 정비해야 한다.

안산의 목표는 AI 장비를 전시하는 산업단지가 아니라 중소기업이 기술 도입의 효과를 체감하는 산업단지를 만드는 데 있어야 한다. 기업의 생산성이 높아지고 근로자의 안전이 강화되며 청년들이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안산으로 모이는 변화가 나타날 때 반월·시화산단 AX 정책의 의미도 완성된다.

첫 기자수첩이 반월·시화산단 AI 전환의 가능성과 방향을 제시했다면 이번 후속편은 그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정부가 지원해야 할 과제를 짚었다. 안산사이언스밸리의 연구 역량과 반월·시화산단의 생산기반, 숙련 작업자의 경험과 스마트허브 기반시설이 하나로 연결될 때 안산은 대한민국 중소 제조업의 인공지능 전환을 이끄는 중심도시가 될 수 있다.

이민근 시장의 3대 정책과제에 정부가 과감한 재정과 제도로 화답하고 안산시가 구체적인 실행계획으로 뒷받침한다면 반월·시화산단은 대한민국 산업화를 이끈 생산기지를 넘어 미래 AI 제조업을 선도하는 국가 산업거점으로 다시 도약할 수 있다.

기자 한마디 "이민근 안산시장이 제안한 3대 과제는 지역 현안 해결을 넘어 대한민국 중소 제조업의 미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국가적 제안이다. 안산시의 구체적인 준비와 정부의 과감한 지원이 만날 때 반월·시화산단의 AI 전환은 현실이 된다."

본지는 다음 후속보도를 통해 반월·시화 AX 허브 구축사업의 자동차부품·인쇄회로기판 대표 선도공장과 제조 AI 오픈랩, AX 종합지원센터의 세부 추진계획을 살펴볼 예정이다. 참여기업 선정기준과 업종별 지원내용, 전문인력 양성 및 청년취업 연계방안을 확인해 280억 5000만 원 규모의 투자가 산업단지 전체의 생산성 향상과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수 있을지 집중 분석한다.